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7
  • 쓰기
  • 검색

오펜하이머 후기 - 끝나지 않은 파멸의 연쇄반응

Holidayinbrokendream
13681 6 7

20230815_101226.jpg

 

용아맥 첫회차로 오펜하이머 보고 왔습니다.

 

-영화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까지의 과정, 핵폭탄 개발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집중적인 인물 심경 탐구와 그 속에서의 인물간의 복잡한 관계들.

영화는 3시간의 분량동안 위의 과정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진행시켜 갑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게 아닌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스스로의 템포로 진행되는 서사 속에서 스크린에 역사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들이 한명씩 등장할 때마다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습니다.

미스터 썬샤인에서 안중근 의사의 등장과 같은 느낌을 수차례 받았다고 표현해야겠네요.

학부 수업에서 한번씩은 이름을 들어볼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 대화하는 모습을 이렇게나마 보게 되다니.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적인 대화는 무지한 학생인 저조차 듣고 있기만 해도 지성의 한계치까지 충전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중성자 핵분열의 실험적 성공 - 입증 - 원자폭탄의 개발 가능성 확실시 - 맨해튼 프로젝트의 설계 - 내폭 구조 설계 - 텔러의 핵융합 수소폭탄 구조 제안 으로 이어지는 과학적,기술적 성취의 진행과정은 그 어느 SF보다 훨씬 과학적인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영화의 초반, 영화 자체적으로 1.Fission(핵분열) 2.Fussion(핵융합) 이라는 자막이 뜹니다.

처음 그걸 보곤 영화의 파트를 나누는 목차인가 싶었지만 그건 아닌것 같았고, 앞으로 진행되는 인물들간의 관계를 입자의 두 반응 과정에 빗대어 간략히 표현한 듯 했습니다.

물론 분열과 융합이라는 지극히 1차원적인 단어 해석에서 비롯된 감상입니다만, 후반부 인물들의 갈등이 빚어낸 연쇄작용들의 파급을 보면 아예 근거가 없진 않은 것 같네요.

트리니티 실험장면은 깔끔했습니다.

내폭실험과정이 완료되고 폭약속에 우라늄과 플루토늄이 자리한 뒤 완성된 폭탄을 철탑위로 올리는 과정이 시작되고, 가이거 계수기가 지지직 거리는 소리가 깔리며(체르노빌 드라마에서도 느낀거지만 이 소리만 들으면 왜이리 긴장되는지) 긴장감이 고조됩니다.

그리고 아마 오펜하이머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트리니티 실험은 폭탄의 굉장한 폭발과 함께 성공적으로 마무리 됩니다.

놀란감독의 과하지 않지만 압도되는 연출이 돋보였던 순간인 것 같습니다.

나치의 패망과 완성된 원자폭탄이 일본에 투하되는 과정은 오펜하이머가 원폭의 실전 사용에 관한 고민을 끝마치기도 전에 일순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그리고 스트로스의 정치적 공작에 공산주의자로 몰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기 시작하죠.

 

-과학적 윤리관

영화속 과학자들은, 아니 세계대전 당시의 과학자들은 이념의 대립 사이에서 과학적인 성취의 이점을 온전히 모든 인류가 누리게 하기는 매우 힘들었을 겁니다.

통념적으론 과학자는 좀 더 큰 분류-인류 에게 이점이 있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나아가야 합니다.

다만 전시상황에선 눈앞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일시적인 아군의 이득을 가져오는 방법도 있겠죠.

이 부분을 대하는 과학자들의 태도가 흥미로웠습니다.

오펜하이머가 연쇄반응의 대기폭발 가능성을 제시한 계산식을 들고 아인슈타인을 찾아갔을때, 아인슈타인은 말합니다.

만약 그 계산식이 사실이라면 연구를 멈추고 독일에 알린 뒤, 양쪽 모두 폭탄의 개발을 잠시 중단해야 하지 않겠냐고.

본인 민족의 뿌리를 뽑으려 하는 '악'임에도 알버트는 과학자로서의 선택을 합니다.

또는 텔러와 같이 시작은 과학적 호기심이었을지 모르지만 결국 군비경쟁과 같은 나라 사이의 대립에 이점을 가져오는 선택을 하는 부류도 있었고요.

라미말렉이 연기한 힐과 같은 인물도 그 사이 어딘가에서 또다른 위치를 잡고 있었던거 같네요.

원폭이 결국 투하되고 그때까지도 실전 사용에 회의적이었던 오펜하이머는 11만이라는 피해 인구수를 들었을때 어떤 기분일지, 이후 왜 수소폭탄의 개발을 알게모르게나마 저지하려 했는지 알것 같습니다.

현재는 기술적 특이점이 거론될만큼 발전속력이 가속화되는 중인데, 인류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맞이 했을때 그곳의 인물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플롯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화는 비워진채로 영화가 끝날줄 알았습니다.

스트로스의 패배와 오펜하이머의 노년을 보여주며 말이죠.

하지만 역시 감독이 감독인지라, 마지막에 큰 핵폭탄 같은 한방이 있더군요.

오펜하이머가 걱정했던 파멸의 연쇄반응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침 해뜨기도 전에 와서 본 영화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봤습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관계를 집요히 파고드는 스토리는 겹겹이 싸인 납벽돌과도 같았고 인물의 심리묘사는 오펜하이머는 물론 모든 배우들의 배역 그 자체가 된 연기와 상황에 맞는 연출이 맞물려 눈빛 하나만으로도 모든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전기영화적인 성격을 띄고 있음에도 여러 장르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혼자서만 느낀걸 수도 있는데, 유독 이 영화가 놀란 감독의 색채가 많이 빠진 것 같았습니다.

