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을 봐야 하는 이유, 7가지!!!
코로나19 사태로 극장가 전체가 초토화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몇 자 끄적여 보았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분명 좋은 영화입니다. 부디 이대로 묻혀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게 됩니다. 어떻게든 또 어떤 식이든 관객과 조금 더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1. 당분간 볼 수 없을, 연기 신들의 미친 연기 대결
어느 하나 허투루 버려지는 1초조차 없는, 그야말로 미친 연기가 펼쳐지는 대배우들의 앙상블!
정우성의 느물거리기도 또 유약하기도 한 그러나 사랑에 사로잡힌 모습부터 단 한 신조차 놓칠 수 없는 전도연의 아우라는 그저 감탄이다. 배성우는 또 어떤가. 저토록 힘 빠진 배성우를 어디서 보았던가. 중요한 순간 제대로 사고 치는 윤여정에 발암유발 허동원, 공포유발 배진웅. 찰떡처럼 딱 맞는 연기 옷을 입은 박지환, 엇나간 사랑의 정가람과 신현빈. 어디에도 없을 악한 정만식마저도! 당분간 볼 수 없을 연기 신들의 미친 연기 대결에 그저 행복해진다.
앗! 있는 듯 없는 듯 그러나 영화를 장식하는 진경의 연기도 빼놓지 말자.
2. 일본 원작 소설의 완벽한 한국 영화적 재해석
원작 작가 소네 케이스케마저도 감탄하지 않았을까. 여지껏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 된 적 없는 그에게 자신의 작품을 그저 모방하거나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 상황과 이를 통한 재해석으로 억지스러울지 모를 상황을 유연하게 넘긴 영화적 완성도에 감탐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애써 밝히지 않는다면 이 영화가 일본 소설 원작이라는 사실은 까마득히 모를 것이다. 그만큼 원작을 잘 만져서 다듬었다.
3. 한국 영화의 지향점이자 도달점
많은 관객들이 천만이라는 상징적인 숫자를 말한다. 그러나 한 해 개봉하는 약 150여 편의 한국 영화 중 모든 영화가 천만을 넘길 수는 없다. 더불어 천만을 위해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영화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장르적으로 충실하거나 명확한 특징을 가진 영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적확한 기획과 이를 통해 정확한 지향점을 가진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말만 쉽지 실제로 제작해내기는 어렵다. 그런 까닭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한국 영화의 명확한 지향점을 보여준다.
적확한 기획, 명백한 목적, 그리고 배우들이 이루어낸 소위 미친 연기는 한국 영화의 도달점이라 감히 말할 수 있겠다.
4. 어디서도 보기 힘든 조연들의 눈부신 연기
영화를 보는 즐거움을 꼭 하나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플롯 자체가 주는 재미도 있을 것이고 특정 주인공의 아우라가 뿜는 희열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를 떠받치는 주인공들과 함께 이들의 틈과 틈 사이를 메워주는 조연들이 주는 재미는,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많지도 않다.
그런데 이 영화! 조연들에게서 빛이 난다.
발암을 유발하는 지배인 역의 허동원, 공포를 폭발시키게 하는 메기 역의 배진웅, 어디서 저런 찰떡같은 붕어를 데려왔나 싶은 배지환!
이들 셋은 등장할 때마다 주인공을 받쳐주는 조연으로 그치지 않고 그들 각자, 스스로 빛나는 조연으로 멋진 씬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들을 보는 게 행복하다!
5. 캐릭터, 플롯, 연출의 환상적인 3박자
사랑도 잃고 돈도 잃은 태영. 하루하루 삶에 잠식당하는 중만. 남편의 폭력에 맞고만 사는 미란. 각기 따로 노는 듯한 캐릭터를 이어주는 멋진 플롯. 그리고 이들의 등장과 퇴장을 단 1초도 허비하지 않는 멋진 연출.
이 3박자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매조지까지.
소비되는 것 없이, 낭비되는 것 없이, 매끄럽게 몰아가는 결론까지 그야말로 멋지다. 아마도 이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두고두고 회자될 영화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6. 한 감독의 탄생을 지켜보다
김용훈 감독. 그의 첫 작품이다. 누구에게나 시작은 있기 마련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역시 김용훈 감독의 시작점이다. 그가 앞으로 어떤 감독으로 나아갈지, 또 어떤 감독이 될지는 우리도 모르고 본인도 모른다. 다만 이 영화만 놓고 보자면, 그는 한국 영화의 한 부분을 담당해줄지 모른다는 희망이 들게끔 여겨진다.
한 감독의 탄생을 스크린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당장에는 몰라도 분명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7. 세 개의 플롯. 여섯 개의 장! N차는 필수
정우성이 책임지는 태영의 플롯. 배성우가 책임지는 중만의 플롯, 신현빈이 책임지는 미란의 플롯은 각각 기능한다. 이들 사이에서 완벽한 윤활유 역할과 함께 플롯 사이를 연결하는 키 퍼슨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전도연이다. 108분의 러닝타임으로, 또 단 한번의 관람으로 이 모든 내용을 완벽히 알아내거나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면 볼수록 보이는 영화, 그런 까닭에 N차는 필수다. 다시 볼 때 알게 되는 희열은, 무엇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영화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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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보면 볼수록 더 보이는 영화라 1회차만으론 부족하죠ㅎㅎ 조만간 4차 찍고 와야할듯 싶어요ㅎ
이런장르의 새로운 시도를, 신입감독이 해낸다는것이 한국영화의 미래를 밝게하는듯해서 더욱 반가웠지요. 응원합니다. 지푸들~~
주말인데 좋은 일가득하시고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