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9
  • 쓰기
  • 검색

[국제시장] 마음 어린 공감보다 교과서적인 끄덕임

jimmani
3240 0 9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을 시사회로 보았습니다.

 

진정성은 엿보이나 그것이 세련되고 능숙하게 표현되지는 못한 영화입니다.

일부 매체나 평론가들에게서 제기되는 이 영화의 정치적 측면은 해석이 과장된 듯도 하고,

그런 의도보다는 고생만 하신 부모 세대들을 위로하려는 자식 세대의 마음이 순수하게 밴 듯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특히 온 가족이 모여 있을 때 덕수(황정민)이 방에 들어가 독백하는 결말부 장면에서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흥남철수부터 이산가족 찾기까지 한국의 현대사를 두루 섭렵하며

부모 세대의 위대함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고요.

 

그러나 그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이 대단히 전형적이고 올드해서 마음으로 우러난 공감을 하기보다는

옳은 내용이 들어간 교과서를 읽었을 때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수준에 머물고 맙니다.

무엇보다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흥남철수, 파독 광부, 베트남전 등

역사적 사례들은 많이 보이나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은 희미하다는 점은,

부모에 대한 감사함과 그 위대함을 표시하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모 세대를

누구와도 다른 생각을 지닌 한 개인보다 '부모'라는 역할에 또 한번 가두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영화는 부모께서 희생만 하셨다며 위로를 건네지만, 끝내 그런 부모를 '한 인간'의 위치로 끌어올리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덕수는 '희생만 하는 아버지'라는 캐릭터에 충실하면서 역사 속 사건을 실어나르는 매개가 될 뿐,

그 속에서 돋보이게 빛나지는 않는 듯 합니다.

영화는 한국의 현대사를 훑고픈 의지가 무척 강한데, 다큐가 아니라 스토리가 있는 영화이니

그 전달 매체로 덕수라는 인물을 집어넣어야 겠다는 생각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다 보니 영화는 '스토리'나 '사건'이 아닌 '사례' 중심이 되었습니다.

인물이 사건들 속에서 큰 변화를 겪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물이 사건에 변화를 주는 것도 아닌,

역사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그저 흘러가는 느낌입니다.

일련의 스토리 속에서 켜켜이 감정이 쌓일 때 마지막에 가서 그것이 효과적으로 터지는 법인데,

이 영화는 '아버지는 위대하셨지. 예를 들면...'이라는 화법으로 반복적으로 사건을 제시하다 보니

감동을 유발하는 방식도 치밀하기보다 즉흥적인 듯 하고, 그나마의 감동들도

영화가 개발했다기 보다는 역사 속 사건에서 으레 떠올릴 듯한 이미지를 차용한 것에 가깝습니다.

감동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대부분 적당할 때 끊지 못하고 한 템포 더 나아가 느슨해진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다만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배우 등 연기력이 충만한 배우들이 두루 포진해 자칫 교과서적이고

딱딱해 보이는 역할과 대사마저도 호소력 있게 소화하고,

말로만 듣거나 교과서에서 몇 줄의 글로만 만났던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들이

꽤 구체적으로 묘사된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역사적 순간들을 묘사하는 부분에서의 스케일과 세심함도 돋보였고,

덕수의 인생역정을 순차적인 구성이 아닌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현재 시점의 상황들 속에서

플래시백으로 던져 제시한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어렸을 적 자주 갔던 국제시장, 대영극장 등의 공간이 나와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전작인 <해운대>가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 어머니와 예전에 <카트>도 보고 이번에 <국제시장>도 함께 봤는데,

눈물은 <카트> 때 더 많이 나더라고 하셨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댓글 9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저도 해운대가 더 낫고 해운대보단 1번가의 기적이 더 낫더라구요.그나마 점점 퇴보하나.
뭐 윤제균 감독에게서 작품성을 기대하진 않아서 국제시장도 그럭저럭 재밌겐 봤네요.
01:13
14.11.29.
jimmani 작성자
해피독
저도 동의합니다. 오히려 세계관은 초기작들이 더 진보적이었던 것 같아요.
01:27
14.11.29.

와 좋은 리뷰네요. 보지 않았어도 영화가 어떤 느낌일지 다 알 것 같습니다.

