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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렉) 다크니스 vs 비욘드

Q-brick Q-brick
12943 24 10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편의상 평어체를 사용합니다.

※ 삽시간에 쏟아내듯 쓴지라, 가독성이 떨어져도 이해해주세요.

 

 

 

 

 

 

 

 

 

 

into_darkness_beyond.jpg

 

 

 


1. 간략한 평가
 
 두 영화 모두 좋은 여름 블록버스터들이다. 매력적인 주인공, 강력한 악당, 광활한 우주공간과 근미래적 비주얼이 주는 달콤함이 두 영화에 있다. 차이점이라면 〈스타트렉 다크니스〉는 난관·불안·추리에서 재미를 추구하지만, 〈스타트렉 비욘드〉는 단합·해결·통쾌에서 재미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어느 영화가 더 뛰어날까. 작품성과 완성도로 꼽자면 〈다크니스〉지만, 일반적인 쾌감과 시리즈 연속성을 생각하면 〈비욘드〉를 꼽게 된다. 허나 이 두 영화는 문장 하나로 개성을 정의하기엔 조금 미안하다. 걸작은 아니라도 두 영화는 분명 할 말이 많은 영화다. 게다가 이 두 영화는 의외로 비교해볼 만한 구석이 많다.

 

 내 통찰과 식견이 비록 얕으나, 흥미를 등불 삼아 짧은 분석을 해보려 한다.

 

 

 

2. 비교 분석

 

 〈다크니스〉와 〈비욘드〉는 제목이 아름다운 영화들이다. 제목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단번에 요약한다. 〈다크니스〉의 원제는 'Into Darkness'로, 영화가 제목 그대로 어둠을 향해 나아간다. 〈비욘드〉도 제목처럼 비약과 초월의 전개가 가득하다.

 

 이 글 서두에서 두 영화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대략 소개했다. 얼핏 두 영화는 전혀 달라보이지만, 기본적인 얼개는 동일하다. '스타 트렉'이라는 시리즈의 자장이 두 영화가 움직일 궤도를 정해놓은 탓일 것이다. 이 정해진 궤도 안에서 〈다크니스〉와 〈비욘드〉는 긴장과 쾌감을 이끌어내는 원천이 각각 다르다. 〈다크니스〉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감정을 자원으로 쓰지만, 〈비욘드〉는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정서를 동력으로 쓴다. 묶어서 표현하다보니 단순하게 긍정/부정으로 구분했지만, 속사정은 좀 더 복잡하다.

 

 영화의 기술적 완성도는 〈다크니스〉가 더 훌륭하다. 실사 촬영과 CG의 결합 방식, 근미래 시대와 공간이 맺는 유기적 관계, 쇼트와 쇼트 간의 속도차, 편집의 리듬, 음악과의 조화 등, 여러 방면에서 〈다크니스〉는 뛰어나다. 〈비욘드〉도 충분히 뛰어나지만, 〈다크니스〉는 완벽에 가깝다. 이동진 평론가가 J.J. 에이브람스를 두고 '몸 안에 시계가 있는듯한 리듬'이라 평한 것처럼, 관객석을 압도하는 긴장의 음율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두 영화의 완성도는 첫 시퀀스에서 이미 결정되었다고 생각한다. 〈비욘드〉는 커크가 외계인과 평화를 맺으려다 실패한다. 근데 실패가 전쟁으로 번지지 않고 작은 소동에서 끝난다. 외계인의 체구는 유머를 더하며, 소동은 부락의 규모 안에서 종결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모험보단 일상을 묘사하는 듯 보이며, 주연들을 확실히 소개하겠단 강박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첫 시퀀스가 끝난 후엔 당연하다는 듯이 커크의 나레이션으로 3년에 접어든 여정을 요약한다. 이같은 시퀀스의 크기와 가벼움은 영화의 크기를 줄이며, 영화 자체의 개성보다 시리즈 연속성을 강조해 영화가 마치 TV시리즈 같다는 느낌을 준다. 거대한 근미래적 풍경이 영화를 확장시키는 듯하나, 이 작은 무난함은 안전하게 결말까지 유지된다.

