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자씨 (스포일러 약간)


저번 주에 영화 "말아톤"을 보았습니다.
진짜 감명깊게 보았습니다. 제가 올해 본 영화들 중 베스트 5안에 들어가는 멋진 영화였습니다.
"말아톤"의 마지막 마라톤 장면은 지금 또 생각해봐도 감동으로 인해 심장이 마구 벌렁벌렁거리는 군요.
오늘은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도 너무 멋진 영화였습니다.
"친절한 금자씨"의 줄거리를 생각해 보면 왠지 영화 "말아톤"에서 들었던 나레이션의 분위기가 떠오릅니다.
"살인"적인 미모를 지닌 여인 이금자는 어린 시절에 뒤집어쓴 누명 때문에 10년도 넘게 교도소 생활을 해왔다. 그러다 결국 출옥하게 되고 이금자는 10년도 넘게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복수를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럼 그 때 금자씨의 기분은 어떨까?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
교도소 안에서 금자씨는 친절했었습니다. 겉으로는. 하지만 사회에 나오는 순간부터 친절은 사라지고 복수를 위한 냉정한 전진뿐이지요.
금자씨는 마음 속에 칼을 품고 살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언젠가 그 칼을 힘차게 휘두를 그 날을 위해 오랜 세월동안 칼을 숨기고 친절하게만 살아왔지요.
교도소를 나서는 순간부터 이영애 누나가 연기한 금자씨의 날카로운 카리스마가 발휘됩니다.
전도사인지 목사인지 하여튼 그 남자의 호의를 무시하는 그 첫 장면의 카리스마는 영화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 주지요.
호의를 무시한 뒤 선글라스를 척 착용하는 이영애 누나의 모습은 터미네이터 영화들의 도입부에 늘 등장하던 아놀드의 선글라스 착용 장면을 능가하는 파워를 보여줍니다. 파워~ 파워~ 언리미티드 파워~~
애초에 박찬욱 감독은 금자를 고두심 아주머니로 설정했다가 주위의 만류로 포기하고 이영애 누나로 바꿨다고 하는 기사를 읽었던 적이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중견 여배우의 제대로 된 연기력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무산돼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저는 그 때 생각했습니다.
"고두심 보다는 이영애가 백배 낫지."
오늘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나니 역시 이영애가 연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처음 고두심 설정을 만류했던 관계자들을 만나면 룸싸롱에서 술을 사주고 싶은 심정이에요. (나는 어차피 그 사람들 만날 일이 없을테니 말로만 인심 팍팍~~)
살인적인 미모의 금자씨, 얼굴에서 빛이 나는 금자씨, 가끔씩 엉뚱해지는 금자씨, 가끔씩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흘리는 금자씨, 스크린에 얼굴이 클로즈업 될 때면 왠지 모르게 영화의 작품성이 120% 올라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금자씨.
이영애 누나, 알라뷰~♥
영화는 교도소를 나선 순간부터 백선생을 향한 복수 준비를 차분히 진행하는 금자씨의 모습과 그녀에게 얽혀 도움을 주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보여줍니다.
과거의 인연을 보여줌으로써 교도소 안에서의 친절한 금자씨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이었습니다.
특히 교도소의 "마녀"를 연기하신 분의 압도적인 연기력은 금자씨의 생글생글 얼굴과 대비되어 더욱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그 분이 고기 구워먹는 장면에서 느낀 제 심정은 폭풍치는 태평양 한가운데서 에로틱할 정도로 새빨간 산딸기를 갈구하는 알프스 소녀의 마음과도 같았다고나 할까요(써놓고 보니 무슨 뜻인지 저도 모르겠군요 -_-).
암튼 그 "마녀"분의 연기는 뛰어났습니다.
그러는 가운데 복수의 대상인 백선생이 차츰 성깔을 드러내죠.
특히 식탁에서 손짓 한 번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그 장면은 남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장면이죠(음... 나만 생각해 봤나... 여러분, 저 변태 아니어요, 딱 한 번 1초동안 생각만 했을 뿐이어요 -_-;;).
