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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맹크-장문리뷰입니다.

한물결
921 10 4

극장 개봉당일에 관람한 뒤 

그 직후에 썼던 글인데 이제서야

올려봅니다. 디테일적인 측면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PNG.jpg

(스포일러)
<맹크>는 <시민케인>의 창작비화 내지는 후일담을 기대하고서 극장에 들어섰을 다수의 관객들에게 일말의 당황감을 안겨줄 여지가 다분한 영화다. <맹크>는 노스탤지어에 흠뻑 젖은 채 <시민케인>이란 걸작을 찬양하거나 경배하기 보다는 되려 위대한 걸작을 빚어낸 당대의 추악한 시대상을 조소하며 일종의 비판적 반성문을 작성한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타란티노의 근작 제목이기도 한 이 문구는 데이비드 핀쳐의 이 신작에도 적용해봄직한 타이틀이다.
.
타란티노의 근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역사 속 피해자의 프레임에 박제된 샤론 테이트를 영화의 힘을 빌려 다시금 한 명의 영화인으로 소생시킨 동시에(이는 <맹크>가 늙은 거물의 젊은 애인으로 기억되는 매리언을 다루는 방식과도 유사하다.) 때려 죽여도 시원찮을 인물들에게 문자 그대로의 영화적 형벌을 집행하며 역사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제 나름의 윤리를 취했다면, 데이빗 핀쳐의 <맹크>는 이미 과거가 된 역사는 수정할 수 없는 것이라 판단한 뒤 당대 할리우드의 부조리함과 악덕한 매커니즘을 고발하는, 보다 자성적인 방식으로 나름의 윤리를 획득한다.
.
허나 고작 1930년대 할리우드 제작사의 만행과 일련의 정치적 공작을 비판하는 성찰적 태도를 보였다는 이유만으로 이 영화에 윤리적 영화라는 상투적인 찬사를 더하고 싶지는 않다. 이 영화가 진정 윤리적이라 할 만한 이유는 <시민케인>의 시나리오 집필과정을 다루는 영화로서  <시민케인>의 시나리오가 지닌 미덕을 윤리적으로 계승했기 때문이다.
.
<시민케인>이 당대 영화계에 불러온 혁신이라 할 만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시간의 선형적 진행을 부정하고 사건을 뒤섞어 놓는 모더니즘적 스토리텔링이다. 다중의 시점으로 시간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내러티브를 직조하는 <시민케인>의 그 방법론이 한 인물의 삶을 그려내는 무수한 후대의 영화들에게 준 가르침은 다음과 같다. 고작 영화 한 편이 한 인간의 생 전체를 담아낼 순 없다는 것. 한 인물의 생 전체를 다루는 영화라 할지언정 그건 그저 만든 이의 시점에 국한된 채 재구성된 일대기뿐이라는 것. <시민케인>은 케인을 제외한 다수의 입을 빌려 러닝타임 내내 케인이라는 인물에 대해 말하지만 생뚱맞게도 결국 우리는 케인을 알 수 없다는 식의 결말로 귀결된다. 
.
<시민케인>을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 모든 것을 잃은 채 거울 앞에 서 있는 케인을 담은 숏 말이다. 거울 앞에 서있는 케인의 이미지는 딥포커스의 촬영으로 인해 후경에 배치된 거울 속의 거울로 계속하여 중첩되어 가고 우리는 하나의 프레임에서 여러 명의 케인을 마주한다. 해당 숏에서 제시되는 분화된 케인의 이미지는 이 모두가 케인이며 동시에 그 누구도 케인이 아닌 것이 되는 기묘한 역설의 감각을 내포한다. 영화가 설명하는 곧이곧대로 인물에 대한 인상을 받아들이게끔 하는 기존의 관습에서 탈피한 뒤 인간이란 미스터리에 대해 쉽사리 예단할 수 없게 하는 구성을 선보인 것. 이것이 <시민케인>의 서사가 당대에 제시한 진정한 윤리적 혁신이 아니었을까. 딥포커스 등의 촬영기술적 요소에 대한 상찬 역시 그 유려한 테크닉이 서사를 적절히 보충하고 있기에 지당한 상찬이다. 
.
<시민케인>의 각본가로 등장하는 본 영화 속의 맹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2시간 남짓의 영화는 한 인물의 전체를 담아낼 수 없다고. 그저 인물에 대한 인상 정도를 묘사하면 성공이라고. 이 말을 과거에 맹크가 실제로 했는지는 알 도리가 없다만 적어도 시나리오에 이 대사를 기술한 감독의 아버지이자 영화의 각본가인 잭 핀쳐, 그리고 이를 토대로 영화를 작업한 감독 데이빗 핀쳐는 <시민케인>의 미덕을 정확히 인지한 채 작업에 임하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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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을 집필하는 현재와, 집필의 동기가 되는 과거의 할리우드를 두개의 축으로 삼으며 이를 분주히 오가며 진행되는 영화의 내러티브는 약간의 의문점을 남긴다. 다름이 아니라 이 플래시백이 작동되는 원리가 다소 의아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플래시백에서 현재로 회귀하는 지점마다 술에 취해 잠들었던 맹크가 깨어나는 숏을 배치하였기에 얼핏 보기에 이 모든 플래시백은 맹크의 몽상 내지는 술기운 가득한 몽롱한 회고 정도로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손쉽게 단정 짓기엔 걸리는 부분들이 많다. 가령 중반부에 등장하는 플래시백의 구성을 살펴보자. 현재의 시간대에서 맹크는 왜 하필 윌리를 모티브로 한 시나리오를 쓰냐는 질문에 뜬금없이 원숭이에 대한 우화를 아냐고 반문하며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 대답을 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영화는 다시금 과거의 시간대로 점프한다.