 

 이에 비해 〈다크니스〉의 첫 시퀀스는 야심 넘친다. 주연과 엔터프라이즈호를 모두 분명히 소개하며, 그 울타리 역할을 하는 플롯도 굉장히 잘 짜여져 있다. 인물들의 대화는 선수들의 탁구 경기처럼 현란하고 음악적이며, 행성의 운명과 주연들의 목숨을 저글링하며 긴장을 자아내는 솜씨도 빼어나다. 유머도 적절하다. 견디다 못해 툭 터진 것 같은 결말은 불쾌함보다 흥미를 돋우며, 살며시 종교와 과학에 대한 농담까지 던진다. 시퀀스의 짜릿한 해결과 실소를 유발하는 무책임은 단편적으로 끝나지 않고 이후 사건의 단초로 이어진다. 나는 2010년대 할리우드 상업영화 중에서 〈다크니스〉만큼 완벽한 첫 시퀀스를 가진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다크니스〉 자체가 상업영화의 걸작이란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긴장을 야바위마냥 자유자재로 다루는 실력만큼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비욘드〉는 시원시원하다. 중간에 쳐지거나 주저앉는 일 없이 주연들은 앞으로 나아가며 그에 따라 사건은 줄줄이 해결된다. 위험과 죽음은 조연과 단역들의 몫으로 돌아가며, 악당의 사악함만 가중시킬 뿐 영화는 애도하는 데 시간 들이지 않는다. 편집의 박자, 전개의 리듬도 이에 발맞춰 막힘없이 뻗어나간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개운한 느낌이 가득하다. (반복관람이 많을 거라 추측해본다) 반면에 〈다크니스〉는 기괴하다. 〈비욘드〉보다 기술적으로 더 완벽하며, 악당과 대결하는 깔끔한 기승전결의 골조를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불안의 찌꺼기를 남긴다. 여운이 어둡다.

 

 

Intodarkness_Beyond copy01.png

 

 〈다크니스〉와 〈비욘드〉는 감정의 무게가 상당히 다르다. 〈비욘드〉에선 함선이 대파돼도 우는 선원 하나 없다. 3년을 집처럼 지낸 함선임에도 신속하게 대피하고 시원하게 떠나보낸다. 그 냉정함을 보고 있으니 잘 훈련된 군대 같다는 생각이 쉬이 들었다. 반면 〈다크니스〉는 운다. 파이크의 죽음에 커크도 슬퍼하고 스팍도 슬퍼하며 연출로 눈물 흘린다. 이후 커크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사건을 파헤치는 동안에도 계속 그의 죽음은 듬성듬성 커크의 심중을 찌르는 듯 한다. 〈다크니스〉는 추를 달았고, 〈비욘드〉는 날개를 달았다.

 

 〈다크니스〉의 구심점에는 지구가 있다. 아무리 멀리 가도 지구로 돌아온다. 〈비욘드〉엔 구심점이 될 만한 곳이 없다. 요크타운은 잠깐의 정거장일 뿐이다. 이는 두 영화의 미학에서도 두드러진다. 〈다크니스〉의 카메라는 중력에 속박돼있다. 이리 날고 저리 날아다녀도 결국 바닥에서 이동한다. 어김없이 화면 위는 천장이며 화면 아래는 땅이다. 반면 〈비욘드〉의 카메라는 총알과도 같다. 빠른 속력으로 우주 빈 공간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화면의 상하좌우와 진짜 상하좌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거대한 적 군단의 진격도 파도 타듯이 자유롭게 훑는다. 요크타운의 기하학적 복잡함은 카메라를 더욱 비행하게 한다. 〈다크니스〉의 카메라는 좁은 공간에 갇혀 그 시야가 협소하나, 〈비욘드〉의 카메라는 때때로 전지적 시점을 고수한다. 마치 〈다크니스〉의 카메라는 현실의 고뇌에 묶여있고 〈비욘드〉의 카메라는 그 자체로 엔터프라이즈호가 되어 우주를 여행하는 것 같다. 또 다시, 〈비욘드〉는 날개를 달았고, 〈다크니스〉는 추를 달았다.

