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주온'과 일본의 실제 흉악사건들의 관계
일본 '리얼사운드'라는 사이트에..
넷플릭스 공포 시리즈 <주온: 저주의 집> 분석 리뷰가 올라와서 옮겨봤습니다.
우리에겐 좀 생소한...1980년대 말~1990년대 일본에서 실제로 벌어진 끔찍한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알아두면 <주온>을 이해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realsound.jp/movie/2020/07/post-583653.html
아래 글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넷플릭스 '주온'의 모티브가 된 일본의 충격 사건들
https://extmovie.com/movietalk/57247031
(스포일러 주의) <주온: 저주의 집>에 그려진 ‘진정한 공포’, 열쇠는 실제로 있었던 흉악사건
사람들은 유령을 무서워한다. 나도 그렇다. 밤에 잠들 때 누군가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발을 이불 속에 꼭 집어넣고, 그 이불 속도 ‘결코’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거기에 ※'사에키 가야코'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주온> 시리즈에 나오는 악령)
비디오판으로 시작되어 영화로도 몇 편 제작된 <주온> 시리즈는 충격적인 영상들로 우리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었다. 유령을 상상하면 대부분 우물에서 기어 나오는 긴 머리의 여자(사다코) 혹은, 계단에서 기어 내려오는 긴 머리 여자(가야코)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다들 기어 다니네!
헌데 그녀들 말고도 유령이라는 건 본래 인간이었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만약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머리맡에 서 있다면 두려움을 느끼기는커녕 오랜만의 재회에 가슴이 따스해질지도 모른다.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유령이라기보다는 ‘원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큰 차이는 ‘어떤 식으로 죽었나’, 즉 ‘저주나 부정(不淨)함을 낳을 정도로 강한 증오를 접하고 죽었나’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 과정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주온: 저주의 집>이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시대 설정의 의도: 일본 가정의 변화. 양육방치가 낳은 비극
이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시대 배경에 있다. 총 6화에 걸친 이야기는, 1~2화가 1988, 89년, 그리고 3화가 1994년, 4~5화가 1995년, 그리고 마지막화가 1997년을 무대로 하고 있다. 시기상 버블 시대 후기, 그리고 버블 붕괴 후다. 그 시대의 특징 중 하나인 “가족 본연의 모습의 변화”가 이 시리즈와 깊게 관련돼 있다.
1980년대 후반에는 저출산이 심화되면서, 한 아이만 낳는 3인 가구의 가정이 많았다. 그리고 제1화의 1988년이라는 시대는, 1985년에 남녀고용기회균등법이 제정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본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다. 이전까지 가사에 전념했던 아내, 혹은 어머니가 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파트타임 일을 하면서 맞벌이 가구가 늘어난 시대이기도 하다. 또한 버블 경제 가운데서, 씀씀이에 여유가 생긴 직장인 남편이 유흥을 즐기고 불륜상대를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던 시대다. 즉, 양친이 집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회라는 집밖에 더 신경을 썼던 것이다. 이것이 아이에 대한 방임주의, 양육방치로 이어지게 된다.
가족 간의 유대가 희박해지면서 아이가 느끼는 고독감은 증가했다. 가정 폭력이 늘면서 이혼한 모자 가정도 흔했던 시기였다. 1화에서 묘사되는 기요미(리리카)의 가정환경이 바로 그러한 모자 가정이다. 그 시기에는 학교 내 집단괴롭힘도 심각한 문제였는데, 아이들이 안고 있던 문제는, 거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어른들에게 전달되기 어려웠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대신해 기댈 곳을 찾으려 불량그룹에 가입하거나 밤거리로 나돌았다. 기요미의 급우들이 디스코텍에 뻔질나게 드나든 것도 양육방치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1화와 2화에서, 여고생들과 남고생(유다이(오사무라 코키))이 ‘저주받은 집’에서 기요미를 강간하는 장면은 참혹하고도 생생하다. 이것은 2화 가운데 TV 뉴스로 다뤄지는 (실제 사건)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과도 통하는, 그야말로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 현저하게 결여된 당시 소년소녀들이 저지른 범죄의 재현 그 자체인 것이다.