암튼 식탁에는 게임기능이 있습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내가 왜 이런 말을...)
처음 이 영화에 대한 기사를 읽었을 땐 백선생이란 캐릭터가 엄청난 세력을 가진 조직의 보스 정도쯤 돼서 금자씨가 복수하려고 죽도록 고생하는 이야긴 줄 알았습니다.
영화를 보니 평범한 아저씨더군요. 겉으로만. 금자씨가 겉으로만 친절했던 것처럼.
영화 후반에 백선생의 진면목이 폭로되는 장면은 진국이었습니다. 금자씨에 비해 비중이 적은 캐릭터가 된 백선생이지만 복수의 대상으로서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할 만한 나쁜 X이더라구요.
이 영화는 복수에 관한 영화이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엄청 잔인한 장면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영화를 지배하는 것은 기기묘묘한 유머감각입니다. 유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화면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뿜어낸다고나 할까요.
압권은 금자씨, 백선생, 어린 아이 셋이서 삼자 대면 통역을 감행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백선생이 영어선생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한 이 장면의 느낌은 누군가의 부드러운 손이 저의 성감대를 간지럽히는 느낌이었습니다.
굉장히 엉뚱하고, 굉장히 웃긴데, 한 편으로는 굉장히 처절하더라구요.
한국어와 영어가 서로 칼부림하듯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와중에 점차 금자씨의 얼굴로 클로즈업되는 화면의 분위기가 환상적이었어요.
복수를 위해 길다란 학교 벤치에 대기하는 장면도 웃기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왠지 환상적이면서도, 왠지 처절했답니다.
하지만 웃음기를 거두고 잔인함을 드러내는 장면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특히 과거의 아이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여자아이가 서있는 장면은 참 섬칫하지요. 그 장면 촬영할 때 참 조심스러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밖에도 감독의 성향상 더 극단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을 법한 장면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이 영화는 화려한 카메오들의 등장이 화제가 되었었는데요, 많은 카메오 출연이 자칫 영화의 전개를 산만하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교통정리가 잘 된 느낌이었습니다.
송강호와 신하균은 예상 외로 출연시간이 길더군요. 그들이 나오는 장면이 금자씨가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순간이라 더 재밌었습니다.
많은 배우들의 연기 중에서 가장 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물론 당연히 나의 사랑 이영애 누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은 형사반장으로 나온 중견배우 남일우씨였습니다(배우 김용림씨의 남편이며 남성진씨의 아빠).
그 분이 폐교 안에서 사람들한테 차근차근 손목 사용법을 설명할 때의 연기는 정말 죽이더군요.
아까 말한 웃기면서도 환상적이면서도 왠지 슬프고 처절한 분위기가 그 분의 구수한 음성으로 느껴질 때는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분이 이런 과격한 분위기의 영화에도 잘 어울리는 구나!
정말이지 이 영화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대세를 이룹니다.
금자씨 자체가 무척 환상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랄까나.
마지막까지 그 환상적인 분위기의 화면이 흘러가는 것이 멋있었어요.
그 마지막 장면에서 "입에 재갈을 물리다", "새출발을 다짐하며 두부를 먹다"와 같은 표현을 환상적으로 표현한 영상이 제 마음을 감동의 물결로 파도치게 했습니다.
극장문을 나서는데 계속 그 장면들이 머릿 속에 맴돌더라구요.
그리고 이영애 누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그 누나가 마몽드 화장품 모델로 TV에 등장할 때부터 좋아했었는데, "친절한 금자씨"를 보고 나서는 죽을만치 좋아졌어요.
누나, 내 사랑을 이젠 더이상 거부하지 말아줘. -_-;;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느낌을 표현하는 말을 쓰고 싶은데, 또 왠지 영화 "말아톤"의 대사랑 얽히네요.
금자씨의 친절은?
백만불짜리!