 

 날개와 추로 비유되는 〈다크니스〉와 〈비욘드〉의 차이는 거의 모든 요소에서 쉽게 발견된다. 〈비욘드〉에서 복수심은 순수한 동기다. 악당 크롤은 복수귀이며, 외계 소녀 제이라도 부모님의 원수에 대한 복수심이 서려있다. 이 둘의 차이는 대상의 차이다. 제이라는 원수에게 복수를 행하지만, 크롤은 엉뚱한 요크타운 사람들에게 복수를 행하려 한다. 제이라는 행운아다. 개인적 원수가 사회적 악이기도 하다. 제이라의 복수는 정의이자 운명의 심판이다. 크롤은 다르다. 복수하고자 하는 대상은 먼 과거에 이미 사라졌고, 홀로 남아 후손들에게 복수하려 한다. 대상을 잘못 설정한 크롤은 추하게 소멸한다. 잉여 하나 없는 깨끗한 마지막이다. 〈다크니스〉에선 복수심 자체가 위험이고 재앙이다. 복수귀 칸을 제압하려 바쁜 중에, 커크는 자신의 복수심도 억눌러야 한다. 후반에 이르러 이 복수심은 스팍에게 이어지는데, 그도 칸의 생포를 위해 복수심을 다스려야 한다. 〈다크니스〉에서 일련의 사태가 끝난 후 커크는 연설한다.

 

" 우리를 위협하는 자들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그들을 막기 위해선, 우리 자신 안에 숨겨진 악마를 깨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을 때 우리의 본능은 복수를 하고자 합니다. 하지만 그건 우리의 본 모습이 아닙니다. "

 

 〈비욘드〉는 철저하게 시리즈의 낙천적인 정신에 봉사한다. 감독의 전작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살짝 보이나, 그 모습조차 시리즈 정신을 조각하는 데 보탬이 된다. 〈비욘드〉에서 스타 플릿은 무조건 아군이며 진실한 집단이다. 우후라는 왜 무모한 행동을 했냐는 크롤의 질문에 "커크 선장도 그랬을테니까"로 답한다. 같은 팀은 끝까지 같은 팀이며, 한 번 신뢰는 영원한 신뢰고 배반하지 않는다. 이같은 단합과 단결의 메시지는 실제 세상과 〈비욘드〉가 맺는 관계에도 숨어있다. 실제 세상에서 안톤 옐친이 갔고, 레너드 니모이가 갔다. 일찍 간 레너드 니모이는 영화 속에 유품을 남기며 스팍에게 격려와 따뜻함을 전해주었고, 늦게 간 안톤 옐친은 제작진의 호명으로 진혼을 받았다. 단결은 영화 밖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타 트렉 시리즈의 협동 정신은 안밖으로 견고해진다. (그래서 트레키들의 충성심이 유난히 대단한걸까)

 

