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봤던 00년대 한국 극장 애니메이션
젊어서 한창 꽁했던 시절이기도 하고, 6~8년의 긴 제작기간 동안 희망고문하던 대작들이 흥행/비평 면에서 완전히 우그러지듯 망하면서 (동시에 일본 애니메이션이 정발되거나 상영되면서 비교는 비교대로 되는) 마음이 엇나가던 때라 불평이 많겠습니다만..
나이 들어보니 6~8년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니더라고요. ^^;;;
한일 합작에 시로 마사무네가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것으로 화제였지만 미녀 특공대와 다족보행전차가 나오는 흔한 작품 1.. 정도? 나중에 알고보니 다른 방향으로 유명하더군요.
안시 대상 수상작. 어릴 때는 외곽선 없고 사실적인 그림체 때문에 정이 안 가고 밋밋하게 느껴졌는데 지금 보면 감상이 다를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나(이병헌)가 과거를 회고하는 내용이기 때문. Ost도 참 몽롱했고... 아마 마지막으로 비디오로 감상한 작품인데, 이때 제가 플스 2를 샀거든요.
개봉 첫날 보고 한 몇년은 반사적으로 -이를테면 김치 먹다가 생강을 씹거나 하면
"캐릭터들이 어떻게 이다지도 맥아리가 없을까?"
"쉽고 흔한 이야기가 왜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게 보여주지?"
"삼각 관계 이야기인데 심리 묘사가 뭐 이렇게 뻣뻣해? 마지막에 여주로 핑퐁하는 장면은 뭐야?"
"한국인 두상에 맞춰서 캐릭터 디자인 했다더니 진짜 몰개성하네!"
등 이렇게 욕하고 살았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유해진 건지 다시 보면 뚜렷한 단점보다 숨겨진 장점을 찾게 됩니다. 그 장점이 뭐냐구요? 시사회가 있으니 여러분들이 찾아보시길..
dvd 한정판에 다큐가 수록되 있는데 제작진 전부가 내용 이상하다 재미없다 이러면 감독이 방어하기도 하고, 삼성 쪽에서 '이런 각본으로 투자해달라는 패기가 인상적이어서 각본 보완을 전제로 투자했'다는 인터뷰를 하는데.. 자학개그?
만화 원작의 두 에피소드를 각색해서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 베르세르크도 그렇고 원작의 화력이 너무 높으면 영상은 역시 거기엔 못미치나 싶습니다. 그래도 과격한 폭력성이나 주인공의 성격은 대체로 따라가던데 (싸가지 있으면 그게 문수냐), 왜 어촌 마을을 중국풍으로 바꿨는지는 이해가 안 됨.
그나저나, 윤인완 양경일 작가와 박성우 작가, 심지어 한국서 손꼽히는 화력의 고진호 작가까지 (저에겐 서유기 플러스 어게인이겠지만.. 전세대에겐 광마겠죠. 요즘 세대에겐 테러맨?) 네이버서 웹툰을 그린다는데, 내가 웹툰에 적응하긴 너무 늦었구나
유투부에 액션 장면만 잘라 올라와서 '저주받은 걸작' 소리를 듣고 있는데 저는 다소 과대평가라고 생각. 재개봉 한다니 말은 줄이겠습니다.
참고로 극장 상영판에선 초반 액션씬에 바네사 메이의 스톰이 들어갔는데 dvd 판에선 다른 음악으로 변경됬습니다. 좀 아까운게, 정말 잘 어울렸거든요.
단점이 너무 명확하죠. 너무 많은 게 들어가 있습니다. 메인은 '혼자 외롭게 살던 여우비가 학교를 통해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고 인간으로 환생해 친구를 얻는다' 인데, 외계인이 나온 시점에서 여우비는 외롭지가 않죠. 그림자 탐정은 또 뭔지. 이러다보니 이야기는 물론 진행도 맛이 가서 평화롭게 진행되던 영화에 락음악의 추격씬이 단 5초! 툭 튀어나오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이야기가 흘러 가는데 이렇게 뻔뻔한 편집이 있을까요.
원더풀 데이즈, 아치와 씨팍도 그렇지만 영상 면에선 크든 작든 성과가 있는 작품들이죠. 그래서 더더욱 아쉬운 면이 있네요.
손예진의 더빙은 숨이 달리는 듯한 류승범이나 안 맞는 옷을 입은 임창정에 비하면 노력상은 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소수 의견.
원티드
셀마와 인디 애니 박스란 앤솔로지의 첫번째 작품. 전혀 기억이 없네요. 할머니랑 폭풍이 나온 것 같은데..