.
헌데 영화는 원숭이에 대한 우화가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지를 궁리하고 있을 관객들에게 조금 더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한다. 우리가 보는 그 직후의 플래시백에 원숭이 이야기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 그리고 원숭이 이야기에 관한 에피소드의 전말은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공개된다. 만약 영화의 플래시백이 맹크의 심리에 근거하여 작동되는 것이라면 영화는 현재시점의 맹크가 원숭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직후에 바로 맹크가 윌리에게 원숭이에 대한 은유를 통해 우회적으로 인격모독을 당했던 과거의 그날 밤으로 돌아가야 했다. 원숭이에 대한 말을 하는 현재시점의 맹크는 당연히 그 순간 그날의 밤을 회상했을 테니까.
.
플래시백에서 들어나는 이러한 인과의 어긋남은 곧 영화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우리로 하여금 가늠케 한다.(실제로 맹크의 심리에 근거하여 과거와 현재의 관계를 따져보면, 위에서 언급한 사례 외에도 두 시간대를 교직하는 논리의 인과관계가 맞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다지 기억에 남는 인물을 아니겠다만 <시민케인>을 보았다면 다들 <시민케인>이 (얼굴이 거의 가려진 채로 등장하는)한 명의 기자가 케인의 삶을 취재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진시키는 영화임을 알 고 있을 테다. 이에 빗대어 말을 하자면 <맹크>는 과거의 시간대를 마치 얼굴 없는 한 익명의 기자가 30년대 맹크의 삶을 취재한 것에 대한 기록처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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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케인>이 제시했던 형식적 미덕의 길을 따라가는 <맹크>는 인물의 내면을 대변하며 확신에 찬 답을 내리기를 거부한다. 그저 1인분의 시점에 국한된 채 인물의 인상을 남기는데 사력을 다할 뿐이다. 물론 이를 지나치게 시시한 귀결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우리는 <시민케인>을 통해 다중의 시점을 취한다 한들 한 인간의 본질에 가닿을 수는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앞서 언급한 대사를 다시 빌려오자면 <맹크>는 2시간 남짓한 분량 동안에 하나의 시점만으로 인물에 대한 인상을 묘사하는데 성공한 사례다.
.
과거와 현재의 시간대를 교차하는 영화의 형식이 명확한 답을 하지 않으면서도 맹크라는 인물에 대한 인상적인 느낌을 가져다준 몇몇 예시들을 언급하고 싶다. 일례로 독일 출신인 것으로 설명되는 맹크의 간병인이 과거에 맹크가 다수의 독일인들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것을 술회하자, 영화는 곧이어 과거의 시간대로 넘어간 뒤 싱클레어의 주지사 선거에 관해 다소 곤란한 상태에 처해있는 맹크의 상태를 보여준다. 어쩌면 맹크가 독일인들을 도와준 전례가 있다는 것은 영화의 메인플롯과는 무관하기에 불필요한 정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는 그저 맹크라는 인물의 양면성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했던 것일까? 기껏해야 관객들에게 그가 대책 없는 술꾼만은 아니라는 정보 하나를 전달하기 위해서?
.
허나 그 이후에 등장하는 싱클레어와 연관된 일련의 플래시백들을 계속 보고 있자면 해당 정보는 다소 다르게 해석되며 맹크라는 인물이 좀 더 다르게 보이게끔 유도한다. 영화사 간부들과의 만찬에서 싱클레어의 정치관인 사회주의를 옹호했던 맹크는 결국 거대한 권력 앞에서 철저히 무력하였으며 자신이 지지하는 이념의 좌절을 바라봐야만 했다. (플래시백 이후의 시간대에서 행해졌을)자신과 별다른 관계가 없던 수백 명의 이들을 도와준 맹크의 행위를 권력에 대한 좌절을 맛봤던 과거에 대한 반발심과 사회공동체를 중시하는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그의 성향이 불현듯 발휘되었던 선행의 사례라 해석하는 건 너무 큰 비약일까?