09:36
14.11.29.
포인트팡팡녀!
王天君
축하해~! 王天君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09:36
14.11.29.
jimmani 작성자
王天君
감사합니다^^ 사실 영화가 심하게 예측 가능한 편이라 ㅎㅎ
13:56
14.11.2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도뷔시]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7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22:17 1175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2 익무노예 익무노예 5일 전20:46 1882
HOT 2024년 5월 7일 국내 박스오피스 1 golgo golgo 7시간 전00:01 1143
HOT 'Tarot'에 대한 단상 3 네버랜드 네버랜드 10시간 전21:08 474
HOT (약스포) 테리파이어2를 보고 2 스콜세지 스콜세지 8시간 전23:06 406
HOT 밥 아이거, ‘마블 스튜디오 매년 영화와 시리즈 수량 감축 ... 2 NeoSun NeoSun 9시간 전22:34 997
HOT 백상 예술 대상 수상 정리 3 NeoSun NeoSun 8시간 전22:58 1840
HOT 애비게일-예상치 못한 수작이네요 8 드니로옹 9시간 전22:19 1973
HOT 애비게일 보고 나오면서 쓰는 간단 소감 5 로다주 9시간 전21:54 1079
HOT 넷플릭스) 살아 있는 모든 것 - 초간단 후기 2 소설가 소설가 9시간 전21:51 800
HOT 아비게일 쿠키 없움 6 하늘위로 9시간 전21:48 736
HOT '시티헌터' 스즈키 료헤이의 13년 전 글이 화제 3 golgo golgo 10시간 전20:40 1922
HOT 라이언 고슬링, <라라랜드> 포스터의 손목 각도 후회 12 카란 카란 14시간 전17:18 2938
HOT 연상호 감독, 아오이 유우x오구리 슌 [가스인간] 쇼러너..K... 4 시작 시작 11시간 전20:21 1715
HOT 2024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은 [서울의 봄] 6 시작 시작 11시간 전20:17 1107
HOT (약스포) 올 더 네임즈 오브 갓을 보고 2 스콜세지 스콜세지 11시간 전19:40 235
HOT <파묘>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장재현 감독 수상 5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1시간 전19:40 997
HOT [엠마뉴엘] 리메이크, 산세바스티안 영화제 개막작 선정 3 시작 시작 12시간 전19:26 639
HOT [단독] 염혜란, 박찬욱 감독 신작 물망...손예진·이병헌·이... 5 장은하 13시간 전18:23 2498
HOT 다시 영화보러 서울가는 시대가 열렸다. 14 oldboy 13시간 전18:02 2944
HOT 일본 주말 박스 오피스 랭킹 TOP10 및 성적 정리 (5/3~5/5) 4 카란 카란 13시간 전18:00 404
HOT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해외 SNS 반응 번역 11 golgo golgo 15시간 전16:16 5742
1135604
image
NeoSun NeoSun 6분 전07:32 40
1135603
image
NeoSun NeoSun 11분 전07:27 92
1135602
image
NeoSun NeoSun 15분 전07:23 56
1135601
image
NeoSun NeoSun 29분 전07:09 102
1135600
image
NeoSun NeoSun 32분 전07:06 151
1135599
image
NeoSun NeoSun 33분 전07:05 125
1135598
image
NeoSun NeoSun 34분 전07:04 90
1135597
image
NeoSun NeoSun 38분 전07:00 96
1135596
image
NeoSun NeoSun 38분 전07:00 103
1135595
image
LCN3 LCN3 7시간 전00:34 526
1135594
image
클랜시 클랜시 7시간 전00:33 303
1135593
image
totalrecall 7시간 전00:22 352
1135592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00:01 1143
1135591
normal
카스미팬S 7시간 전23:44 231
1135590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7시간 전23:44 169
1135589
image
runaway 8시간 전23:25 237
1135588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23:11 693
1135587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3:11 561
1135586
normal
카란 카란 8시간 전23:09 666
1135585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8시간 전23:06 406
1135584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2:58 1840
1135583
image
NeoSun NeoSun 8시간 전22:53 554
1135582
normal
ydnnnn ydnnnn 8시간 전22:48 566
1135581
image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8시간 전22:45 227
1135580
normal
코하오너 9시간 전22:34 296
1135579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34 997
1135578
image
evilstar evilstar 9시간 전22:29 505
1135577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28 565
1135576
normal
전단메니아 전단메니아 9시간 전22:20 325
1135575
normal
드니로옹 9시간 전22:19 1973
1135574
normal
l&#039;etefrit 9시간 전22:11 309
1135573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07 471
1135572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2:06 312
1135571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56 368
1135570
image
NeoSun NeoSun 9시간 전21:55 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