30분 정도의 중편인데 전 극장에서 봤었습니다. 장현윤 감독 특유의 감성과 무맥락한 진행이 돋보이는데 음악 감독님 말로는 시나리오가 계속 바뀌었다고. 제 취향에는 맞아서 귀엽게 잘 봤습니다.
이때만 해도 장현윤 감독이 잘 될줄 알았는데 장편은 감성으로만은 안 되나 봐요.
지금은 연상호 감독이 염세적인 장편 애니메이션들이나 대형 영화들로 유명하지만 그 이전에는 실제로 영상을 찍고 그림으로 옮기는 '로토스코핑'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무척 싫어했죠. 작업량에 비해 편집이나 연출이 너무 엉성했거든요. 이 분에 대한 전설로 유화과 수업에 애니메이션 작업물을 교수에게 보여주고 패스했다는 설이 있는데 영화과면 힘들지 않았을까.. 지옥은 그나마 그 엉성한 불쾌감이 작품과 연결되지만 이건 그냥 괜찮은 원작을 망친다는 생각만 들었네요. 보다 말았다면 너무 모욕적일런지.
웨이킹 라이프나 스캐너 다클리같은 장편 로토스코핑 애니메이션 인데 정말 단편적인 기억만 남아있네요. 세탁기가 사람에게 펀치를 날리는 장면?
그리고 저의 베스트는..
이걸 극장에서 보신 분이 계실까요? 이 시절엔 참 쓸데없이 발품을 팔았구나 싶기도 하고.
개봉 전에 공개된 예고편의 처참한 퀄리티 덕에 별의 별 소리가 나왔었는데, 본편도 물론 나은 편은 아닙니다만 전 꽤 재밌게 봤어요. 기승전결과 갈등/해결이 멀쩡히 있는 최소한 영화라는 꼬라지는 갖춘 각본이었거든요. 비록 8, 90년대 방화나 TV 단막극 수준이었지만 이거라도 한 한국 애니메이션이 몇편이던가... 추천은 못 하겠지만 멀쩡은 한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원작을 안 봐서 호의적인 걸수도?
의외로 음악이 꽤 좋았습니다. 사진 않았지만 상영관 앞에서도 ost를 팔았고요. 생각해보면 애니메이팅 등의 공정 작업은 기술이 안 되서 못해도 음악은 좋은 스탭이나 라이센스만 구입하면 되니 나쁘라는 법은 없겠죠.
번외
원더풀 데이즈와 같은 해에 개봉한 이 작품은 놀랍도록 공통점이 많습니다. 대작이고 사이버펑크 물이고 비쥬얼이 훌륭하고 싸이월드 감성으로 둘러쌓은 남녀상열지사이고.. 망했고...
감독들이 하는 말들도 비슷. 기승전결에 따라 테마를 나눠 캐릭터들의 심리나 드라마를 '비쥬얼'로 표현하려고 했다던데.. 물 불 비 바람 이나 석상이 부숴지는 걸로 관객들이 주인공 생각을 어떻게 알까요.
추천인 6
댓글 7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신기한 애증이 있는 작품인데 욕은 죽어라 하는데 일본어도 모르면서 일본판 상영회도 가고 그랬어요. 뭐가 바뀌어도 못 알아 들으면 무슨 의미가 있나.
거기 뒷풀이에서 엄청 어두운 농담도 나오기도. (당시 김문생 감독이..)


<신암행어사>는 나쁘지않았는데 극장용 애니메이션보다 TV애니메이션 에피소드를 보는 기분이었어요.
<아치와 씨팍>은 보지않았지만 여기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어요...😭
전 나이는 이미 들어서 마리 이야기만 보면 되겠네요, 야호!

그중 하나가 원더풀 데이즈...
원더풀 데이즈는 드디어 미국이나 일본 애니에 근접한 퀄이 나왔다는 가짜뉴스를 접하고 큰 기대를 하며 입장했었습니다.
차라리 컬트영화라면 받아들였겠지만 성우연기와 대사, 연출이 너무 괴랄해서 참기 힘들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영화관에서 애니메이션 보는 걸 참 좋아했었는데 한동안 울렁증이 생기더군요.
나중에는 괜찮아졌지만 주로 실사 영화만 보게 만들었죠.
아치와 씨팍은 코드가 좀 맞아야 재밌게 볼 수 있죠. 저랑은 맞더라고요.^^
원더풀은 일단 성우 바뀐 예고편 보니, 그 답답한 목소리 연기라는 단점 하나는 사라져서 다시 본다면 훨씬 편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