 이와 달리 〈다크니스〉는 시리즈를 도구로 삼아 다른 정신을 주조하려 한다. 〈다크니스〉의 외피는 스페이스 오페라지만 골조는 첩보물이다. 엔터프라이즈호 내부에서만 아군에 대한 신뢰가 있으며, 의심하고 서로 감시하기 바쁘다. 스타 플릿의 수장조차 믿기 힘든 극한의 상황 속에서, 자기 정체성과 정의를 찾아 해결책을 내놓으려 한다. 그 길은 좁고 험난하며, 목적지도 흐릿하다. 이렇게 영화를 어둡고 진지하게 만드는 경향은 9.11 이후에 유난히 심해졌는데, 〈다크니스〉도 그 흐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비욘드〉가 철저하게 성찰과 어둠으로부터 거리를 둔 것은 아니다. 악당 크롤은 본래 스타 플릿 소속이었으며 그 이전엔 군인이었다. 과거 인물이지만 수명연장을 통해 영화 속 시대까지 살아남게 되었다. 그는 스타 플릿에 앙심을 품고 테러를 일으키려 한다. 9.11 이후 수없이 변주된 '내부의 적' 또는 '아군이 만들어낸 적' 테마가 어느 정도 녹아있다. 허나 〈다크니스〉에 비하면 상당히 약하게 녹아있다. 〈다크니스〉의 악당 칸과 〈비욘드〉의 악당 크롤은 꽤 닮은 인물들이다. 신체에 과학의 힘이 깃들어 있으며, 스타 플릿에 어떤 앙갚음을 하려 한다. 그러나 차이점이 현격하다. 크롤은 과학의 힘을 빌리다보니 외적으로 추해졌으며, 복수심의 근원이 과거에 있다. 반면 칸은 과학의 힘을 빌려 완벽한 신체를 지니게 되었으며, 복수심의 근원이 현재에 있다. 〈비욘드〉가 9.11을 외면한 건 아니지만, 〈다크니스〉에 비해 고개 돌린 감이 없잖아 있다.

 

 〈다크니스〉 후반부에선 아예 하늘에서 비행체가 날라와 미국의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9.11을 대놓고 실체화한다. 21세기를 연 이 희대의 사건은 수많은 영화에 성찰의 태도를 불어넣었는데, 그에 비하면 〈다크니스〉는 좀 늦은 감이 없잖아 있다. 그렇다고 〈다크니스〉를 성찰이라 보긴 애매하다. 대부분의 9.11 이후 영화들은 '사건 이후'를 묻는다. 진정한 적이 어딨는지 찾고, 뒤바뀐 정세와 커진 위험에 대처하는 법을 모색한다. 반대로 〈다크니스〉는 발단부터 차근차근 사건을 가상으로 재구성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실제 사건과 선을 긋는다. 2001년 당시 테러가 일어났을 땐 1차 당사자들이 모두 즉사했으며 사람들은 구조하느라 대처하느라 바빴다. 허나 〈다크니스〉에서 테러는 분쟁의 여파에 불과하며, 곧바로 스팍이 테러 당사자의 뒤를 쫓는다. 확대해석이겠지만, 〈다크니스〉 후반부는 미국인의 환상을 적극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살짝 짐작해본다.

 

 〈다크니스〉 후반부를 '미국인의 환상'으로 짐작하기엔 큰 장애물이 있다. 〈다크니스〉는 시리즈 상업영화다.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만들어야 하는 숙명에 있다. 이 해피엔딩의 의무 안에서 〈다크니스〉 후반부가 만들어진 걸 수도 있다. 묘하게도, 이 해피엔딩의 강박 안에서 〈다크니스〉의 기괴함이 드러난다. 〈다크니스〉는 해피엔딩을 어색해하고 주저한다. 감정의 하강곡선을 실컷 그리다가 갑자기 뚝 끊고 이상한 좌표에서 상승곡선을 그려나간다. 〈다크니스〉를 개인적으로 좋아해도 보기 힘든 장면이 몇 개 있다. 몽고메리 스콧이 USS 벤전스의 무장을 해제시키는 장면, 스팍이 스팍 대사와 연락하는 장면, 죽은 트리블이 칸의 혈소판으로 살아나는 장면 등이 그것인데, 하나같이 갑작스럽고 장면 간의 연결이 울퉁불퉁하다. 이 장면 외에도 〈다크니스〉에선 많은 문제와 해결이 불일치하며, 이로 인해 미봉책이 난립한다. 칸과 72명의 초인들을 다시 냉동보관으로 봉인하는 장면과, 사건 발발 후 아무 이유없이 1년을 넘겨버리는 엔딩도 미봉책이다.