‘콘크리트 살인사건’의 주범이었던 소년 A 역시도 냉랭한 가정환경에서 자라, 양친한테서 제대로 애정을 받지 못했던 고독한 아이었다. 그런 식으로 양육방치, 방임주의 존재감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1화와 2화. ‘저주받은 집’에서 기요미가 받은 증오와 저주는 3화와 4화에서 기요미 본인의 가정이 양친과 같은 전철을 밟으며 무너지는 결과로 그려지게 된다.
1990년대의 실제 흉악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인간의 광기
이 시리즈에선 ‘콘크리트 살인사건’ 외에도 실제로 벌어졌던 여러 사건들이 얽혀 있다. 1화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이후 ‘저주받은 집’에 관한 정보를 재공해주는 남자 M은 ‘도쿄 사이타마 연쇄 유아납치 살해사건’의 범인이다. 여담으로, 극중 M 본인이 자신을 ‘오타쿠’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당시 그 사건의 범인이었던 미야자키 쓰토무가 “오타쿠, 로리콘, 호러마니아‘로 보도되면서, 세간에서 ’오타쿠‘에 대한 심한 편견이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저주받은 집’에 살던 하이다 집안에서 벌어진 비극은 ‘나고야 임산부 살인사건’, 성인이 된 기요미가 외국인들을 상대로 매춘을 하는 건 ‘도쿄전력 여직원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기요미의 행방을 찾는 오다지마(아라카와 요시요시) 일행이 사람들에게 묻고 다니는 장면도, 실제 사건이 벌어진 아파트가 있었던 시부야의 마루야마초 부근에서 촬영되어 현실감을 더한다.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사건’도 극중에 등장해, 그야말로 이 드라마 속에서 그려진 10년이 미쳐 돌아갔던 시대였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광기 어린 사건들이었다. 이러한 여러 잔혹 엽기사건들로 인해, 그 피해자들을 통해, 저주가 생겨난다. 그리고 그 저주는 땅에 스며든다. 영화 <잔예: 살아서는 안 되는 방>에도 나오는 것처럼, 땅이 더럽혀지는 것은 오랜 세월 동안 그곳에서 인간의 광기로 인한 죄, 살인이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서운 것은 누군가에 의한 엽기적인 행동이 오늘날에도 어디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저주받은 집’은 우리들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주온’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음으로써, 명확하게 전달된 이야기의 핵심
나는 이 시리즈가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온>의 이야기를 부감적(俯瞰的)으로 보는, ‘오다지마’라는 스토리텔러 같은 캐릭터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리고 이야기의 템포가 좋고, 각 화마다 무게감이 굉장하고 30분 정도로 끝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볼거리가 충실하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가장 좋다고 느낀 건 ‘엄청나게 무섭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공포는 비주얼에만 의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번 작품에는 지금까지의 <주온>을 무시무시하게 만들어온 명선수 가야코와 그녀의 아들 도시오가 안 나온다. 일본 공포영화들 가운데서 <주온> 시리즈가 그토록 많이 속편과 리메이크가 나올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그 모자의 강력한 존재감이었다. 하지만 <주온>의 핵심이 되는 공포는 가야코라는 괴물 그 자체가 아니다. 가야코는 단지 피해자 중 한 사람일 뿐이다.
<주온>의 핵심,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랑을 주고받았어야 할 가족들 간의 살육’이다. 앞서 이야기했던, 자식을 돌보지 않는 부모, 그리고 외도를 의심하는 부부 등, 붕괴된 가족의 비극이야말로 <주온>의 테마다. <주온: 저주받은 집>은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트랩형 살육머신에 불과했던 가야코의 존재를 지우고, ‘저주받은 집(토지)’과 ‘인간의 업보’를 주체로 삼음으로써 본래의 테마를 훌륭히 그려냈다. 또한 ‘저주받은 집’이 가야코가 살았던 어느 한 집뿐만 아니라, 일본 각지에, 아니 어쩌면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품의 근저에 잠들어 있던 진정한 공포를 끌어내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실제 사건들을 연결시킴으로써, 보다 ‘리얼리티 중시의 호러’가 되어 사람들을 공포 속으로 빠트리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이번 작품과 비슷하게 제작된 것이 <주온> 시리즈의 스핀오프로 알려진 <주온: 원혼의 부활>이다. 그 작품 역시 가야코와 도시오의 존재를 빼고 ‘저주받은 집’에서 비극을 만들어내는 가족을 다룬, 그야말로 ‘주온 스피릿’을 터트리는 작품이다. 아무래도 가야코가 나서지 않는 편이, 가족 간의 살육 행위를 더욱 부각시키면서 참혹하게 만드는 것 같다. <주온: 원혼의 부활> 중에서 특히 ‘하얀 노파’ 에피소드에 나오는 사건은 시리즈 가운데서도 가장 끔찍하고 기분 나쁘다.
