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님 레딧 Aks Me Anything 번역
우리 시각으로 오전 9시 5분부터 봉준호 감독과 레딧 영화팬 사이의 AMA(Aks Me Anything)가 있었습니다.
현재 시각(오후 1시 50분) 기준으로 봉준호 감독님께서 답변하신 질문들만 모아서 번역해보았습니다.
오타가 있으면 지적해주세요!
Q. 왜 외국어 영화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영어가 아닌 영화를 찾지 않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세계에는 많은 창의적인 영화감독들이 있습니다. 단지 자막이 있다는 이유로 그 놀라운 영화들을 보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은 말이 안 돼요. 모두들 ‘광활한 영화의 바다’로 헤엄쳐 나아가길 바랍니다.
Q. 쭈니, 베리, 푸푸는 좋은 강아지입니다. 촬영할 때 어땠나요?
A. 그 강아지들은 매우 프로페셔널한 강아지들입니다. 걔네들은 저보다 영화를 더 많이 찍었어요! 촬영하기 매우 편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디저트를 먹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Q.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은 누구인가요?
A. 알프레드 히치콕, 브라이언 드 팔마, 구로사와 키요시, 김기영, 이마무라 쇼헤이, 데이비드 핀처, 존 카펜터.
Q. 2019년 개봉작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입니까?(<기생충>은 빼고요 ㅎㅎ)
A. 노아 바움백 감독의 <결혼이야기>입니다. 모든 배우들이 놀랍습니다. 시나리오도 좋구요. 또 사프디 형제의 <언컷 젬스>도 꼽고 싶네요. 에너지 넘치는 영화입니다!
Q. 저는 외국어영화에서의 자막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뉘앙스와 의미를 전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생충>을 준비하면서 번역가와 작업하는 데 힘든 점들은 없었나요? 또, 장면이나 테마가 담고 있는 특정한 의미를 관객들을 전달하기 위해서(관객들을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서) 구체적인 수정이 있으셨나요?
A. 많이 고치진 않았습니다만, 몇 개의 이름은 바꾸었습니다. 가령 ‘서울대학교’를 ‘옥스퍼드대학교’로 바꾼 것 처럼요. 또 ‘짜파구리’를 대신해서 ‘람돈’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라면과 우동을 조합한 것이죠.
Q. 시나리오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십니까? 캐릭터는 어떻게 잡나요? 플롯은? 주제는? 설정은? 초고를 쓰고부터 최종안이 나오기까지는 얼마나 걸리는지요?
A. <기생충>에 한정해서 답해드리자면, 저는 상황(situations)을 먼저 씁니다. 캐릭터를 특정 상황에 넣어 두고,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나중에 생각합니다. 저는 <기생충>을 3년 넘게 구상했고, 실제로 대본을 쓰는 데는 4달 정도 걸렸습니다. 촬영에 들어간 대본은 버전 2.2였습니다. 버전 2.0에서 대사만 조금 고친 것이었죠.
Q. 조지프 로지 감독의 <하인>(1963년 작)에게서 <기생충>의 영감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또, <언컷 젬스>의 팬이라고 들었는데 혹시 아담 샌들러와 작업하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A. 저는 <하인>을 <기생충>의 사전제작 과정에 관람했습니다. 부자와 그의 하인들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낸 영화죠. 이 영화 역시 ‘계단’을 사용합니다. 저는 아담 샌들러의 광팬입니다! <펀치 드렁크 러브>, <마이어로위츠 이야기>, <언컷 젬스>에서의 연기를 정말 좋아하죠. 기회만 된다면 그와 작업하고 싶습니다.
Q. 한국에서 자주 가는 단골식당이 있나요?
A. 너무 많아요! 국립중앙도서관 근처의 ‘토박이’라는 곳을 좋아합니다. 이탈리아 음식점인 ‘톰볼라’도 자주 가요.
Q. 좋아하는 책이 뭔가요? 좋아하는 문학작품이 궁금합니다.
A. 빌 크론의 <Hitchcock at Work>를 좋아합니다. 프랑수아 트뤼포의 대담집인 <Hitchcock/Truffaut>도 좋아해요. 레이먼드 챈들러의 <기나긴 이별>도 좋아합니다. 찰스 번스의 만화 <Black Hole>도 빼놓을 수 없죠.
Q. 좋아하는 호러 영화 리스트가 있습니까?
A. <샤이닝>, <엑소시스트>, <공포의 피라밋>, <미드소마>, <그것>, <바바둑>, <팔로우>(It Follows),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캐리>(1976년 작), <회로>(2001년 작).
Q. 저는 최근에 한국영화에 입문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잘 구성된 액션이 눈에 띄었습니다. 액션도 액션이지만 연출과 편집까지 좋았어요. 한국영화의 액션이 왜 이렇게 좋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우리는 훌륭한 스턴트 팀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촬영 장면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모든 것이 연결되도록 하는 현장감독(on-set editor)이 있습니다. 스턴트맨들은 감독이 제지해야 할 정도로 매우 용감하고 전투적입니다!
