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LA타임즈 인터뷰 전문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은 안전하게 갈 수 있었지만, 대신 그는 Mickey 17을 만들었다.
* 오역과 의역에 양해 바랍니다.
5년 전, 한국 영화감독 봉준호는 오스카 무대에 서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영화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계급 투쟁과 기만을 다룬 이 어두운 풍자 스릴러는 그날 밤 이미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봉준호를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했다. 수상 소감에서 그는 아침까지 술을 마시겠다고 농담했으며, 이후 백스테이지에서 들뜬 모습으로 트로피들을 마치 액션 피규어처럼 서로 맞대며 장난을 쳤다.
할리우드가 그의 발 아래 놓인 그 순간, 봉준호는 이전의 많은 국제적 거장들이 해왔던 선택을 할 수도 있었다. 대형 스튜디오의 고액 예산 영화를 맡거나, A급 스타들이 총출연하는 명망 높은 드라마를 연출하거나, 혹은 다시 오스카를 노릴 만한 영화를 신중하게 기획하는 것이었다. 팬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그의 차기작이 무엇일지 추측하며, 스타워즈나 제임스 본드 같은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에 그를 투입하기를 희망하기도 했다.
물론, 그 자신도 한때 그런 가능성을 고려해본 적은 있었다.
"프랜차이즈 영화에 특별한 끌림을 느끼지는 않지만, 한때 에이리언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뉴욕에서 줌을 통해 통역사 샤론 최와 함께 앉아 있던 55세의 봉준호 감독이 최근 아침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잠시 멈추더니, 특유의 건조한 유머를 덧붙였다.
"에이리언 뮤지컬이요."
춤추는 제노모프 대신, 봉준호 감독이 만든 것은 Mickey 17이었다. 금요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머나먼 얼음 행성을 향하는 식민 우주선을 배경으로 한 암울한 SF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하는 주인공 미키 반스는 승무원 중 최하위 계급인 ‘소모품(Expendable)’으로, 탐사 과정에서 가장 위험한 임무를 맡아 반복적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매번 기존 기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새 몸으로 ‘재생’된다.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마크 러팔로가 함께 출연하는 이 영화는 실존적 악몽과 부조리한 코미디가 공존하며, 봉준호 감독 특유의 계급, 권력, 착취라는 주제를 깊이 파고든다. 특히, 어떤 생명은 극도로 하찮게 취급되는 시스템을 면밀히 탐구한다.
아카데미상을 휩쓴 직후의 감독에게도, 1억 1500만 달러 규모의 이 영화를 제작한 워너브러더스에게도 그리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다. 최근 독창적인 SF 영화가 점점 희귀해지는 시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장르를 넘나드는 날카로운 풍자를 대형 스튜디오가 선택한 것은 상당한 도박이었다.
“제게 SF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바로 그것입니다.”
봉 감독은 자신이 감수한 위험을 솔직하게 인정하며 말했다.
“겉으로는 미래나 외계 행성을 다루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금, 바로 우리를 그리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죠.”
로버트 패틴슨조차 처음에는 Mickey 17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확신이 없었다. 이 영화는 2022년 출간된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Mickey7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패틴슨은 오랫동안 봉준호 감독을 존경해왔지만, 직접 함께 작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저에게 있어 범접할 수 없는 감독이었어요.”
패틴슨이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다 봉 감독이 LA에서 ‘비밀 프로젝트’ 관련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그는 곧바로 그 기회를 잡았다.
“당시 스튜디오에서 이런 종류의 영화는 전혀 만들어지고 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건 정말 큰 기회다’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그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극적인 톤 변화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도대체 어떤 톤으로 연기해야 하는 거지?’”
패틴슨이 말했다.
“이걸 덤 앤 더머처럼 가볍게 해야 하는 건가, 아니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진지하게 가야 하는 건가?”
정답은, 결국 둘 다 조금씩 — 그리고 그 이상이었다. SF 설정을 넘어 Mickey 17은 권력과 착취의 문제를 탐구한다.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식민 탐사대의 리더는 기괴할 정도로 자기중심적이며(그리고 트럼프를 연상시키는) 컬트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는 인물이다. 그의 아내(토니 콜렛)는 얼음 행성의 토착 생명체인 ‘크리퍼’를 재료로 한 소스 개발에 집착하며, 그녀 또한 극단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미키의 반복되는 재생이 식민지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뒤흔들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권위는 물론 ‘인간의 가치는 무엇으로 결정되는가’라는 근본적인 개념 자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기생충 이후 봉준호 감독에게는 수많은 기회가 쏟아졌지만, 그는 25년간의 영화 인생에서 늘 그래왔듯이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그는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다. 그중 하나는 런던에 거주하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관련된 실제 인물들의 윤리적 문제로 인해 결국 포기했다. 또 하나는 심해 생물을 다룬 애니메이션으로, Mickey 17에 앞서 개발을 시작한 프로젝트이며 현재 완성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그러던 중, 봉 감독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에 매료되어 이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작품상을 받으면 무슨 일이 생기죠?”
봉준호 감독과 옥자, 설국열차에서도 함께했던 Mickey 17의 프로듀서 최두호가 말했다.
“봉 감독은 원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는 Mickey 17을 선택했어요. 이 영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하는 수많은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지만, 동시에 유쾌하고 이질적인 방식으로 그려내죠. 봉 감독은 언제나 자신의 비전과 창의적 직감을 따르는 사람입니다. Mickey 17 역시 그가 기존에 만든 영화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했어요.”