.
하지만 그것이 논리적 비약이든 아니든, 그건 핵심이 아니다. 중요한 건 잉여에 가깝게 제시되는 정보들이 인물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진행되는 영화의 형식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생산해내며 인물에 대한 모호하고도 어렴풋한 인상을 창출하는 것에 있어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전 문장에서 핵심을 찾자면 바로 ‘모호함’과 ‘어렴풋함’이다. 만약 그가 독일인을 도와주었다는 정보가 제시된 뒤 과거의 플래시백에서 독일인과 관련된 그의 눈물겨운 일화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였다면 얼마나 촌스럽고 일차원적인 의미가 만들어졌겠는가. <맹크>의 괄목할만한 지점은 <시민케인>의 방법론을 차용하면서도 이를 본인의 방식으로 변용하여 인물을 다각도로 조형해낼 줄 안다는 것에 있다.  
.
일차원적 연결을 거부함으로서 모호한 인상을 생산해내는데 성공한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종반부에 등장한다. 바로 이전에 언급한, 맹크에겐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던 원숭이에 대한 메타포 일화 말이다. 앞서 말하였듯 맹크가 원숭이 우화에 대해 처음 언급하는 것은 극의 중후반부 즈음이지만 이에 대한 내막이 관객에게 공개되는 것은 맹크가 오손웰즈와 크레딧 등록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다투던 즈음인 영화의 종반부다.
.
만약 영화가 맹크의 심리에 완전히 밀착하는 형식을 고수하였다면 영화는 맹크가 원숭이 우화에 대한 말한 현재의 시점과 그 일이 실제 일었던 과거를 곧장 교직했을 것이며, 그렇다면 <시민케인>이라는 희대의 걸작의 탄생비화는 그저 맹크가 자신이 당했던 인격모독에 대해 반발하여 쓴 시나리오였다는 식으로 그 의미가 일축됐을 것이다. 허나 우리가 영화에서 본 그 모욕적 과거는, 시나리오 집필 도중이 아닌 집필 이후 크레딧 등록에 대한 언쟁의 시점과 교차된다. 인물의 심리에 근거한 인과를 배제한 채 묵묵히 이어지는 플래시백은 맹크라는 인물을 그저 인격모독에 빈정이 상해 누군가를 저격하는 시나리오를 쓴 인물이라 단정 짓지 않는다. 편집의 리듬이 빨라지며 마치 격동하는 감정을 되살리는 것만 같은 해당 교차편집의 의미는 단 하나로 국한되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사색에 잠기게 한다.
.
우리는 그 순간 다수의 맹크를 마주본다. 싱글레어의 낙선에 영화라는 예술이 악용되는 것을 바라봐야만 했던 예술가, 그로인해 동료를 잃어야만 했던 예술가, 그리고 막대한 부 앞에서 최소한의 인격조차 존중받지 못했던 인간. <시민케인>이 촬영을 통해 인물을 분화시켰다면 <맹크>는 데이빗 핀쳐의 영화답게 편집의 매커니즘으로 유사한 맥락의 작업을 수행한다. 그러한 교차편집으로부터 파생된 인물의 인상에 대한 편린들은 왜 그는 <시민케인>을 쓸 수밖에 없었나. 가 아닌, 왜 그는 한 명의 예술가로서 물러서지 않아야만 했나. 에 대해 우회적인 답변을 한다. 우리는 영화의 말미에 이르러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어느 지점에 대한 결단을 내린 예술가의 초상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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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손웰즈와의 한바탕 언쟁이 끝나고 맹크가 영화의 각본가로 확실히 자리매김하자, 우리에게 또다시 메인플롯과 무관한 잉여의 정보가 제시된다. 다름이 아니라 (배우 릴리콜린스가 연기한)그의 간병인의 남편이 살아있다는 정보가 담긴 편지가 도착한 것이다. 누군가의 뜬금없는 생존은 우리로 하여금 누군가의 죽음을 상기시킨다. 여기서 떠오르는 건 방아쇠를 당기며 스스로 생을 마감했던 그의 동료예술가다.
.
싱클레어의 낙선을 도모했던 당시의 제작사는 일종의 프로파간다적 영화의 힘을 이용하여 본래의 목적을 달성한다. 헌데 아이러니한 부분은 제작사가 바로 맹크에 의해 선전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당신들은 xx도 xx로 믿게 만들잖아요. 라는 식으로 제작자 솔버그를 면박 주던 맹크의 말은 싱클레어를 괴상한 인간으로 만들어 국민들을 현혹시켜 보시던지요. 라는 말과 다름 아니다. 결국 맹크가 가볍게 던진 말은 싱클레어의 낙선을 초래한 영화제작의 도화선이 되었다. 다르게 말하면 그는 프로파간다 영화 시나리오의 초안을 제시했던 셈이다. 그 순간 맹크는 우연찮게도 악덕한 의도를 품은 영화의 각본가가 된다. 