 

 또, 〈다크니스〉는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에 안 맞게 이율배반적 폐쇄공포증도 가지고 있다. 폐쇄된 공간을 두려워 하면서 폐쇄된 공간으로 자꾸만 돌아오려 한다. 아니, 차단되거나 밀집된 공간이라 보는 게 더 맞을 거다.

 

 

Intodarkness_Beyond2 copy1.png

 

Intodarkness_Beyond2 copy2.png

 

 〈다크니스〉는 인물과 인물이 엉켜있고 그 거리가 협소하며, 빼곡하고 갇혀있다. 대화하는 당사자들을 한 화면에 가두려하며, 멀리 있는 인물도 대화에 속해있는 듯 보인다. 반면 〈비욘드〉는 한 화면에 한 인물만 있는 경우가 많아 숨쉬기 수월하며, 사람이 많이 모여있어도 넓은 공간이 답답함을 방지한다. 대화장면에선 프레임 끝에 청자를 고정시켜, 계속 화면 바깥과 교류한다. 〈다크니스〉의 폐쇄강박증은 미학 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결정적 사건들이 실내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넓은 곳은 커녕 다시 좁은 곳으로 이동한다. 스팍과 칸의 싸움도 길거리서 시작해 좁은 비행선 위에서 끝난다.

 

 수준 높은 긴장 외에도 〈다크니스〉는 히치콕의 그림자가 보인다. 악당을 포함한 인물들은 대부분 사랑하는 이의 타락과 소멸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죄책과 복수 사이 어떤 지점에서 계속 방황하게 된다. 이를 더 잘 다루면 더 높은 작품성을 자랑할 수 있었을 텐데, 영화는 그러하지 못하고 섣불리 사건을 매듭 짓는다. 시리즈 상업영화의 한계 때문이리라. 재능 부족일 수도 있으나 가능성이 낮으며, 시간 부족이라는 이유도 '상업영화의 한계'에 포함된다.

 

 실력은 있으나 태생의 한계 때문에 주저하는 〈다크니스〉의 망측함은 흡사 스필버그의 〈우주전쟁〉을 보는 듯하다. 해괴하지만 아름답다. 하지만 〈우주전쟁〉은 걸작이다. 〈다크니스〉가 꽤 좋아보여도 걸작은 분명히 아니다. 그래서 나는 〈다크니스〉를 '미숙한 〈우주전쟁〉'으로 평한다. 이는 J.J. 에이브람스의 현재와 앞날을 지지하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저스틴 린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비욘드〉도 걸출하다. 만약 두 영화 중 하나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면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다. 〈비욘드〉는 관객을 기분 좋게 한다. 영화의 본분을 다한 것이다. 그래도 억지로 그 우열을 가리자면 〈다크니스〉가 더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만약 진성 트레키였다면 〈비욘드〉를 더 높이 평가했을 것이다. 굳이 트레키가 아니더라도 〈다크니스〉의 시리즈를 향한 무례함이 보이는데 하물며 트레키는 어떠할까.

 

 (안 그런 영화가 어딨겠냐마는) 이 두 영화에 대한 비교는 온갖 주제를 쏟아내게 만든다. 이 글을 마쳐도 나는 심심할 때마다 이 둘을 나란히 놓고 이리저리 가지고 놀 것 같다.