몇몇 장면의 구성에서만 그 향기가 느껴지는 정도고 전체적으로는 이전의 작품들과 좀 달랐던 것 같네요.

이게 놀란 감독이 지향하는 앞으로의 방향성이라면 저는 이 또한 믿고 볼 수 있을것 같습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행복한봉도네
    행복한봉도네

  • 고스트입니다

  • 필름매니아

  • 중간보스
  • golgo
    golgo

  • 돌스

댓글 7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오펜하이머 이벤트 댓글에서 물리학과시라고 쓰셨던 것 같은데...
역시 보시는 게 다르네요.^^
전설적인 과학자들이 하나씩 나올 때.. 어벤져스 보는 기분 들었을 것 같습니다.
11:43
23.08.15.
2등
오 그 장면에서 가이거 계수기 소리가 들리는군요, 2차 때 확인해야 겠습니다. 자세한 리뷰 감사합니다. 저도 굳이 비유하자면 덩케르크와 비슷하려나 싶었는데 다른 영화더군요. 시간의 교차편집도 있지만 시점에 차이를 둔 연출 (컬러/흑백) 또한 압도적이고 새로웠습니다. 저 또한 마지막 그 한 방이 정말 강력했네요.
11:46
23.08.15.
돌스

인셉션이나 테넷보단 플롯의 중요성이 영화의 표면위로 비교적 충분히 떠오르진 않았지만 그 역할을 완벽히 해낸 것 같습니다.

12:07
23.08.15.
profile image
저도 둘의 대화는 맥거핀으로 남길 줄 알았는데 알려주길래 살짝 아쉬울 뻔했습니다만.. 오히려 엄청난 웅장함과 왜인지 모를 압박감까지 주더군요
14:22
23.08.15.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도뷔시]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3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22:17 900
공지 [디피컬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2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20:46 1688
HOT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쇼생크 탈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8분 전14:43 123
HOT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 간단 후기 6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12:25 373
HOT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1, 2화 - 초간단 후기(약 스포) 2 소설가 소설가 49분 전14:12 301
HOT 영화제들을 가보자.. 4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1시간 전13:58 277
HOT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해외 SNS 반응들 번역 2 golgo golgo 55분 전14:06 797
HOT '혹성탈출' 전작들은 안봐도 되지만서도... 8 golgo golgo 1시간 전13:09 991
HOT 사무엘 L.잭슨-헨리 골딩,SF 심리 스릴러 <헤드 게임즈&g... 1 Tulee Tulee 1시간 전13:18 217
HOT 페이 더너웨이-하비 카이텔-앤드류 맥카시,초자연 로맨스 &l... 1 Tulee Tulee 1시간 전13:04 158
HOT 개인적으로 느끼는 슈퍼맨 슈트 호불호 6 21C아티스트 2시간 전12:56 589
HOT (DCU)오늘 공개된 슈퍼맨 사진 속 구체의 정체루머 6 kad123 kad123 2시간 전12:16 1029
HOT 키아누 리브스 & 산드라 블럭 '스피드 3' 제... 5 NeoSun NeoSun 4시간 전10:55 750
HOT 애냐 테일러 조이가 올린 '퓨리오사' 멕시코 프레... 2 NeoSun NeoSun 5시간 전10:00 810
HOT <혹성탈출> 마그넷 세트 공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0:12 721
HOT 제임스 카메론, '에일리언 로물루스' 관람후 &#03... 3 NeoSun NeoSun 5시간 전09:54 1600
HOT 오늘의 쿠폰 소식입니다^-^ 5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6시간 전08:11 1253
HOT <데드풀과 울버린> 휴 잭맨의 복귀, 케빈 파이기는 반... 7 카란 카란 6시간 전09:00 2040
HOT Three amigos (1986) 체비 체이스, 스티븐 마틴, 마틴 쇼트 ... 5 BillEvans 6시간 전08:08 364
HOT 영화화되는 <목요일 살인 클럽>, 넷플릭스에서 공개 4 카란 카란 7시간 전07:22 978
HOT 요아킴 뢴닝 감독이 올린 '트론 아레스' 촬영완료 샷 2 NeoSun NeoSun 6시간 전08:31 570
HOT 빈 디젤, '리딕 4' 공식 복귀 예정, 8월 프로덕션... 5 NeoSun NeoSun 6시간 전08:41 854
1135526
image
golgo golgo 2분 전14:59 10
113552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6분 전14:45 74
113552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7분 전14:44 78
113552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8분 전14:43 123
1135522
image
시작 시작 20분 전14:41 180
1135521
image
나무야 나무야 40분 전14:21 160
1135520
image
소설가 소설가 49분 전14:12 301
1135519
image
golgo golgo 55분 전14:06 797
1135518
image
이안커티스 이안커티스 1시간 전13:58 277
113551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27 326
1135516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18 107
1135515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18 217
113551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16 173
113551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12 145
1135512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3:09 991
1135511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06 105
1135510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05 124
1135509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05 140
1135508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04 154
1135507
image
Tulee Tulee 1시간 전13:04 158
1135506
normal
영화어린이 영화어린이 1시간 전13:04 260
1135505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2시간 전13:01 112
1135504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8 209
1135503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6 229
1135502
image
21C아티스트 2시간 전12:56 589
113550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2:39 181
1135500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2:30 223
113549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2:27 260
1135498
image
소설가 소설가 2시간 전12:25 373
1135497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2:25 126
1135496
normal
팡펭 팡펭 2시간 전12:25 236
1135495
image
kad123 kad123 2시간 전12:16 1029
113549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41 327
113549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35 353
113549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11 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