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태양은 다시 뜬다 (1965) 유현목감독의 농촌드라마.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2417 2 6

ddcb90bd-d1ed-4981-a2d7-27ec7c418d27.jpg

 

잘 생기고 인텔리스러운 김진규가 무지렁이 농사꾼으로 나온다.

연기는 물론 아주 잘 하지만, 연기역과는 별개로 잘 안어울린다. (하지만, 김진규스러운 농민이 없으리란 법도 없다.)

스크린샷 2024-05-17 085514.png.jpg

이 영화의 장점은, 당시 농촌공동체를 아주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이 전문직을 선망하고 그것을 하기 위해 필생의 노력을 다하는 것처럼,

당시 농민들은 자기 땅을 마련하려고 노력한다.

스크린샷 2024-05-17 085325.png.jpg

자기 땅이 없는 소작농 김진규는, 

농사가 끝나면 곳간에 쌀을 들여놓을 틈도 없이 지주에게 갖다 바친다.

 

손자가 생기자, 김진규는 자기 땅을 마련해서 손자에게 땅을 물려주는 것이 소원을 넘어서서

(달성이 불가능한) 인생의 목표가 된다.

스크린샷 2024-05-17 085003.png.jpg

스크린샷 2024-05-17 085216.png.jpg

스크린샷 2024-05-17 085446.png.jpg

그에게는 아내가 시집 올 때 가져온 작은 밭이 있다. 아내가 죽자, 그는 아내를 밭에다가 묻는다. 

거름이 되라고 말이다. 마을사람들은 김진규를 독하다고 욕하지만, 그것은 아내의 유언이었다.

김진규는 몰래 밭에 나가, 죽은 아내와 궁시렁궁시렁 대화를 나눈다. 

 

그는 아둥바둥 조그만 이익만 있어도 남을 때리고 깨물어서라도 그것을 붙잡는다. 

그럼 그는 이렇게 악착같이 일해서, 부유하게 사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간신히 입에 풀칠한다. 그게 당시 농민의 현실이다.

 

지금 사람들이 평생 직장에서 일하며 돈을 버는 것처럼, 당시 농민들은 한뼘만한 자기 땅을 가꾸고 기름지게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다. 이건 땅이 아니라, 자기 목숨이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이 조그만 땅 위에서 평생 일하며 가꾸어 왔다. 

스크린샷 2024-05-17 085406.png.jpg

스크린샷 2024-05-17 085535.png.jpg

 

어느날 정부에서 측량기사가 와서 마을땅을 측량한다.

댐을 만들어서 저 위에 못쓰는 땅을 농토로 만들겠단다. 하지만 대신 지금 땅은 물속에 잠겨야 한다. 

경제적으로 따지자면야, 지금 땅은 물 속에 잠기게 하고, 기름진 저 위의 땅을 더 넓게 준다는 데 

마다할 이유 없다. 하지만, 지금 땅이 어떤 땅인가? 이건 그냥 땅이 아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가 평생의 땀을 바쳐 온 곳 아닌가? 농민들은 저항한다.

스크린샷 2024-05-17 085601.png.jpg

스크린샷 2024-05-17 085003.png.jpg

 

이것은 계몽영화의 일종이다. 김진규는, "조상도 좋지만, 궁극적으로 우리가 일하는 것은 

잘 살아보자는 것 아니냐?"하면서 고을의 다른 사람들과 충돌한다. 그리고, 이지메를 당한다. 

하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마을사람들의 이지메를 뿌리치고 댐을 건설하도록 노력한다.

농촌공동체를 이렇게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은, 지금 와서는 불가능한 일이리라.  

스크린샷 2024-05-17 085046.png.jpg

스크린샷 2024-05-17 085117.png.jpg

스크린샷 2024-05-17 085149.png.jpg

사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재미 없는 계몽영화처럼 보이겠지만, 영화는 아주 재미있다. 

 

말린 북어를 다섯마리 먹으면 조그만 땅을 준다는 말에, 억지로 억지로 말린 북어를 먹던 큰 아들은

북어는 북어대로 못먹고 병은 병대로 걸려서 자리보전하고 눕는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땅은 갖고 싶다 하는 간절한 소망이다. 

그리고, 요절한다. 

스크린샷 2024-05-17 085632.png.jpg

김진규에게 마을 지주가 접근한다. 마을 지주는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성과를 만들기 위해 

댐을 동네에 건설하려 한다. 김진규에게 자기 편을 들어주면 

마을에서 가장 기름진 논을 주겠다고 한다. 김진규는 마을사람들을 배신할 수 없다고 손사레를 치지만,

지주가 김진규의 손에 땅문서를 쥐어주자 마음이 바뀐다. 김진규의 눈은 이글이글거린다. 

농민의 땅을 향한 집념은, 인간의 다른 그 어떤 욕망보다도 강렬하다. 

 

마을에는 댐이 건설된다. 하지만, 댐이 건설되고 동네 농민들이 모여 춤을 추는 그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은, 농민공동체의 해체를 가져왔을 것이다. 

농민공동체를 하나로 묶는 견고한 끈을 끊어놓았기 때문이다. 합리성, 경제성, 개인주의같은 것이 

농민공동체 안에 들어왔을 것이다. 