 

 

 

3. 그 외

 

 

normal_1397439454.jpg

 

 J.J. 에이브람스는 렌즈플레어로 유명하다. 사람들은 그 과도함을 비판하나, 정작 왜 그가 렌즈플레어를 사용하는지 추측해보는 이는 없다.
 내 생각에, J.J. 에이브람스는 영화를 필름이나 스크린으로 이해하지 않고, '유리창 속 또 다른 세계'로 이해하고 있는 듯 하다. J.J. 에이브람스는 환상주의를 지향하는 감독 중 하나다. 고다르나 비스콘티가 '영화는 허구다'라며 끊임없이 환상주의를 지양하는데 반해, J.J. 에이브람스는 영화 속 세계를 또 다른 세계라 믿고 영화를 만든다. 이를 위해선 스크린이 '빛을 반사하는 도구'가 되어선 안 된다. 또 다른 세상을 엿보는 '창문'이 되어야 한다. 알다시피 유리엔 빛이 조금 튕긴다. 이를 응용해 J.J. 에이브람스는 렌즈플레어를 마구 사용하는 듯 하다. 그래도 추측은 추측이니 확신은 못한다.

 

 히카루 술루에 대한 논란이 조금 있다. 〈비욘드〉에서 술루는 게이로 묘사되는데, 원작에선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논의는 새로운 스타 트렉을 바라보는 시선을 드러내는 지표가 된다. 술루의 동성애를 지적하면 새 시리즈는 원조의 복제품에 불과한 것이고, 술루의 동성애를 인정하면 새 시리즈는 독립된 시리즈가 된다. 어느 한 쪽을 틀렸다고 보긴 힘들다. 다만 새 시리즈가 갈림길에 서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겠다.

 

 〈비욘드〉에서 나온 밤장면 중 일부는 Day for Night 장면이었는데, 위화감이 없는 것을 보니 기술이 참 발전했단 생각이 들었다.

 

 

OriginalCrew.jpg

 

 이 사진을 보니, 영화라는 매체와 시리즈라는 콘텐츠는 시간의 예술이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Q-brick Q-brick
21 Lv. 40450/43560P

스탠리 큐브릭 팬 아닙니다. 그냥 이름만 갖다 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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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ㅋㅋ 우는 크루들이 없는건 정확하네요~ 자세한 분석 잘 봤습니다.  :)

20:07
16.08.18.
2등

'아...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소름 돋는 리뷰네요! 특히 추와 날개에 비교하신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저도 영화로만 놓고 봤을 때는 <다크니스>가 좀 더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스타트렉이라는 프레임에서 보면 <비욘드>가 더 '맞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양질의 리뷰 잘 읽고 갑니다!

20:19
16.08.18.
profile image 3등
감정선에서 확실히 차이가 있었던것 같아요~
20:28
16.08.18.
profile image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윗분처럼 다크니스와 비욘드를 각각 추와 날개에 비유하신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21:07
16.08.18.
profile image

다크니스가 쌍제이 작품답게 미려하게 잘 빠졌고, 첨 봤을 때는 끝까지 손에 땀을 쥐고 봤지만...

1년 뒤에 생각해보니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도 없었어요. 심지어는 티비에서 할때는 중간에 채널을 돌리게 되더군요.

화면빨 좋고, 관객의 감정을 잘 요리하고, 액션 좋고, CG좋고, 배우 연기 좋아도....영화 전체로는 그닥 좋지 않은 영화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걸 알게 해줬죠. 그 이유는 역시 이야기의 중심인 칸....

놀란은 조커를 자신의 영화로 불러와서 완벽하게 재창조했는데, 쌍제이는 굳이 칸을 끌고와서 영화를.... 쿨럭...

비욘드를 보고 나서 드는 생각은... '개인적으로는' 다크니스와 비교 당하기에는 비욘드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쌍제이의 1편은 좋아합니다. 6^^;;)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최고네요 ^^b

21:10
16.08.18.
profile image

글 잘 읽었습니다.

역시 큐브릭님의 리뷰는 언제나 좋군요:-)

21:24
16.08.18.
profile image

와... 비교 정말 잘 하셨네요.

두 영화 다 좋았는데

이렇게 감독 바꿔가면서 매편마다 색깔 달리해서 꾸준히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1:08
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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