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윤희에게' 후기 - 추신 한 글귀가 어찌나 먹먹하던지
<윤희에게> 보고 왔습니다.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를 굉장히 좋아해서, 그 영화처럼 오타루를 배경으로 한 한국 영화가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개된 작품은 <러브레터>와 얼핏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졌더라구요.
그래서 더욱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영화 자체가 편지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이 상당히 독특했어요.
편지라는 매체가 항상 그렇듯 영화 전반적으로 애틋함과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합니다.
그리고 두 여배우의 깊은 목소리가 나레이션으로 깔리면서 영화에 그러한 감정들을 차근차근 더하는 방식이 참 좋았어요.
더욱 인상깊었던 점은, 이 편지가 단지 단방향적 성격을 띄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처음에는 일본인 쥰이 한국인 윤희에게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윤희가 쥰에게 답장을 보내면서 쌍방향적 성격으로 끝납니다.
결국 인연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그리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했던 순간부터 항상 둘 모두의 것이었음을
<윤희에게>는 편지라는 가장 낭만적인 방식 중 하나로 써내려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지막 윤희의 추신이 정말 먹먹하게 다가왔네요.
배우의 연기가 참 좋아요.
개인적으로 <허스토리>에서는 좀 과장된 연기 같아서 아쉬웠던 김희애 배우가 이번에는 상당히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평소에는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 외롭고 쓸쓸하게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굉장히 다른 성격을 가진 딸과의 케미도 정말 좋아요.
각기 온도가 사뭇 다른 공간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스며드는 연기가 정말 훌륭했습니다.
이에 대응하는 일본인 쥰 역의 나카무라 유코도 상당히 좋았어요.
스크린 안에 보이는 것을 넘어, 이 캐릭터가 어떠한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게 하는 캐릭터 연출이었습니다.
이 둘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가진 김소혜 배우와 성유빈 배우의 톡톡 튀는 연기도 정말 재밌었습니다 :)
이 영화를 보니 오타루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제가 갔을 때는 여름이었는데, 이젠 눈이 내리는 겨울에 가보고 싶어요.
당분간은 가기 어렵고, 저도 지금 갈 생각은 없지만
먼 훗날 오타루의 겨울 운하를 보게 된다면 이 작품 <윤희에게>가 참 많이 생각날 것 같네요.
마침 이번 달 말에 <러브레터>도 다시 개봉하던데 <윤희에게>를 생각하면서 곱씹는 맛도 있을 것 같아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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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소재는 없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여운이 남아서 올해 몇안되는 N차 영화 중 한편입니다.
시작과 끝에 편지을 읽어주는 나레이션이 참 인상깊죠
윤희에게 더 많은분들이 더 보셨으면 좋겠어요.
후기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