따라서 해당 영화를 감독한 이가 죄책감에 의해 자살한 사건은 맹크에게 비단 친구의 죽음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그가 각본집필을 마무리한 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어떤 이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모종의 의미를 품을 수밖에 없어진다. 아마도 간병인과 그의 남편에 관한 스토리는 실화에 근거한 것이 아닌 순전히 이 영화의 각본가인 잭 핀쳐의 상상력에 토대한 순수창작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야말로 잭 핀쳐가 한 명의 각본가로서 맹크라는 또 다른 각본가에게 보내는 일종의 헌사이자 영화의 힘을 빌려 그의 죄책감을 덜어주려는 위로의 시도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
흑백의 배경과 더불어 의도적으로 화질을 훼손하려는 시도 등으로 관객에게 마치 정말 당대의 영화를 감상하는 감각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맹크>엔 의외로 30년대의 할리우드에 대한 애정 어린 노스탤지어가 결여되어 있다. <맹크>가 해석하는 당시의 할리우드는 <시민케인>이라는 위대한 걸작을 낳은 예술의 낭만이 가득한 공간이 아니다. 영화의 중후반부 즈음, 맹크의 동료예술가가 자살하는 순간을 기점으로 영화는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건너간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는 영화의 플래시백은 고인이 된 누군가를 추모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헌데 이 추모식은 맹크의 동료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 아닌 제작자 솔버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라는 정보가 곧이어 공개된다. 이 한 치의 오차 없는 편집은 말한다. 고뇌하던 예술가들의 죽음은 잊혀지고 영화를 악용하며 부를 쟁취하던 이들의 죽음만이 기억되는 곳. 이곳이 할리우드라고. 영화는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보단 시대의 어둠을 보아내며 굴복의 순간이 있더라도 암흑의 시대를 관통하며 끝끝내 예술가로서 존엄을 지켜낸 맹크에 대해 한 발 떨어진 자리에서 묵묵히 위로를 건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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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는 영화가 가진 전능성을 통한 만용을 부리지 않는다. <시민케인>에 등장하는,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상징물인 로즈버드의 유래에 대해서도 영화는 이건 실제 맹크만이 알 수 있는 정보라 판단하며 무례한 해석을 하지 않는다. 약속한 기간에 2주를 남기고 대부분의 분량을 집필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영화는 어느 특정한 사건이 그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것이라는 손쉬운 단언을 하지 않으며 이를 관객의 상상에 맡겨둔다. <시민케인>이란 걸작의 미스터리를 <시민케인>의 방식으로 지켜주는 영화의 사려 깊은 배려다. 영화를 만드는 이러한 겸손한 태도와 더불어 영화라는 도구를 다루는 핀쳐의 연출적 능란함이 동시에 체감될 때, 관객된 입장에서 <맹크>라는 영화를 긍정할 수밖에 없어진다. <시민케인>의 인물상을 가져와 <소셜네트워크>라는 걸작을 만들었던 데이빗 핀쳐는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시민케인>의 형식적 미덕을 빌려와 또 다른 <시민케인>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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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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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심도 깊은 글이네요. 영화와 함께 곱씹어봐야겠습니다.
댓글
19:59
20.12.05.
2등

와 진짜 잘 쓰셨네요. 잘 읽었습니다.!!
시민 케인의 거울장면 저도 인상깊었어요.

댓글
20:20
20.12.05.
한물결 작성자
젊은날의링컨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민케인의 거울장면은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정말 와 소리나오는 명장면이죠
댓글
20:25
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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