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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받은 걸작, <사냥꾼의 밤>

건환과 건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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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로턴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찰스 로턴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감독' 찰스 로튼을 재기불능하게 만든 악랄한 영화 치곤, 너무도 황홀하고 몽환적인 작품 <사냥꾼의 밤>.

그 황홀함이 모세의 구원에서 비롯된 선함인지, 카인의 왼손에서 비롯된 악함인지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은 영화의 진피에서 뿜어져나오는 묘한 분위기의 핵심이다.(또한 영화 전체 주제의식을 관통하는 설정이기도 하다) 

 

사냥꾼의밤4.PNG

 

이야기의 시작은 전도사 해리(로버트 미첨)의 등장부터이다. 해리의 왼쪽손에는 HATE, 오른쪽손에는 LOVE라는 글자를 새겨져있다. 그는 신의 게시를 받았다는 말을 변명삼아 잔인한 짓을 마음껏 저지르고 다닌다. 그럼과 동시에 양손을 도구삼아 선과악에 대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사냥꾼의밤5.PNG

 

또 하나의 시점은 쟌과 펄이라는 꼬맹이 들이다. 이들에게는 사형수 아버지 벤이 있다. 벤은 곧 경찰에 잡혀가고 자신이 보관해둔 돈의 위치를 두 아이들에게만 알려주고선 떠난다. 아이들은 벤에게 절대 돈의 위치를 남에게 말하지 않겠노라 맹세한다. 경찰에 잡혀간 벤은 불행하게도 죽기 직전 교도소에서 만난 해리에게 상당한 양의 돈을 집에 남기고 떠났다는 것을 들킨다. 곧 벤은 죽고, 해리는 미망인이 된 윌리(벤의 아내)와 그녀의 아이들 쟌과 펄에게 접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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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을 보내고 홀로 아이들을 키우던 윌리에겐 해리가 큰 위로가 되었고, 마을 사람들도 윌리에게 해리와 결혼하기를 재촉한다. 하지만 큰아들 쟌은 해리가 꺼림칙하다. 해리 역시 호시탐탐 돈의 행방을 알기 위해 쟌을 들쑤신다. 결국 해리는 아이들이 돈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어린 여동생 펄을 먼저 추궁한다. 하지만 순수한 펄은 아버지, 오빠와의 맹세를 어기지 않고자 돈의 행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화가 난 해리는 펄에게 물리적인 압력을 가하지만 마침 창밖에 있던 윌리가 그 장면을 보게된다. 그러나 윌리는 이미 해리의 말에 현혹되어 그의 광신도가 된 상태이고, 해리는 비밀을 알게 된 윌리를 죽이고 자동차와 함께 물속에 빠뜨린다. 마을사람들에겐 윌리가 기도회에서 바람이 나 도망갔다고 말하지만, 쟌은 모든 사실을 이미 짐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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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쟌과 펄은 도망가기 위해 준비 하지만, 어린 그들에겐 모든것이 너무 서툴렀고 해리의 문턱에 끝내 막히고 만다. 결국 해리의 추궁으로 돈이 펄의 인형에 들어있다는 사실을 들키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쟌과 펄은 멀리멀리 도망친다. 나룻배 한척에 몸을 의지하여 도망친 그들에게 세상은 냉담했다. 그러나 우연히 쿠퍼부인(릴리안 기쉬)과 만나게 되고, 이미 부모가 없는 세 아이를 거둬 기르고 있던 쿠퍼부인은 쟌과 펄도 따뜻하게 맞아준다.(정확히 말하면 쿠퍼부인은 츤데레였으므로, 마냥 따뜻하게 만은 아니었긴하다) 그러나 해리는 쟌과 펄의 행방을 눈치채고, 쿠퍼가 키우던 첫째딸을 현혹시켜 다시 쟌과 펄의 돈을 탐내지만 결국 일곱식구가 꽁꽁 뭉쳐 해리를 몰아낸다. 평온해진 일곱식구가 맞은 첫 크리스마스를 끝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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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큰 주제의식 아래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표현방식의 조합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기이한 영화이다. 영화의 큰 주제의식은 해리의 양손에 쓰여져 있는 '선과 악' 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어디까지가 선이고 악인지 좀처럼 구분이 되질 않는다. 마치 해리가 오른손을 들면 선이되고, 왼손을 들면 악이 되는 것처럼 선과 악의 구분은 모호함을 넘어 구별의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사냥꾼의 밤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해리는 겉으로는 하나님의 게시를 받아 궁극적인 선을 가장하는 악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쟌과 펄 역시 사형수 벤의 딸과 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나쁜나무 아래 좋은 열매가 열릴 수 없다' 라는 구절을 생각해보자. 다시말하면 쟌과 펄은 태생부터 '악'을 달고 태어난 것이며, 그들이 고난을 겪는 것은 오히려 권선징악의 차원으로 해석되는 합리적인 것이 된다. 벤의 죄를 쟌과 펄이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영화 전반에 뿌려진 기독교적 의식과 연관지어 보면, 그들이 받는 고난은 곧 원죄로 인해 받는 고난, 즉 예수의 고난으로 해석될 수 있다. 