Q. 가장 좋아하는 <기생충> 장면은 무엇입니까?
A. ‘제시카 송’을 부를 때와 기우가 기택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장면이요.
Q. 영화 제작을 시작할 때 알았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첫 영화를 촬영할 때, 제작진의 관점을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관점과 감독의 관점은 때때로 다릅니다. 감독의 비전을 실현하려면, 그들의 관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Q. 인디 영화를 위해 배급사를 미리 참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 또는 조언이 있다면요?
A. “미래를 두려워하지 마라.”
Q. 어린 시절 영화 제작자의 길에 눈을 뜨게 한 영화는 뭔가요?
A. 아주 어렸을 때 히치콕의 <사이코>를 보았습니다. 앙리 조지 클루조의 <공포의 보수>도요.
Q. 필름을 선호하십니까, 아니면 다양한 세팅과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디지털 카메라를 선호하십니까?
A. LA와 뉴욕에 아직 필름 연구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필름으로 촬영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기생충>은 알렉사 65로 촬영했는데, 매우 영화적이고 아름다운 카메라였습니다. 나는 여전히 필름 촬영에 좋은 추억이 있습니다. 제 7편의 영화 중 5편은 35mm로 촬영했습니다.
Q. 감독님의 통역사는 말 한마디 안 놓치고 완벽에 가까운 통역을 합니다. 정말 대단해요!
A. 완벽합니다. 그 분이 없으면 저는 미국(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에서도 물론)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Q. 감독님과 송강호 배우와의 관계가 궁금합니다. 감독님 영화에서의 그의 연기는 정말 놀라운데, 당신이 그와 많이 일하기 때문에 저는 감독님이 그를 항상 염두에 두고 각본을 써왔는지 궁금했습니다. 새 영화를 만들 때마다 그와 함께 작업하려고 하십니까?
A. 그는 항상 영감이 됩니다. 그의 존재 자체가 제 시나리오 집필을 돕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캐스퍼처럼 제 마음속을 맴돕니다.
Q. 플롯에 복숭아가 추가된 이유가 있습니까? 개인적인 경험이 있거나, 유달리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습니까?
A. 대학 동기 중 한 명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그게 농담인 줄 알고 그에게 던지려고 복숭아를 샀는데, 그의 온몸이 빨개졌습니다. 다들 충격 먹었고, 굉장히 미안해했습니다. 아, 저는 복숭아를 던지지 않았습니다! 내 얘기가 아닙니다!!
Q. 아무나 5명을 초대할 수 있다면, 마지막 만찬 자리에 누구를 초대하시겠습니까?
A. 히치콕, 김연아, 케빈 드 브뤼네, 마틴 스콜세지, 그리고 고등학교 때 나의 영웅이었던 지미 페이지를 초대하고 싶습니다. 스페인 음식을 먹을 거에요. 파에야를 쌓아두고.
Q. 영화 속 ‘큰 바위들’은 무엇입니까? <마더>와 <기생충>이 떠오릅니다.
A. <마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마더>에도 아주 큰 바위가 나옵니다! 저도 최근에 <마더>의 바위가 <기생충>의 수석과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매우 놀랐습니다. 수석협회에서 보내준 선택지에서 <기생충>에 나온 수석을 선택했을 때,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Q. 가장 좋아하는 앨범/음악가는 무엇인가요?
A. 레드 제플린의 1집 앨범과 음악감독 정재일 님, 엘리엇 스미스의 <Figure 8>을 가장 좋아하니다. 도노반도 좋아해요.
Q. <기생충>에 나온 거리의 계단이 실제 계단인가요? 계단에서 촬영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웠나요?
A. 맞습니다, 현존하는 계단입니다! 넓은 지역에 인공비를 뿌려야 했기 때문에 촬영 몇 달 전에 동네 주민들께 선물을 드리고 협조를 구했습니다다. 특히 기우의 다리 사이로 물이 흐르는 것을 보는 장면의 경우, 계단이 작은 폭포처럼 보이기를 원했기 때문에 많은 물을 쏟아 부어야 했습니다.
Q. 자유시간에 어떻게 휴식을 취하시나요?
A. 잡니다!
Q. <기생충>에서 특별히 동질감을 갖는 캐릭터가 있나요?
A. 기우요. 엔딩 크레딧 때 나오는 노래는 배우가 불렀고, 저는 기우의 관점에서 가사를 썼습니다.
Q. 감독님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A. 제 반려견 쭈니요. 쭈니를 배 위에 올려두고 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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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답변이 킬링 포인트 같아요
잘읽겠습니다. 번역 감사합니다!
프린스 오브 다크니스 보고 이걸 떠올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