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가 영향을 받았지만 보다 덜 알려진 영화들

토드 필립스와 와킨 피닉스가 주요 참여하여 내놓은 작업물인 영화 조커는 마틴 스콜세지 초기 작품들에서 영향 받았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실패한 뮤지컬이었던 뉴욕, 뉴욕(1977)을 제외한 연작들인 택시 드라이버(1976)와 성난 황소(1980) 그리고 코메디의 왕(1982)이 조커를 만들기까지 레퍼런스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점인데요. 영화를 보면 표면으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떤 부분을 차용하였는지 골고 님이 올려주신 트리비아에도 잘 묘사가 되어 있습니다. https://extmovie.com/trivia/50094936
조커가 촬영지는 할렘이나 브롱스 그리고 뉴어크처럼 고담이 곧 뉴욕임을 알 수 있도록 여타 지역을 처음부터 배제한 채로 군중의 거리를 잘 드러낼 수 있게끔 선별한 곳이었습니다. 우디 알렌이 맨해튼을 만들면서 실제 맨해튼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사기극이나 마찬가지인 것처럼요. 존 슐레진저나 브라이언 드 팔마도 뉴욕을 잘 다룬 연출가들이었지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뉴욕하면 우선 순위로 떠올리는 영화 연출가로 대개 우디 알렌과 스콜세지를 연상합니다. 이번에 조커가 뉴욕의 거리인들에게 익숙한 장소와 친숙한 지점을 화면에 전시하여 관객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데, 뉴욕의 두 대가 못지 않게 뉴욕을 배경으로 70년대 헐리우드를 들었다 놓은 어떤 연출가는 여기서 조금 덜 거론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대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와 와킨 피닉스를 설득하여 중간에 매개 역할을 하고 자신의 연출 커리어에 전기를 마련한 토드 필립스는 영화 조커를 두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다가 의도치 않게 상징이 되어버린 사람으로 정의하며 묘사합니다. 필립스는 스콜세지 자신이 실패작이라고 여기는 뉴욕, 뉴욕을 제외하고 그 영화 사이에 연결된 연작인 택시 드라이버와 성난 황소 그리고 코메디의 왕 모두를 조커의 참고작으로 삼아 인용합니다.
1. 베트남에 갔다가 돌아온 트래비스 비클이 호감있는 여인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택시 운전을 하다가 세상을 뒤흔들 준비를 하지만 실패하고 우연찮게 소시민의 영웅상이 되는 택시 드라이버 2. 자신의 집착이 주변인과 자신 모두를 파괴하는 것을 알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에 대한 징벌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인간으로서 실패하게 되는 성난 황소 3. 그리고 가장 표 나는 연결고리인 과대망상증에 시달리는 코메디언 지망생의 자아실현기 코메디의 왕.
스콜세지는 오래 전 인터뷰에서 자신과 드 니로가 합작한 작품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코메디의 왕을 선정한 적 있는데 스콜세지의 작품이 풍자라는 톤을 유지하고 있다면 조커는 보다 직접적이고 매우 현실적인 감정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한 번도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 인물의 성격을 파헤치다가 그에 동조하는 어떤 사회 구성원들의 집합의 마음 속에 불을 당기는 장면을 막 발라낸 횟감처럼 화면에 드러내어 전시하니 미국에서도 이 영화의 잠재 위험성을 결코 가볍지 않게 다루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조커의 개봉이 다가오면서 스콜세지의 연작과 함께 조커의 레퍼런스가 된 시드니 루멧의 작품들도 다시 조명 받고 있습니다.
시드니 루멧이 50년대 중반부터 영화와 tv를 가리지 않고 참여한 많은 작품 가운데 비평 세력과 영화 애호가들이 눈여겨 보는 시기는 그의 70년대입니다. 루멧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나 스콜세지, 드 팔마, 스티븐 스필버그와 조지 루카스와 같은 세대는 아니었지만 70년대에 자신의 영화 경력을 완성한 연출가였습니다. 아서 펜과 동시대 인물이었지만 그보다 더 70년대에 헐리우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였고 그 때 내 놓은 작품들이 조커가 참고한 서피코(1973), 뜨거운 오후(1975), 네트워크(1976)입니다.
1. 촬영 직전에 감독으로 들어온 시드니 루멧은 이 영화에서 오프닝부터 매우 대담한 접근으로 관객을 휘어잡습니다. 영화의 도입부를 관객이 나중에서야 눈치채게 되는 형식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뉴욕에서 실제 경찰로 일했던 프랭크 서피코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의 주변 동료들은 부패해 있고 서피코는 매우 외로운 인물입니다. 조커에서 아서와 소피와의 관계가 표면으로만 묘사 되었다면 이 영화에서 서피코와 애인의 관계는 어느 시점의 단절과 두절을 담고 있어서 슬픔이라는 감정을 드러낼 사이도 없는 고독한 인간의 초상만 남습니다. 필립스가 서피코에서 따온 부분은 자신과 어느 것도 섞이거나 융화될 수 없는 타인과의 관계와 고독한 개인의 얼굴입니다.
2. 조커에서 아서 플렉과 군중과의 관계 묘사는 아주 중요한데 필립스는 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뜨거운 오후에서 빌려왔습니다. 서피코와 마찬가지로 뜨거운 오후 또한 유명한 실화를 영화화 하였는데 죄를 짓고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자들이 군중에게 지지를 얻고 이 장면이 매스컴을 타고 전국 방송으로 흐르며 생중계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흡인력 있고 출연진들의 앙상블이 오래도록 기억될 작품으로 당시에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와 함께 오스카 시상식에서 맞대결을 벌였습니다. 은행 앞에서 무리들의 호응을 얻는 장면이 유명한데 브루클린에 있는 프로스펙트 파크 서쪽 17번가와 18번가 사이에서 촬영 되었습니다.
3. 다음은 폴 토머스 앤더슨이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한다는 작품 네트워크입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마다 제작진들과 한데 모여 이 영화를 감상했다고 하던데 미국 영화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각본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한 편입니다.
줄거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는 어렵지만 조커에서 아서를 벼랑으로 몰아넣는 초반 어떤 사건처럼, 네트워크에서도 한 등장인물이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지 못할 상황에 내몰립니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서 폭탄 선언을 하게 되는데... <- 오래 전 비디오 테이프 케이스 시놉시스 흉내를 내면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네트워크는 대부 그리고 택시 드라이버와 함께 70년대를 대표하는 최고의 미국영화 가운데 하나로 평가 받습니다. 지금 당장 조커가 영화로써 가진 매력을 말하라면, 관객이 자발로 감상평을 말하고자 하는 시도가 줄을 이루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역사에 남은 고전을 소환하며 보다 폭 넓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으로 뻗어간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https://www.imdb.com/name/nm0001486/videoplayer/vi4003249945
우디 알렌은 루멧을 두고 뉴욕 필름메이커의 정수라고 치켜세웠으며 스콜세지도 자신과 동시대에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한 그의 70년대 작품들을 일컬어 통찰력을 넓힐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루멧과 두 차례 영화를 작업한 알 파치노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공로상 시상자로 나와 세련되고 사려깊은 사람이자 연출가라는 말을 남겼는데 곧잘 언급 되는 스콜세지의 영화 뿐 아니라 루멧의 작품들도 조커라는 영화를 이해하며 인물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당부를 남기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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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한 작품들 틈에서 조금씩 재료를 모아다가 하나둘 채운 느낌이 들었어요.




70년대 영화들의 날것 같은 느낌이 <조커>에 있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