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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4DX 시사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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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영화 '상영'에 다른 요소가 들어가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 편이고
특히 3D는 싫어하고 4D는 고개를 좀 갸웃거리는 사람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효과는 영화를 기막히게 살린다는 것까지 부인하진 않습니다.
예컨대 <드래곤 길들이기>같은 영화의 4D 효과는 정말 기분좋은 경험이었고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처럼 어트랙션으로 만들어져도 먹힐 만한 영화는
'그 효과가 나쁘지 않겠구나' 하고 어림짐작은 했는데, 장단점이야 물론 있습니다만 정말 그랬습니다.
 
Cinefex88.jpg

이 영화에서 4D의 효과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장면은 누가 뭐래도 퀴디치 씬이겠죠.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이렇다 할 무언가가 펑 하고 터져주는 영화는 아니다보니(정서적인 부분과는 별개로)
역시나 퀴디치 씬에 기합이 잔뜩 들어갔던데, 빗자루를 타고 어지러이 날아다니며
귓가를 휙휙 스쳐지나가는 퀘이플이니 블러저니 하는 것들을 실감나게 느낄 만큼 효과를 잘 살렸습니다.
이런 장면에서 관객은 분명히 3자의 시각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데
정작 효과는 P.O.V. 위주로 되어있다는 게 어떤 면에선 좀 이상하기도 합니다만,
장면을 '체험'하는 측면에선 분명 효과가 있습니다.
 
그런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4D를 좀더 자연스럽게 느꼈달까 하는 건 의외로 소소한 장면들이었어요.
사실 제가 제일 '기대'했던 장면은 퀴디치를 위시한 일련의 액션 씬이
'해리 포터가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에서 자기 지팡이를 처음으로 잡는 장면'입니다.
 
potter.jpg

그 바람 쓩쓩 불며 어리벙벙 놀라운 표정 짓는 장면 말이죠.

냅다 바람 불겠구나 예상했는데 의외로 등 뒤와 귓가를 감싸듯 따뜻한 바람이 더 강하게 느껴져셔,

아, 마법 지팡이라는 게 불러일으키는 기운은 이런 거였나 싶기도 해서 재밌었습니다.

 

그리고 4DX가 원래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이번에 보니

비교적 조용한 장면에서도좌석이 미묘하게 움직이는 대목이 꽤 있던데,

어떤 면에선 행여 의자에서 떨어질까 싶어 몸이 바짝 움츠러드는 액션씬에선

그 요란함 때문에 영화 자체에 대한 몰입감은 좀 떨어지기도 하다 보니,

정적인 장면들이 의외로 더 효과적이지 않았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부감 샷이나 천천히 패닝되는 카메라를 따라 아주 미미하게 움직이는 좌석 덕분에 몰입감이 올라가더군요.

(물론 개인차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30년쯤 전의 저였으면 분명히 멀미를 했을 겁니다만)

 

효과와 관련해서 스크린 밖의 조명이 개입하는 대목들도 제법 괜찮았습니다.

전반적으로 '획기적이고 놀라온 4DX'라고 할 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콘텐츠의 특성과 작품의 성격에 걸맞게 효과들이 적절히 들어간 작품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네요.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해서는 제 나름의 애틋함을 품고 있는데,
오래전에도 그에 대해 한번 쓴 적이 있습니다만 간단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암 투병중인 아버지의 간병으로 심신이 지친 오누이가 모처럼 영화한편 같이 본 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이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고 돌아가던 눈 내린 귀가길에 오라비 되는 사람이 뭔 생각이 들었는지
'지금껏 이렇다 할 만한 가족 이벤트가 없었는데 해리포터 영화가 앞으로 꾸준히 나온다고 하니
이 시리즈는 오누이가 같이 보는 걸로 하자'고 말 꺼내는 통에 긴 이벤트가 시작됐는데,
7년이면 될 줄 알았던 연작 감상이 10년에 걸쳐 어찌저찌 이루어졌다는 거.
오라비가 이따금 조카에게 10년의 무용담처럼 덤덤하게 자랑질을 할 때면
그 어미 되는 동생은 '느그 삼촌이랑 시간 맞추느라 되게 힘들었다'며 피식 웃고 있다는 소소한 이야기올시다.
 
각설하고, 그런 개인적 사연은 차치하고라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보는 감흥은
이래저래 앞서 적은 '애틋함'을 품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시커먼 털쟁이가 된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물론이거니와 루퍼트 그린트를 위시해서
한물 간 유행어로 세젤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엠마 왓슨의 아름답기까지 한 귀여움
(전문 연기자가 아닌 일반인 태를 채 벗지 못한 어설픔조차 살갑게 다가옵니다)을 보고 있자니
한때나마 삼촌 빨리와서 나랑 놀아주세요 하고 전화를 하던 조카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걸요.
 