 

쟌과 펄이 도움을 청하러 간 버디는 윌리의 시체를 발견하고 죄의식을 느끼며 이미 전투불능이 되어 있다. 마을사람들은 해리에게 오래전부터 현혹된 상태이다. 쟌과 펄은 누구보다 순수한 영혼들이지만, 세상에는 이제 그들을 도울 사람들은 없다. 열두제자조차 끝내 부정한 예수의 마지막이 떠오른다.

사냥꾼의밤1.PNG

 

 

하지만 힘겹게 나룻배를 몰아 강가로 도망간 그들에겐 자연이라는 든든한 보호막이 있었다. 나룻배가 강가를 따라 흐르는 장면에서 수많은 별들과, 두꺼비, 토끼 등 자연물들을 클로즈업 해주는 연출은 그들에게 안정감을 부여한다. 쟌과 펄이 급하게 몸을 숨긴 목장에서 비춰지는 젖소들은 대지의 모성애를 보여주는 듯 하다. 그렇게 자연의 보호막이라는 장대한 개념이 응축된 인물은 바로 쿠퍼 부인이 될것이다. 결국 쿠퍼부인의 보호로 쟌과 펄은 다시 가족을 되찾고 희망찬 앞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사냥꾼의밤2.PNG

 

 

하지만 영화의 주제의식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문제의 장면은 죽어가는 해리에게 쟌이 울며 뛰어들어 아버지라고 부르는 장면이다. 결국 해리도 전적인 악인은 아니었던 셈이다. 결국 부모가 모두 떠나버린 세상에서 쟌에게 가족은 해리와 펄 뿐이었고, 악인임에도 불구하고 해리의 마지막은 쟌에게 너무도 잔인했던것이다. 결국 예수의 고난을 대변하는 줄 알았던 인물들이 마지막에 사탄에게 귀의하는 기막힌 패러독스가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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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복잡한 주제의식과 함께한 표현방식은 더욱 참신하다. <사냥꾼의 밤>을 지탱하는 두가지 큰 표현방식은 '표현주의' '필름 누와르이다.

표현주의는 1919년작 <칼리갈리 박사의 밀실>에서 그 단적인 예시들을 찾을 수 있다. 영화의 쇼트 하나하나를 도화지라 생각하고, 화자의 감정을 자유롭게 그려내는 것이 표현주의이다. 따라서 이는 선이나 면같은 단순한 조형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윌리가 강에 빠져 머리가 흐느적대는 장면들이 표현주의의 전형적인 예시가 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강력한 표현방식은 바로 '필름누와르'일 것이다. 필름누와르는 흑백영화에서 그 정점을 찍는다. 흑과 백의 대비로 명암을 조절하며 연출에 강약을 조절하는 방식을 '필름 느와르'라 일컫는다. 이는 공교롭게도 표현주의의 방식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대표적으로 해리가 윌리를 살해할때 방에 드는 빛과 바닥을 가르는 어둠의 대비같은 장면이 '필름느와르'의 전형적인 특징이 들어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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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막힌 것은 그 모든 암울하고 강력한 표현을 토대로, 미장셴들은 그 어느 동화보다도 아름답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주제의식과 연결되는데, 아름다움과 어두움 역시 선과 악처럼 대비되는 것이 아니란 것을 뜻한다. 새까만 하늘 안에 총총히 박힌 별들처럼 영화는 어둠도 빛이 있어야 더욱 어두우며, 빛도 어둠이 있어야 더욱 빛난다는 사실. 즉, 그들을 구분하는 것은 너무도 복잡한 것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사냥꾼의밤3.PNG

 

 

<사냥꾼의 밤>은 개봉과 함께 평단, 관객 양쪽에서의 비참한 혹평속에 묻혀진 영화이다. 앞서 말했듯 찰스 로턴이 다시는 감독에 도전하지 못하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웃긴건 영화 전반적인 주제처럼 결국 이 작품도 찰스 로튼에게 훌륭한 작품이면서 그를 나락에 빠뜨린 작품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나에겐 그 어떤 영화보다 심오하고 알맹이 가득한 영화였던 것 같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선과 악의 대립. 그리고 어두운 이야기속에 동화처럼 가득한 순수함들을 즐기기 위한 훌륭한 영화이다.

 

 

 

영화정보


<사냥꾼의 밤>/ 1952/ 찰스 로턴 감독/ 로버트 미첨, 릴리안 기쉬 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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