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머스 - Screamers (1995)

서기 2078년을 배경으로 지구의 에너지 고갈을 해결한 시리우스 6B 행성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그것은 자원을 독점적으로 지배하며 지구에 공급하는 행성개발기업 신경제 블록(NEB)과, 과학자와 노동자들로 구성된 연합군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행성에서 채취한 자원에서 엄청난 방사능이 유출이 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시작된 전투는 10년을 넘게 지속 된다. 지루한 대치 상황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연합군이 개발한 방어용 병기 스크리머스가 자기 복제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면서 시작된다.

<로보캅>에서 강철 사나이의 화끈한 액션과 비애를 훌륭히 소화했던 피터 웰러의 터프한 연기가 인상적인, 저예산 B급 SF영화 <스크리머스>. 원작은 <블레이드 런너> <토탈 리콜>의 원작자로 유명한 필립 K. 딕의 단편 소설 <두 번째 변종>이다. SF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댄 오바논이 각색에 참여한 것도 영화에 대한 흥미를 높인다. <스크리머스>는 주어진 예산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센스가 돋보인다. 오랜 전투 후 살아남은 극소수의 인원과 제한된 배경, 2078년이란 시대가 믿기지 않는 소박한 액션들, 촌스럽긴 해도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특수효과 사용이 볼만하다.

사실 영화가 지닌 비주얼은 액션보다는 배경 부분에서 눈길을 끈다. 오랜 대치 상황으로 황폐화된 행성의 모습, 그곳에 피폐한 모습으로 늘어져 대립을 하는 등장인물들은 저렴하게 극적 분위기를 살리면서 저예산 SF영화다운 매력을 발산한다. 또한 사람의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는 파괴된 도시의 전경은 짧은 시간임에도 대단히 효과적으로 기능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연합군이 발명한 살인 병기 스크리머스다. 마치 움직이는 지뢰처럼 모래 바닥을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목표물을 포착 후 달려들면서 폭사를 하는 박력 만점의 살인 무기!

이 기계 장치의 진정한 공포는 스스로 진화를 하는데 있다. 스크리머스가 진화를 하는데 의문을 품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진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미스터리에 있다. 이야기가 진행이 되면서 차곡차곡 쌓여지는 스크리머스의 비밀은 매우 흥미로운 설정이다. <스크리머스>는 아기자기한 액션의 쾌감,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 전개, 두 번째 변종의 정체가 드러나는 반전의 묘미, 대재앙을 예고하는 어두운 결말 등, 즐길 요소들이 많은 재미있는 영화다. 저예산 SF영화를 선호한다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