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영화제][PFF] 주말동안 본 대리석 인간, 승객, 야간열차 모두 좋았습니다. :)

너무 묻혀가는 영화제인 듯하여 간단하게 쓴 후기를 올려봅니다. (이글도 묻혀가겠지만)
한폴수교 30주년 기념으로 올해는 "폴란드의 날"(매년 5월달 첫째주 주말에 행사를 해왔음) 행사가 아닌 폴란드 영화제를 했습니다.
폴란드 영화하면 되게 생소하게 느껴질지 몰라도,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과 로만 폴란스키, 안드레이 줄랍스키, 최근 이다와 콜드워로 주목받는 파베우 파블리코프스키 감독과 여성영화제에서 소개된 아그니에슈카 홀란트 감독까지.
의외로 즐겨보지 않아서 그렇지, 독특한 작품세계를 가진 감독들이 많습니다. :)
러시아 영화쪽 작품 상영기회를 놓치고~
폴란드는 초대권으로 보게 되었는데~ 작품이 너무 좋았네요.
1. 대리석 인간 - 안제이 바이다
물론 상영시간을 확인하지 않아서(장장165분+GV 약 1시간가량), 정말 오랫동안 봤지만.
안제이 바이다 감독의 작품을 처음 접해봤는데, 거장은 괜히 거장이 아니더라구요.
대리석인간은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정말 인상깊은 작품입니다.
첨엔 프로파간다 영화를 찍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보니 영화학교 여대생이 70년대에 50년대 벽돌노동자의 상징인 비르쿠트란 사람의 다큐영화를 찍는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한때 노동운동의 영웅이었던 그가 왜 몰락하게 되었는지 추적하는 과정이 추리물 같은 느낌인데, 까도까도 계속 벗겨지는 양파처럼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사실 속에서 진실을 향해갈수록 자꾸만 은폐하려는 이들의 방해로 멀어지기도, 좌절하게도 만듭니다.
그럼 진실을 알려는 건 그냥 포기해야할까요?
그래도 알려고 해야한다는 게 영화와 감독의 결말인 거 같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엔딩을 보게되면, 다음 영화인 철의 인간이 궁금해집니다.
뭔가의 상징이나 영웅이 된다는 것, 시스템과 체제 속에서 꼭두각시가 되는 건 유쾌한 경험은 아닐 것입이다.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려주는 영화.
폴란드의 독특하고 기구한 역사적 현실 속에서 탄생할 수 있었던 작품같습니다. :)
거장은 괜히 거장이 아닌 것 같습니다. 몹시 흥미롭게 감상한 작품.
미술관 구석에 있는 한때 노동자의 영웅의 상징인 한 남자의 대리석.
영화학교의 여대생인 아그니에슈카는 마테우시 비르쿠트에 대한 다큐영화를 제작하려 합니다.
비르쿠트는 왜 몰락하게 되었는가를 밝혀가는 과정 중에서 드러나는 진실들은 편하지 않습니다.
폴란드에서 오신 영화평론가 우카시 야시나의 안제이 바이다와 그의 작품에 대한 강연도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
(통역하시는 분이 정말 열일하셨네요. 꽤 유명하신 분인 것 같았습니다. - 이런 정보에 좀 어두워서 잘 몰랐지만..;;
근데, 영어 자체도 어려운 문장을 이야기하시지 않아서 그냥 알아듣기에 어렵지는 않았지만, 폴란드 이름이 꽤나 길고 어려웠는데...
폴란드어와 영어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와중에 열심히 통역하시더라구요.)
일요일날 폴란드 영화제 2일차
폴란드 학파의 인물 중 하나이자, 안제이 바이다 감독과 반대되는 안제이 뭉크 감독의 영화 작품인 승객과 예르지 카발레로비치 감독의 야간열차를 감상했습니다.
승객은 초대권으로 감상했고, 야간열차는 원래도 보려고 찜해놨다가 추천받아서 보게된 작품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두 작품다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야간열차가 좀 더 흥미진진했습니다.
(추리물을 좋아하기에.)
2. 승객 - 안제이 뭉크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은 살짝 당황하게 됩니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실은 영화를 미완성하고 불운하게 세상을 달리했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말을 어떻게 내야 했는지의 고민도 그에 따른 결론도 알 수 있습니다.
새롭게 촬영하지 말고, 촬영하지 못한 장면은 스틸컷으로 촬영한 이미지에 각본상 대사를 넣기로 했기에.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적 요소와 극영화적 요소가 녹아들어가게 되고, 오히려 영화적 개성이 살아난 작품이 됩니다.
쉰들러의 리스트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유대인 수용소에 대한 사실적 영화이기에 의미가 크기도 합니다.
(전후 폴란드 사람들에게는 역사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그 사건 자체를 다룬다는 걸 굉장히 금기시했다고 합니다.)
남편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리자는 전후 독일로 돌아가는 호화로운 여객선 안에서 한 여인과 마주치게 되고, 자신의 예전 기억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남편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버젼이 있고, 다시 혼자만 회상하는 제대로 된 기억(?)이 있습니다.
그 기억 속에서의 모습은 좀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이런 류의 이야기는 항상 가해자쪽 기억과 피해자쪽 기억을 교차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는 남편에게 이야기하는 전쟁 시절 SS 감독관 출신의 과거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왜곡된 과거이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과거 속에서의 모습은 좀 다른 모습인데, 이 조차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기억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감독이 맨처음 의도했을 때 피해자 입장에서의 진실 부분을 넣으려 했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아무튼 기억이란 희미해지기 마련이고, 그렇기에 진상을 밝혀내고 계속해서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전후 독일로 돌아가는 호화여객선에서 우연히 한 여자를 보고 놀라는 리자.
과거 SS감독관이었던 리자.
그리고 리자의 감시하에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폴란드 정치범 마르타. 둘간의 묘한 신경전(?)이 주된 핵심.
영화가 끝난 뒤 멀리 폴란드에서 오신 영화평론가 우카시 야시나의 폴란드 학파의 영화적 유산과 안제이 뭉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시간도 매우 뜻깊었습니다.
폴란드의 비극적 역사적 사건은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의 역사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공감이 많이 갔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의외로 이해가 더 잘 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품 자체가 좀 난해하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살짝 걱정했는데, 난해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안타까움은 느껴졌지만, 그 자체로 영화적인 개성을 가지게 된 작품이어서 더 좋았던 작품이었습니다.
3. 야간열차 - 예르지 카발레로비치
첫 시작부터 몹시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아름답지만 나른하면서도 슬플 멜로디의 허밍소리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역전 광장의 모습 속에서,
누군가가 경찰 무리에 쫓기는 듯한 상황으로 시작합니다.
열차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승차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그 가운데에서 표없이 급하게 승차하려는 수상한 남자의 모습도 보입니다.
타려는 승객들로 가득찬 열차안에서, 침대칸을 2칸 모두 차지하려는 남자와 잘못된 표를 구입해서 그와 같은 칸에 묶게 된 한 여자.
쫓겨날 상황의 여자와 어쩔 수 없이 함께 열차를 타게 된 수상한 선그라스의 남자.
그리고 열차안에는 아내를 살인한 한 남자가 숨어있고 경찰이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이 승객들 사이에 돌게 됩니다.
그렇게 열차안에는 긴장감이 돌게 되는데...
영화자체만 놓고 보자면 흥미진진한 추리물이자 미스테리물이지만, 폴란드의 특수적인 상황을 대입해서 본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추리 스릴러물이 아니게 됩니다.
순간순간 보여주는 장면들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평생 떠안고 살아야 할 역사적 트라우마나 상처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렇기에 살짝은 오싹하기도 한 작품. 쉽게 잊혀지지 않는 여배우의 후회와 죄책감이 가득한 슬픈 눈망울과 슬픈 배경음악이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살짝은 괴이하기까지한 배경음악을 찾아서 링크하긴 하는데, 밤에 듣다가 잠 설칠 수 있음 조심...)
수수께기적인 행동을 하는 의문의 선글라스 남자.
여자에게 집착하는 남자.
선글라스 남자에게 흥미를 갖는 옆칸의 유부녀.
이 영화의 핵심은 마르타의 슬픔과 후회가 가득한 눈빛입니다.
인상적인 메인 테마.
Pociag - Trzaskowski ft Wanda Warska
저는 개인적으로 야간열차를 가장 재미나게 봤고, 대리석 인간은 시간가는 줄 모르고 봤습니다.
어렵고 난해할 꺼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어요~
폴란드 영화제는 다음주 수요일인 5.29일까지 하더라구요~ :)
영화제 이벤트와 정보글이 궁금하시면 아래글을 보시면 됩니다.
관심있는 분들 한번쯤 가서 보셔도 좋을 작품들이 한가득+_+
https://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46782127
쥬쥬짱
추천인 4
댓글 10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저도 몸상태가 좋지 않는데 갔다가 어제 하루종일 멍하니 있었어요.:) (손목이 너무 아파서 아무것도 못했다능..) 영화가 너무 좋고 보면서 저도 많이 위안받아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우울할 땐, 이런 영화들도 좋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봤습니다.