반대로 첫 덤블도어였던 리처드 해리스, 1편부터 올리밴더로 출연했던 존 허트,
그리고 인생 캐릭터를 보여주신 스네이프 역의 알란 릭맨 등 세상을 떠난 명배우들을 보며
세월의 흐름을 다른 의미로 느끼게 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다시 보니 분명 디지털로 전환되던 시기에 나온 영화임에도 몇몇 장면들은 마치
<벤허> 류의 고전 영화를 보는 듯한 화면 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크리스 콜럼버스가 연출은 80년대 블록버스터 영화의 인상도 종종 풍기곤 합니다.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원래 이 영화가 살짝 지루한 감도 있는데 마냥 즐거웠어요.
즐거운 시간 허락해주신 익스트림무비에 감사드립니다.
 
 
-  EST였어요.

추천인 10

EST EST
46 Lv. 388515/400000P

안녕하세요 에스트입니다. 눈뜬 장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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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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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유브갓메일 2018.10.23. 09:52

생생한 후기 잘 봤습니다

 

4DX팀이 거의 경지에 올라서

액션,탈것이 있는 씬이 아니어도

잘 쓰더라구요 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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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09:54
유브갓메일
네, 시작하자마자 좌석이 슬그머니 움직이는 게 느껴져서 '어라?' 했더랬어요^^
댓글
2등 킹스맨2 2018.10.23. 10:11

글 잘써주셔서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해리포터를 보던 그 시절로 마냥 돌아가고싶기도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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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0:51
킹스맨2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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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stepin 2018.10.23. 10:22

지팡이 처음 선택 받는 신이 가장 실감나지 않을까 했어요. 마법사의 돌에선 늘 그 장면이 가장 설레더라구요 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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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0:51
stepin
맞아요, '설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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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이드 2018.10.23. 10:35

잘 읽었습니다. 더불어 오누이의 이벤트라니 은근 흐뭇하면서도 뭉클해지는 스토리예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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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0:52
스트레이드
소소하지만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였죠. 불의 잔은 지금 당시 교제하던 매제랑 셋이 같이 봤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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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go 2018.10.23. 10:50

정말 해리 포터 어트랙션 간 기분도 들었겠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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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0:53
golgo
어트랙션의 존재를 아는지라 은연중에 의식도 좀 하게 되더라구요.
댓글
LightHelp 2018.10.23. 11:18

ㅠㅠ이것도 내리기 전에 보고 싶은데.. 볼수 있을런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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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4:27
LightHelp
전 익무 덕분에 운좋게 봤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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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레오 2018.10.23. 12:15

글 잘읽었어요!!!!!

 

오누이와의 이벤트라니 것도 십년이나,,,참 의미있고 소중한 기억이겠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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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4:27
나의레오
동생님이 이거 보면 '또 나를 가지고 약을 팔어?'라고 할 지도 모릅니다 (웃음)
댓글
미의여신님 2018.10.23. 12:59

후기 잘봤습니다~~ 해리포터 처음에 보던때가 생각나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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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3. 14:28
미의여신님
저도요. 영화 보고 나오니 세상이 하얗게 변해있어서 더 살갑게 기억하는 것 같아요. 그때도 크리스마스 마케팅을 했었죠.
댓글
스푼 2018.10.23. 16:43

후기 잘 봤습니다 ^^

해리포터 출연한 배우들이랑 나이대가 비슷해서 함께 성장하는 기분으로 내내 영화를 봤었는데요. 

4dx 재개봉하니까 봐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아무래도 역시나 보긴 봐야겠네요 ^^ 후기 감사합니다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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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4. 00:25
스푼
비슷한 나이대로 함께 성장하면서 본 영화라면 느낌이 또 다를 것 같아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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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렁 2018.10.23. 19:27

글 정말 잘 읽었어요. 어린시절을 함께 한 해리포터ㅜㅜ 기대되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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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4. 00:26
라렁
하나 첨언하자면, 존 윌리엄스를 심하게 좋아하는 제가 멜로디를 놓고는 다섯 손가락 안에 두는 게 해리포터 메인 테마입니다. 이걸 다시 극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입꼬리가 광대뼈에 걸릴 정도예요>.<
댓글
아라고그 2018.10.23. 22:12

마음이 따뜻해지는 후기네요 :)

해리포터 팬인데도 이번 재개봉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이 글 읽고나니 조만간 집에서라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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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 작성자 2018.10.24. 00:27
아라고그
닉네임부터 팬 느낌이 물씬 풍기는군요. 저도 오랜만에 책을 한번 정주행해볼까 생각중이랍니다. (사실 몇년에 한번씩 하고 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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