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전설(Viy,1967)-러시아의 고전 호러영화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유명한 고골리의 공포 단편 '비이'입니다. 초등학생이던 무렵에 처음 이 단편소설을 접하고 제가 느꼈던 공포심은
정말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젊은 남자가 3일 밤을 죽은 처녀의 시체와 갇혀 날이 어두워지면 자기를 잡으려고 안달하는 마녀와 사투를 벌입니다. 남자가 기댈 것은 성경 책과
자기를 지켜주는 직접 그린 성스러운 원이 전부죠. 남자는 머리가 하얗게 세어버리면서도 이틀 밤을 버텨내고 마지막 밤을 맞이합니다.
하루만 더 버티면 모든 게 끝입니다. 하지만 역시 끝판왕 없이 그냥 끝나는 법은 없는 거죠. 마지막 날 밤 마녀는 온갖 괴물과 악마들을 총동원하고
결국 닭이 첫 울음을 울기 전 남자는 죽고 말지요.
상당히 민화같은 스토리인데 역시나 이 단편 소설은 우크라이나 지방의 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섬뜩한 이 이야기가
어떻게 영상으로 옮겨졌을지 상당히 궁금해하면서 영화를 봤는데요.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상당히 충실하게 영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1967년도 작인만큼 여러가지로 허술한 면이 많이 눈에 띄는 건 사실이지만 영화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려서 전혀 거슬리지 않는군요.
<첫번째 밤, 죽어 있다가 벌떡 일어나는 마녀>
원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원 안에 들어간 주인공 남자를 보지도 못하는 마녀가 원 앞을 빙빙 돌면서 마구 째려보고 관에 든 채로 날아다니는
장면은 꽤나 인상적입니다. 어릴 때 이 영화를 봤다면 꽤나 무서웠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인 3일째 밤이 아주 멋집니다. 60년대 후반에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봐도 어색하지 않은 꽤나 멋진 연출과
상상력이 총동원된 매혹적인 괴물과 악마들이 출연합니다. 잘 살펴 보면 악마들의 연기도 좀 어색하고 역시나 기술력의 부족으로 분장이나 효과 면에서
어설픈 면이 있지만 이건 또 나름 무서우면서도 코믹하기까지 한 맛이 있어 일종의 시너지 효과까지 주고 있습니다.
<둘째 날 밤,관에 든 채로 날아다니는 마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영시간이 꽤나 짧아요. 1시간을 조금 넘는 정도거든요. 마녀와의 싸움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주었으면...특히 3째 밤의 분량을
좀 더 늘려줬어도 괜찮았을 것 같거든요. 리메이크 작이 나와줘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래도 소설이 가진 특유의 거칠고 고전적인 맛을 이 영화만큼
살리기는 힘들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거나 한 건 아니지만 원작의 재현은 정말 잘 해냈거든요.
<3일째 밤 여기저기서 악마들이 나온다>
<결국 악마들에게 둘러싸여 최후를 맞는 주인공>
호러영화의 거장인 마리오 바바도 이 원작을 가지고 '사탄의 가면(블랙 선데이)'란 영화를 만든 적이 있지만 사실 원작하고는 전혀 딴판인 영화라서
이 두 영화를 비교하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는 2008년에 박진성 감독이 만든 '마녀의 관'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도 원작 소설을 그대로 만든 것은 아니고 재해석하여 만든 다소 색다르고 난해할 수 있는 작품이라 원작하고는 거리가 있지요.
원작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그닥 추천하고 싶지 않군요. 고골리의 '비이'는 최근에 기담문학 고딕총서시리즈 중 하나로 출판된
'오월의 밤'이란 단편집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죽어서 나름 얌전히 누워 있는 상태>
여담입니다만은, 마녀가 너무 청초하게 이뻐요. 심지어는 시체일 때의 모습도 이쁩니다. 정체(할머니)를 드러냈을 때는 정말 추한 노파의 모습이지만요.
<깨어났다...근데도 이쁘다 ~오오~>
PS. 민화를 좋아해서 각국의 민화를 수집한 책들을 꽤 많이 봤는데요 러시아 지방 쪽 민화는 확실히 꽤 분위기도 있고 재미있습니다.
토미에
추천인 1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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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악.. 이 책 맞습니다. 저희 집에 전질로 있었는데 이사갈 때 못 들고 온게 아직도 한이 되는 책이죠.ㅠㅠ
지금 보니, 책 안의 삽화랑 표지가 전혀 다른 분위기입니다.ㅋ 표지 삽화는 되게 뽀사시하군요.
[마녀의 관] 외에도 여러 소설이 있던 거 맞구요. (모파상의 소설도 들어있었을 겁니다. [산장]이었나?)
관련 사진 찾느라 구글링 하다 발견한 건데요 70년대에 이렇게 출판된 적도 있네요~ㅋㅋ 근데 단독으로라기보다는 여기저기 공포소설집에 끼워져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던 걸로 기억해요ㅎㅎ 영화는 비디오로 80년대에 출시되었었는데 지금은 구하기 힘들죠 ^^;;

넘 잼나게 봤음....
아아아.... 추억의 책..
영화도 참 기괴했던... ㅋㅋ

아니 이런 재미있는 영화는 어떻게 본거야 나도 보고 싶어..^ ^ 재미있겠다.. 근데 왠지 영화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을 듯..
정성스러운 리뷰는 추천이 재맛..
역시 추억이라는건 무서운 거군요. 이렇게 사람들을 공포 한 가운데로 몰아부치는걸 보니. 줄거리를 보는 순간 "어 나도 봤는데,,," 삽화 그림을 보는 순간 "저 그림이 담긴 책, 책이 별로 없던 우리 집에도 있었는데,,,"
아마도 신학교 학생이 영주의 죽은 딸네미 마지막 길을 함께 보낸다는 줄거리로 기억.
그림자를 죽인 사나이, 터널 공포, 알프스 산장, 제목은 뒤죽박죽이지만 나름 재미있으면서도 무서웠던 이야기들이 기억나네용.


그나저나 7~80년대에는 저런 음침하고 공포스러운 줄거리의 소설들이 '소년소녀'용 독서로 많이들 나왔던것 같아요^^;
와.. 저도 어렸을 때 이 책을 읽고 무척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소년소녀 문학전집인가 하는 데 실린 단편이었는데, 삽화가 아주 끝장이었죠.ㅡㅡ;(새로 발간된 책의 삽화는 거기 비하면 장난 수준이라..^^;;)
근데 이 영화 구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