알았다면 진작 좀 시간표 짜봤을텐데 이제서야 봤네요. ㅠㅠ 그래도 아직 남았으니 남은 기간을 잘 봐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영화제 정보를 미리 알려주신 분이 계셨어요. 일본 감독 특별전히기전에 한다고.
전 4월달 러시아 영화 컨디션이 좋지 않아 놓치고~
좀 후회했었는데, 그나마 러시아 영화는 접하기 쉽지만 폴란드 영화는 아닌 것 같아서 일부러 시간내서 봤어요.

으아아 월말에 흥미로운 영화제들이 보이는군요.
저번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한 <유령 마을>GV때도 흥미롭게 봤었는데 요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는 행사들이 다채롭군요.
몸이 여러개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한동안 영화관가는데, 재미 못붙이다가 신세계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정보를 모르니 ᆢ알았어도 평일주말 다바쁘니 못가네요 ㅜ
집앞에 극장이있어도 무용지물 ᆢ 이런것좀 해주지 ᆢ
다양성 영화 넘 보고싶어요 좋은시간 보내신 쥬쥬짱님 부러워요

정보는 저도 우연히 알게 되어 공유했었어요.
영수다에서도 폴란드 영화제 이야기를 지나가듯 먼저 해주신 분도 있었어요.
극장이 좀 멀어서 걱정했고, 예전에 생긴지 얼마 안되었을 때 공기가 안 좋아서 기침많이 했었기에 걱정했는데 분위기가 많이 개선되었어요.
여기가 조금만 더 가까웠다면 회원제 가입했을텐데..
너무 멀어서 포기를...
저희 동네 근처에도 이런 곳 있었으면 좋겠어요.

스틸들만 봐도 품격 같은 게 느껴지네요.^^

폴란드가 공산국가일때부터 국가에서 자본가의 집을 영화학교로 설립하고 영화인재들을 양성했다고 하더군요.
(레닌이 선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고 강연시간에 이야기해주셨어요.)
그리고 서구문화가 완전히 단절되었던 시기에도 영화쪽 인재들은 예외적으로 서구영화도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역사적 특수성과 사상이 있던 시절이라 영화에 개성처럼 담겨있네요. 단 개방이 된 이후부터는 방향성을 잠시 잃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몸상태 부재로 못갔는데, 이랗게 갔다오신분 글 보고 위안 삼아야겟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