금자씨의 활약은?
끝내줘요~ 오예! (:k)
추천인 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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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이로써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2005년도 조재형의 신비로운 예술상에서 신비로운 영화 부문에 "말아톤", "마파도"와 함께 후보로 올라갔습니다. (:k)
16:10
08.04.05.
2등
교도소 마녀역.. 고수희 라는 배우군요.
별로 기억엔 없는데.. `분홍신`에도 나왔었던 걸로 나오고,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뚱녀 친구였군요. 음 살짝 기억이 나려나..
암튼 마녀역의 이분 연기 끝내줬습니다.
금자씨 번외편으로 마녀 이야기를 찍어도 대단한 포스가 나올것 같습니다.
별로 기억엔 없는데.. `분홍신`에도 나왔었던 걸로 나오고,
`플란다스의 개`에서 배두나의 뚱녀 친구였군요. 음 살짝 기억이 나려나..
암튼 마녀역의 이분 연기 끝내줬습니다.
금자씨 번외편으로 마녀 이야기를 찍어도 대단한 포스가 나올것 같습니다.
16:10
08.04.05.
3등
아주 뽕가셨구라. ㅋㅋ 나두 통역씬 엄청 기억남는데..
난 마녀는 무서웠는데. 마른애는 시러하는거 알지? 할땐...-_- 흠..
젤 머찐건.. 금자씨 가죽코트!!!!!!!!!!!!!!!!
난 마녀는 무서웠는데. 마른애는 시러하는거 알지? 할땐...-_- 흠..
젤 머찐건.. 금자씨 가죽코트!!!!!!!!!!!!!!!!
16:10
08.04.05.
마녀 최곱니다...고기 구워먹을대 주위로 경찰들 다가오는 모습에.
정말...최고의 캐릭터다.! 싶었습니다.
꽤 됐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바람핀 자기 남자친구를 맛나게 드셨다던..
(진짠지 가짠지)모를 그 기사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금자씨의 입까지 올라오는 가죽코트를 보니 얼마전에 했던 우리 이쁜이
태희와 한예슬씨가 나온 구미호외전 코트가 생각나더군요..
후훗;;
정말...최고의 캐릭터다.! 싶었습니다.
꽤 됐지만 예전에 일본에서 바람핀 자기 남자친구를 맛나게 드셨다던..
(진짠지 가짠지)모를 그 기사가 문득 떠오르더군요..
금자씨의 입까지 올라오는 가죽코트를 보니 얼마전에 했던 우리 이쁜이
태희와 한예슬씨가 나온 구미호외전 코트가 생각나더군요..
후훗;;
16:10
08.04.05.
이영화를 보고 느낀것중에 하나가...
분명 웃긴장면이지만...하지만 여기서 웃는게 맞나? 여기서 왜 이런장면이 들어와서 웃음을 유발하는 걸까..아아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결국...고뇌하는 표정으로만 보게 된다는;;;
분명 웃긴장면이지만...하지만 여기서 웃는게 맞나? 여기서 왜 이런장면이 들어와서 웃음을 유발하는 걸까..아아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뭘까
결국...고뇌하는 표정으로만 보게 된다는;;;
16:10
08.04.05.
고두심이했으면 클날뻔했네요....^^
16:10
08.04.05.
쌩코메디 영화였습니다...
보는내내 웃느라 죽는줄 알았음...ㅡ.ㅡ
보는내내 웃느라 죽는줄 알았음...ㅡ.ㅡ
16:10
08.04.05.
진짜 원래 안웃긴 영환데
웃겨서 너무너무 짱났던 영화
이영애 그렇게 착한척 조신한척 하는 여자가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특유의 이영애 말투로 하는 말들은
정말 ,... 짜증지데로.
웃겨서 너무너무 짱났던 영화
이영애 그렇게 착한척 조신한척 하는 여자가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특유의 이영애 말투로 하는 말들은
정말 ,... 짜증지데로.
16:10
0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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