 

이 영화는 유현목/김진규가 만들었으니, 

완성도와 재미가 아주 높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우리나라 역사의 가장 중요한 변혁기를 

생생하게 묘사해 놓고 있다. 1960년대 농촌근대화기에 그냥 

사라지고 파괴되어야 했던 대상이었던 구습 - 

농촌의 정신적 풍경 말이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2

  • golgo
    golgo
  • Sonatine
    Sonatine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김진규 배우님은 한국영화사에 절대 빠질수 없는 배우인것 같아요
15:35
24.05.19.
profile image 2등
뭔가.ㅡ 톨스토이 스러운 그런 느낌이 드는 내용이네요
15:39
24.05.19.
BillEvans 작성자
golgo
농촌의 계몽이 주제이니 맞는 말씀입니다.
19:38
24.05.19.
BillEvans 작성자
잠본이

그렇습니다. 농촌공동체의 모습을 이렇게 생생히 그린 영화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이미 이 영화를 만들 당시, 농촌공동체는 해체의 수순을 밟고 있었겠지요.

16:45
24.05.2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노보케인> 뇌절 장인 3 뚠뚠는개미 47분 전00:07 410
HOT 2025년 3월 15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53분 전00:01 445
HOT 오늘 故서희원, 묘지에 안장(feat. 구준엽 참여) 2 손별이 손별이 1시간 전23:52 457
HOT <에밀리아 페레즈>를 보고 (스포O) 2 폴아트레이드 1시간 전23:31 224
HOT 에밀리아 페레즈 리뷰 (노스포) 6 스티븐킴 스티븐킴 3시간 전21:44 643
HOT <간니발 시즌 2> 공식 예고편 | 디즈니+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20:54 613
HOT 마블 영화 출연 안 내킨다는 제나 오르테가 3 golgo golgo 4시간 전20:10 1469
HOT 현시각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경품 현황 2 광제스님 5시간 전19:37 463
HOT 개인적으로 뽑는 B급 영화 명작선 9 스누P 5시간 전19:03 1543
HOT A24 전쟁 영화 '워페어' 대호평 해외 SNS 반응 5 golgo golgo 7시간 전17:36 2301
HOT ‘오딧세이’ 세트장 - 사이클롭스 신 촬영, 뉴 아맥카메라 헬기 2 NeoSun NeoSun 7시간 전17:28 1307
HOT 라이프 오브 척 - 공식 티저 예고편 [한글 자막] 2 푸돌이 푸돌이 7시간 전17:22 820
HOT <언젠틀 오퍼레이션> 후기 2 아크맨 8시간 전16:20 730
HOT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한국 관객들에게 보내온 편지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6:05 1027
HOT 봉준호 감독 영화 레터박스 점수 순위 5 시작 시작 8시간 전16:03 1960
HOT '프리키 프라이데이' 2 예고편 <번역> 3 parkcine 8시간 전15:58 788
HOT <블랙 백> 배우들 거짓말 테스트 2 카란 카란 9시간 전15:31 760
HOT 제78회 칸 영화제 상영 또는 초연 예정 영화 리스트 2 NeoSun NeoSun 12시간 전12:36 1989
HOT 해리 포터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약스포) 2 도삐 도삐 12시간 전11:56 741
HOT 닐 블롬캠프,로버트 A.하인라인 SF 소설 '스타쉽 트루... 6 Tulee Tulee 16시간 전08:25 1465
1169854
image
NeoSun NeoSun 4분 전00:50 24
1169853
image
손별이 손별이 6분 전00:48 29
1169852
image
NeoSun NeoSun 9분 전00:45 43
1169851
image
NeoSun NeoSun 11분 전00:43 47
1169850
image
NeoSun NeoSun 13분 전00:41 82
1169849
image
뚠뚠는개미 47분 전00:07 410
1169848
image
golgo golgo 53분 전00:01 445
1169847
image
손별이 손별이 1시간 전23:52 457
1169846
normal
Sonatine Sonatine 1시간 전23:45 191
1169845
image
폴아트레이드 1시간 전23:31 224
1169844
normal
스티븐킴 스티븐킴 3시간 전21:44 643
116984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21:32 629
1169842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21:18 648
1169841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20:54 613
1169840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20:50 279
1169839
normal
시작 시작 4시간 전20:15 1289
1169838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20:12 1534
1169837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20:10 1469
1169836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9:55 278
1169835
image
광제스님 5시간 전19:37 463
1169834
image
스누P 5시간 전19:03 1543
1169833
image
Sonatine Sonatine 6시간 전18:25 421
1169832
image
golgo golgo 7시간 전17:36 2301
1169831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7:31 1564
1169830
image
NeoSun NeoSun 7시간 전17:28 1307
1169829
normal
푸돌이 푸돌이 7시간 전17:22 820
1169828
normal
기다리는자 8시간 전16:46 810
1169827
normal
울프맨 8시간 전16:45 652
1169826
image
아크맨 8시간 전16:20 730
1169825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6:16 406
1169824
normal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6:15 553
116982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8시간 전16:05 1027
1169822
image
시작 시작 8시간 전16:03 1960
1169821
normal
parkcine 8시간 전15:58 788
1169820
image
카란 카란 9시간 전15:31 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