부록: 지난 <주온> 시리즈의 이스터에그
과거작들의 이야기를 꺼낸 김에 <주온: 저주의 집>이 마음에 들었던 또 다른 이유도 적어본다. 그것은 오리지널, 특히 비디오판의 오마주가 전편에 걸쳐서 나온다는 점이다. <주온> 비디오 1, 2편을 봤던 사람이라면 뭘 이런 것까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가볍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우선 검은 고양이. <주온> 시리즈에서 빠트릴 수 없는 요소로, 원래는 도시오가 기르던 고양이였지만, 도시오와 마찬가지로 아버지 다케오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주온: 저주의 집> 1화에서 기요미를 함정에 빠트린 동급생이 고양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행방을 감춘다. 그 울음소리는 (오리지널 <주온>에서) 원혼이 된 도시오의 특징 중 하나로, 도시오의 고양이가 빙의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오리지널 <주온>처럼 여러 캐릭터들이 실종된다. 이점도 <주온> 시리즈의 클리셰로, 저주를 받은 인간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 외에, 대개는 가야코가 희생자들을 영계로 끌어들이는 식이다. 때로는 이불 속에서, 불단 속에서, 혹은 쓰레기장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이 나온다.
그리고 3화에서는 성인이 된 기요미와 유다이가 가명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여기서 유다이의 가명이 ‘고바야시 가츠지’, 아들의 이름이 ‘도시키’인 것도 오리지널 <주온>을 떠올리게 한다. ‘고바야시’라는 성씨는 (오리지널에서) 가야코가 스토킹했던 남자의 성씨이고(고바야시에 대한 짝사랑을 적은 노트를 남편 다케오가 발견하고 외도한 걸로 의심해 그녀를 죽인다), ‘도시키’라는 이름은 도시오를 연상시킨다.
또 개인적으로는 <트레인스포팅>의 주인공 렌튼도 새파랗게 질릴 무시무시한 4화도 과거 <주온> 시리즈와 깊게 관련돼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오리지널에선 다케오가 아내 가야코의 외도를 의심하여 그녀를 죽인다. 그리고 곧장 고바야시의 집으로 가서, 혼자 있던 고바야시의 임신한 아내를 죽이고는 배를 갈라 태아를 적출한 뒤 고바야시에게 연락한다. <주온: 저주의 집>에서는 마사키가 아내 뱃속에 있던 태아를 들고, 아내의 불륜 상대였던 하이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의 집으로 향하지만...
마지막으로 <주온: 저주의 집>의 결말은 1997년으로 끝이 나는데, 그 타이밍에 조금 신경이 쓰인다. 오리지널 비디오판 <주온>이 발매된 것이 2000년인데, 시간대로 따지고 보면 <저주의 집>의 이후가 되는 셈이다. 만약 3년 뒤 그 집에 사에키 가족이 이사 온다고 한다면...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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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코도 볼장다본 상황이라.. 리부트 쉽지 않겠어요.^^;
개인적으로 가야코 나오던 주온보다 더 좋더군요.
시즌 2 꼭 나왔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ㅎㅎ
매우 짧았고 나름 볼만했습니다만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미스터리 사건 보는 재미로 괜찮아서 시즌2 기다려지네요.
남쥔공이 예전 하이틴 드라마에서 쥔공의 바보 친구 같은 역할로 자주 나오던 분이었는데 나이가 많이 들었네요 ㅜ.ㅜ
같이 늙어간다는 생각에 슬프네요 헉!!!
가족의 붕괴는 모든 문제의 시작 같아요
주온과 관련하여 읽을거리가 많아서 좋아요 ^^
캐릭터에 대한 집착을 버린건 훌륭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이 리뷰를 읽고 나니 사다코의 부활은 정말 힘들겠구나 싶기도 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