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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이야기 (1988) 프랑스 판 아큐정전

BillEvans
609 0 0

 

 

여자 이야기는 나찌 치하 프랑스 시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리라는 두 아이의 어머니는 기아에 허덕이며 풀을 뜯어다 먹고 산다.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인 마리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하는 것이 힘들다. 어느날 임신한 친구를 위해 중절을 해주게 된 마리는 이 사업(?)이 굉장히 장래 유망한 것임을 알게 된다. 남자들은 독일로 차출되어가 살아 돌아올지 아닐지 불투명한 상황에서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는가? 당시 중절은 불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리는 이 사업을 계속한다. 중절로 돈을 번 이후에는 집을 한 채 사서 창녀들에게 방을 빌려주고 세를 뜯는다. 탐욕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마리는 프랑스 판 아큐같은 존재다. 무식하고 탐욕적이다. 처음 가난하게 살 땐 자신이 탐욕적인 줄 몰랐다. 가난하게 살 때는 자기가 남을 돌볼 여유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돈이 생기고 보니 자기만 아는 차가운 사람이었던 거다. 중절을 하면서 태아도 생명이라고 생명을 죽인다는 죄책감같은 것은 전혀 없다. 중절을 해준 여자가 죽고 남편이 그 충격으로 자살했는데도 "문제가 생기면 찾아오랬는데 왜 안왔대요?" 하고 대꾸하는 여자다. 조국이라는 개념도 없다. 프랑스를 나찌군인들이 점령하고 있는데도 신경도 쓰지 않는다. 자기 사업(?) 불리는 데만 관심 쏟다가 돈이 생기니까 사치스런 옷, 미용, 호사스런 음식 등 자기 허영을 위해서만 돈을 쓴다. 오죽 답답하면 남편이 "지금 바깥은 전쟁 중이라고. 알아?"하고 소리칠 정도다.      

 

결국 체포되어 사형을 받는다. 원래 사형까지 가지는 않을 것을, 독일군이 밀리게 되자 프랑스를 단단히 장악하려는 목적으로 사회도덕 강화를 내세운다. 그 본보기로 마리가 걸린 것이다. 일개 여인 마리에게 사형을 내린 사법부도 웃긴 것이지만, 수많은 생명을 죽인 마리도 죽을 만했다. 

 

마리는 끝까지 자기 합리화를 하며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우리 아이들은 형편 없는 음식만 먹었을 거예요." "태아는 영혼이라는 것이 없다구요, 나는 사람은 안 죽였어요." "내가 문제가 아니야. 사회가 문제야. 사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어." "내가 부자가 아니라서 당하는 거야. 가난한 게 죄야?" 같은 식으로 죽기 바로 직전까지 남탓한다. 이웃들도 똑같이 가난하게 살았는데 그들은 정직하고 자기 윤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로 그려진다. 그리고 누가 십자가를 주자 내팽개쳐버리면서 신성모독까지 하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마리는 전형적인 이기적이고 무지하고 생각이 좁은 프랑스 인으로 그려진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마농의 샘에서 이브 몽탕이 그렇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던 이기적이고 잔인한 시골 농부가 생각났다. 하지만 마농의 샘에서 그렇게 생생하고 실감나게 그려졌던 이기적인 프랑스인이, 여기서는 그냥 흑백사진처럼 흐릿하고 개성이 덜 보여진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였다면 할 말 없지만.  

 

또한 마리는 나찌 부역자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나찌를 위해 일하지는 않았지만, 나찌 점령에 대해 무관심하고 그 안에서 자기 이익만 추구하였으니 간접적으로 나찌 치하에 공헌한 것이다. 사실 프랑스가 나찌에 점령당했을 때, 적극적으로 나찌에 부역한 사람은 몇명 안되었겠지만, 마리처럼 간접적으로 나찌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공헌한 사람들은 몇백만이었을 것이다. 사회의 타락에 공헌하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이라고 감독은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끌로드 샤브롤 이라는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본 것인데 별로 인상적이지 못하다. 신랄하고 풍자적인 것도 없고, 상영시간이 길어서 영화가 늘어지는 것 같다. 마틴 스콜세지감독은 카지노나 애비에이터에서 훨씬 긴 영화를 흥미진진하고 꽉 차게 만들었는데 말이다. 

그냥 무덤덤하게 마리라는 어리석은 여인의 일생을 보여주는데, 영화는 건조할 뿐 아무 감정도 실리지 않는다. 사실 이렇게까지 길 필요가 있는 이야기일까? 짧게 강렬하게 축약해서 메세지를 강렬하게 던지는 것이 어땠을까 생각한다. 커다란 물음표를 남기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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