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온 감독 신작 [이누나키 마을] 분노의 후기
제가 익무 와서 제일 많이 쓴 게시글이 아마 이 영화 관련 게시글들일텐데 그만큼 정말 기대 많이 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포영화 주온의 시미즈 다카시 감독 신작이기도 했고 이누나키 마을 괴담을 어린 시절에 흥미롭게 읽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죠. 일본에서 개봉하고 평가가 썩 좋지 않았을 때도 그저 일본 관객들이 좀 박하게 줬겠거니 했습니다... 제가 미련한 거였어요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거의 20년 전에 연출한 주온 시리즈에서 전혀 발전없는 실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보다 퇴보한 것 같아요. 세상에 영화 보는 내내 이게 2020년 영화가 맞는 건지 자꾸 스스로 되물었습니다. 차라리 예전 주온을 화질 리마스터링을 거쳐서 개봉해도 얘보다는 최신 영화처럼 보일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촬영이 좋으면 아무리 별로인 영화라도 좋게 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스토리 이런거 신경 안 쓸테니 좀 이쁘게라도 찍어봐라 이런 마인드이죠. 아무리 공포영화라지만 촬영이 이쁜 공포영화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근데 얘는 아니에요. 어째서 이런 구도에서 촬영했는지 의문이고 대체 어딜 찍는 건지 알 수 없는 샷들이 너무 많아요. 게다가 촬영이 좋은 영화라면 와이드 샷, 클로즈업 샷 등등 밸런스 맞게 배치가 되어있는데 이 영화는 너무 뒤죽박죽이에요. 카메라 워킹도 '아니 저런 장면에선 카메라 좀 내비둬!!' 속으로 외칠 정도였어요. 주온에서는 정적이게 잘 찍었으면서 여기서는 왜이리 역동적으로 흔들어 제끼는지...
CG와 분장도 처참... 귀신 CG가 그냥 사람위에 블러만 좀 먹인 수준이라 이걸 귀신이라고 믿어줘야하나 고민 많이 했어요. 누가봐도 그냥 단역들 여럿 불러서 흐느적 무빙만 시키고 대충 흐리게 CG처리 한 건데 이걸 귀신이라고 우기니 괘씸해서 원... 분장도 너무 싼티나요. 한 30-40년전 영화라고 해도 믿을 정도예요.
음악도 너무 과해요. OST담당이 이 작년에 개봉한 나카다 히데오 감독의 사다코와 똑같던데 그때도 제가 리뷰에 썼을 거예요. 음악이 너무 과하다고. 좀 조용한 구간이 없어요. 무서운 장면만 나왔다 하면 뭔가 '나 무서워 죽겠지~?'하는 음악이 자꾸 나옵니다. 최근 공포영화들은 OST를 되게 절제해서 써요. 무서운 음악이 나와도 과하지 않게 오바하지 않아요. 근데 얘는 음악이 엄청 호들갑떱니다. 시대착오적이죠. 최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주온: 저주의 집]만 봐도 음악이 거의 없어요.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는 뭐 말 할 것도 없네요. 일단 본론으로 들어가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립니다. 초반엔 주구장창 다른 얘기만 하고 있어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돼도 개연성이 거의 없고 가뜩이나 내용이 혼란스러운데 설명도 없이 얼렁뚱땅 끝나요...
쓰다보니 온갖 욕밖에 없긴 한데 그만큼 너무 크게 데였네요. 간혹가다 괜찮은 부분들도 있긴 하지만 2020년 영화, 그것도 주온 감독 영화면 이정도 수준에서 그치면 안 되죠. 한 2000년 초반쯤에 나왔으면 그나마 괜찮았을 겁니다.
+ 제가 어떻게 봤냐면 일본의 유료 스트리밍 사이트 TELASA(이게 맞나)에서 지금 선공개중에 있습니다. 일본어 압박이 있지만 가입도 간단하고 첫 달 무료라서 지금 가입만 하면 그냥 무료로 볼 수 있어요. https://web.videopass.auone.jp/c/telasa/
추천인 7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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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미즈 타카시가 할리우드 주온 1편까진 잘 찍었는데.. 재능을 다 소진한 모양이네요.
이 영화 일부러 안 무섭게 만들었다는 코믹 버전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