기생충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2억 5800만 달러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을 때, 봉 감독 자신도 그 성공에 놀랐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 자신의 작업 방식에 영향을 미치도록 두지 않았다.
“상을 받았던 것은 굉장한 영광이었어요. 그리고 저에게도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죠.
이전에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봉 감독이 말했다.
“하지만 제 작업 방식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어요. 특별히 쉬지도 않았고요. 그냥 계속해서 작업을 이어나갔을 뿐입니다.”
그러한 작업 윤리는 Mickey 17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에도 자신만의 기묘하고 왜곡된 ‘봉준호식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를 구축했으며, 단 한 장면도 촬영되기 전에 먼저 세밀한 스토리보드를 통해 영화를 구상했다. Mickey 17의 세계는 현실감 있고 촉각적으로 와닿으며,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나 존 카펜터의 괴물 같은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아날로그풍 기술과 산업적 퇴락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봉 감독과 그의 팀은 우주선 ‘드라카르’를 단순히 미래적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우주 속 공장처럼 인간의 삶이 기계화되고 생존이 개인성을 희생한 채 최적화된, 억압적인 관료주의적 공간으로 디자인했다.
“SF 영화를 디자인하는 즐거움이 분명 있지만, 이 영화 속 캐릭터들은 세련된 우주선보다는 오히려 지저분한 뒷골목에 더 어울리는 인물들이에요.”
봉 감독은 말했다. 그의 영화 제작 과정과 창작적 영향력은 이달 말 아카데미 영화 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를 통해 조명될 예정이다.
“우리는 반짝이고 세련된 우주선 대신, 훨씬 더 거친 화물선 같은 느낌을 선택했습니다.”
레트로 퓨처리즘적인 디자인을 배경으로, Mickey 17은 노동자를 대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하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들은 미키를 계속 찍어내 죽게 만들고, 그 개념 자체에 영화의 모든 코미디와 비극이 담겨 있어요.”
봉 감독이 말했다.
“현실에서도 치명적인 사고로 끝나는 직업이 많죠. 사고가 나면 한 노동자가 떠나고, 또 다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웁니다. 일 자체는 변하지 않아요. 단지 사람이 바뀔 뿐이죠. 이건 우리 시대의 자본주의적 비극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걸 더욱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처럼 무거운, 때로는 절망적이기까지 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봉준호 감독은 Mickey 17을 자신의 가장 유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인간이란 그저 웃긴 존재들이라고 생각해요.”
그가 말했다.
“아무리 현실이 가혹하고 우울하더라도, 사람들은 언제나 웃을 방법을 찾아내죠.
우리는 그냥 우스꽝스럽고 터무니없는 생물이에요. 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면서요.”
영화에서 여러 번 ‘재생성’되는 미키를 연기한 로버트 패틴슨은 2022년 말 영국 촬영장에서 매일같이 그 무겁고도 터무니없는 분위기를 직접 체험했다.
“봉 감독님은 굉장한 유쾌함을 지닌 분이에요. 어찌 보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죠.”
패틴슨이 말했다.
“우리는 기괴한 죽음의 몽타주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은 그걸 너무나 가벼운 터치로 풀어가더라고요.
뭔가 장난스럽고 거의 아이 같은 순수함이 있어요. 그게 신뢰를 주죠.”
봉 감독은 기계가 인간의 통제력을 초월하거나, 인간의 오류를 완전히 극복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
“기술은 언제나 발전하겠지만, 결국 그것을 관리하고, 해석하고, 그 주변의 윤리적·정치적 환경을 만드는 건 인간이에요.
그리고 인간은 언제나 어리석은 면을 가지고 있고, 언제나 실수를 할 겁니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점점 더 현실에서도 보게 될 것 같아요.”
AI에 대해서도 그는 같은 입장이다. 기생충 이후 몇 년간 AI는 할리우드에서 점점 더 뜨거운 논쟁의 중심이 되어왔지만, 어떤 이들이 그것을 인간 창작력에 대한 위협으로 보는 것과 달리, 봉 감독은 AI를 그저 또 하나의 이야기 소재로 바라본다.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만 봐도, AI는 훌륭한 드라마의 원천이 될 수 있고, 우리는 AI를 중심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가 말했다.
“솔직히 AI 프로그램이 스스로를 주제로 삼아 ‘AI가 얼마나 엉망인지’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를 써낼 것 같진 않아요.
그건 제가 더 잘 쓸 수 있죠.”
패틴슨은 봉 감독이 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어려운 도전에 나섰는지를 누구보다 실감했다.
“편집 과정에서 감독님이 ‘747 비행기를 1인치짜리 활주로에 착륙시키려는 기분’이라고 했던 게 기억나요.”
패틴슨이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감독은 봉준호밖에 없어요. 완전히 유니콘 같은 존재죠.”
그럼에도 봉 감독은 Mickey 17 같은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위험 부담을 고민한 적이 없다고 단언한다.
“이런 말을 하면 제작자나 마케팅팀에 미안하지만—그들이 얼마나 힘든 일을 하는지 잘 알거든요.하지만 제가 어떤 이야기나 캐릭터, 혹은 특정한 상황에 흥미를 느끼면, 그냥 그걸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요. 위험성 같은 건 생각하지 않죠. 아마 할 수도 없을 겁니다.”
N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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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을 올려주셔서 잘봤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