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 천하의 시작[英雄, Hero, 2002] 재개봉 관람기

[영웅 : 천하의 시작](이하 [영웅])은 2003년 상영했던 작품의 재개봉판입니다. 2003년에 비해 10여분 가량이 추가되었다고하나 사전에 관람하고 가지 않는 이상 추가된 부분을 인지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추가된 부분이 크게 눈에 띄지도 않고, 결말이나 이야기 전개가 수정된 부분도 없으니 2003년의 영웅을 생각하고 관람하셔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처음 [영웅]이 개봉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색'과 '액션'에 포인트를 맞추었습니다. 그게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이 영화에서 '색'은 이야기의 화자와 진위여부를 알려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여러 이야기가 중첩되는 전개구조상 강렬한 색채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인 만족감을 확보함과 동시에 관객에게 일종의 플롯 가이드라인이 되어준다는 점에서 '색'이라는 소재의 활용은 정말 훌륭한 선택이었습니다. 와이어를 활용한 액션은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서정적인 배경과 아주 잘 어우러집니다. 한 편의 시화를 보는 느낌마저 들 정도입니다. 특히 무명과 파검이 산 속 호수에서 벌이는 결투는 이 영화에서 가장 서정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12년전의 이연걸, 견자단, 양조위, 장만옥, 장쯔이를 다시 스크린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은 그저 반가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주제의식은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주제의식 때문에 [영웅]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중화사상을 전파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영화로 전락합니다. 티벳을 비롯한 중국내 소수민족 문제나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왜곡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문제적 결말에는 쉽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과거의 추억을 다시 스크린에서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반가웠지만 주제의식이 불편한 영화, [영웅] 감상기였습니다.
추천인 1
댓글 3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