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익무 시사 후기입니다(스포 있습니다)
'충성에서 총성으로' 그리고 '계획치곤 우발적이었고 우발적이라기엔 계획적인', 우민호 감독의 10.26 해석은 이 두 문장으로 좁혀진듯 했습니다. 박통이라는 인물에 충성했고 그와 함께 대한민국의 1인자, 2인자가 되려고 했던 인물들 사이의 쟁투, 그리고 10.26이 일어나야만 했던 김규평 내/외의 정치 상황과 그의 선택. 우민호 감독님은 김충식 기자님의 논픽션 저서에서 탄탄한 팩트를 가져와 감독님의 언어로 구성하고 재해석하였습니다.
권력의 2인자가 되기 위해 김부장 김규평, 박부장 박용각, 곽실장 곽상철은 그들의 방식대로 박통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이성적인 느낌의 엘리트 중앙정보부 김부장, 서열에 밀려 살아남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전 중앙정보부 박부장, 괄괄하고 포악하기까지 한 대통령 경호실 곽실장, 그리고 아슬아슬 날렵하게 줄타기하는 로비스트 데보라 심, 그리고 젊었던 시절의 전두환.. 연기의 달인 분들이 그 시절 그 사람들의 모습을 설득력있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박통.. 저는 박통 역의 이성민 배우분이 참 소름돋았습니다. 권력의 정점에서 2인자들을 쥐락펴락하는 물흐르는듯한 술수, 그에게 임자는 과연 몇명이었을까요.. 권력 앞에서 뱀(의 표피)처럼 소름돋는 모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막사를 마시며 자신의 친우와의 과거를 회상하는 한 인간으로의 모습, 그리고 맥수지탄, 권력무상의 느낌이 뭍어나는 노래 씬까지.. 이런저런 모습들을 엄청나게 설득력있게 보여주었습니다. 엄청나게 유명한 인물인데도 너무나 '그라면 그랬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잘 들게 보여주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보아야 그 진가를 제대로 알 수 있을듯 했습니다. 인물들의 대칭, 시선의 방향, 비우되 허전하지 않은 심플한 배경들.. 영상들이 참 멋지고 아름답기도 하다는 생각이 줄곧 들었습니다. 회화같은 영화라는 말이 잘 어울렸어요. 음악과 사운드도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면서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정도 영상과 음악을 영화관에서 보지 않았다면 참 아쉬웠겠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익무 시사는 메가박스 성수 mx관이기에 꽤나 더 만족스럽게 볼 수 있었네요ㅎㅎ 다만 김부장 박부장 곽실장.. 호칭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지 가끔 대사가 귀에 잘 안들어온 것은 제 듣기 실력의 부족인지ㅠㅠ 아쉬웠습니다.
박통 시절 말기의 권력의 흐름과 10.26이라는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이기에 아는 이야기이면서도 흥미진진한 가상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느낌 또한 들었습니다. 허나 중앙정보부 건물에서 들리는 신음소리, 김영삼 재명, 부마사태 같은 유명한 실재 이야기들이 언급될 때엔 이 영화가 어느 인물들의 어느 시기에 대한 이야기인지 실감이 확 들었어요.
좋은 영화 뒤에 따른 gv 또한 좋았습니다. 특히 gv 후반부에 '남산의 부장들'의 저자 김충식 기자님께서 합류해주셔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영화를 거의 안보는 분이시지만 어떤 관객보다 더 날카로운 눈으로 우민호 감독님의 의중을 꽤뚫는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왔네요ㅎㅎ 또한 김충식 기자님 덕분에 우민호 감독님의 각색이 얼마나 일리(?)있는지 짐작할 수도 있었구요.
2020년 첫 기대작 남산의 부장들, 기대한 그 이상의 작품을 먼저 보게 되고 gv까지 듣게 되어 좋았습니다. 우민호 감독님의 흥행 공약대로 영화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간절히 바라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