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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금 스포]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파트1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12907 26 13

종이의집_공동경제구역_메인 포스터.jpg

 

1. 스페인판 '종이의 집'을 보다 말았다. 딱히 재미가 없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종이의 집' 정주행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파트5까지 모두 나온 상태였다. 대단히 호흡이 긴 드라마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 같아 잠시 아껴두기로 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종이의 집'은 한국판으로 리메이크돼 세상에 나와버렸다. 나름 가면도 바꾸고 배경도 한국에 걸맞는 가상미래로 바꾸면서 현지화에 나섰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본 '파트1'은 내가 스페인판에서 봤던 부분에 해당된다. 그래서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기 편해졌다. 

 

2. 우선 '종이의 집' 한국판의 배경은 근미래다. 북한이 경제개방에 나서면서 남북이 공동경비구역 내에 경제협력단지인 '공동경제구역'을 조성했다. 시간 배경으로 따지면 지금으로부터 약 3년뒤지만, 꽤 많은 게 달라진 근미래다. 먼저 화폐단위가 달라졌고 시대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것은 1화의 첫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1화의 첫 장면은 익숙한 BTS의 노래를 들으며 계단에서 춤을 추는 여고생 도쿄(전종서)가 등장한다. 그런데 도쿄가 춤 추는 배경은 북한 평양이다. 그러니깐 남조선 가요를 듣는 북한 10대의 모습으로 시작한 셈이다. 도쿄는 나레이션에서 자신이 BTS의 팬 '아미'였는데 진짜로 '아미(army)'가 돼버렸다고 말한다. 군대에 갔다는 얘기다. 남북 경제협력이 선언됐을 때 도쿄는 군대에 있었다. 희망찬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았던 도쿄는 자유주의 사회의 경제활동에서 좌절을 맛 본다. 이때 교수(유지태)가 도쿄 앞에 나타나 큰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이때부터는 '종이의 집'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가 아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3. 한국판의 1화는 디스토피아적 근미래에 대한 설명이 등장한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하는데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이것이 강도단을 결성하게 만든 동기가 된다. 한국판의 배경이 근미래로 설정된 것은 현실과 거리를 두기 위한 의도적 장치로 보인다. 애초에 조폐공사를 털겠다는 계획부터 현실성이 없었던 만큼 이것을 가상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어 거리를 두고 스릴만 즐기도록 하려는 의도다. 만약 이 이야기가 1~200년 뒤의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면 가상의 시대는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현재와 분간이 가지 않는 근미래가 배경이라면 차라리 거리를 둬버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청자들이 이걸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는지 미지수다. 한국판의 배경 세계관은 영화 '인랑'이 설정한 세계관과 닮았다. '한국형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그동안 부족했던 만큼 이는 다양하게 확장되지 않았다. 한국판을 본 시청자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랑'을 떠올릴지 모르겠다. 이는 한국판에게 대단한 악재가 될 수 있다. 

 

4. 다행스러운 점은 1화만 지나면 여기에는 크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되면 더 이상 배경세계관은 거슬리지 않는다. 남북 합동수사팀이 등장하고 가상의 미래 화폐가 등장하지만, 크게 거슬리는 것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한국판의 최대 고비는 1화다. 거슬리는 근미래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하고 다소 오글거리는 케이퍼무비의 설정도 받아들여야 한다. 예고편에서 리우(이현우)가 했던 "대기들 타시고"라는 대사를 포함해 그래픽이 날아다니는 강도단의 자기소개 시간 등. 몇 개의 장면이 거슬린다. 이런 것들이 거슬리기 시작하자 교수조차도 지나치게 무게를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교수가 무게잡는 건 스페인판도 마찬가지다. 고비가 되는 1화에도 드론샷 촬영이나 근미래를 구현한 CG 등은 멋지다. 1화에도 나름 볼 꺼리는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정도면 진짜 한국식 케이퍼무비에 비해 양반이다. 

 

still_14.jpg

 

5. 2화부터는 익숙한 '종이의 집' 이야기가 펼쳐진다. 물론 몇 개의 설정과 상황이 바뀌었다. 어떤 변화는 원작보다 더 합리적이고 속도감이 더해졌다. 그러나 어떤 변화는 원작의 매력을 반감시켜 아쉬움을 남겼다. 이것은 캐릭터에서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스페인판과 한국판의 캐릭터를 비교하면 업그레이드된 캐릭터와 다운그레이드된 캐릭터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가장 확실하게 나아진 캐릭터는 베를린(박해수)과 아르투로(한국명: 조영민)다. 베를린은 북한 수용소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탈출한 수배자라는 설정이 추가됐다. 여기에 박해수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원작보다 더 잔인하고 악랄한 캐릭터가 돼버렸다. 이렇게 더 강해진 설정 때문에 베를린은 교수와 도쿄의 대척점으로써 역할을 충분히 한다. 조영민(박명훈)의 바탕이 된 아르투로는 둥글둥글한 외모와 달리 발암캐였다. 박명훈은 본인의 능력으로 이 캐릭터를 업그레이드 해 원작보다 더 심한 악성 암덩어리로 만들었다. 스페인판에서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국판을 보다 보면 "조영민 좀 쏴버려"라는 내적비명을 지르게 된다. 

 

6. 베를린과 아르투로 만큼은 아니지만, 덴버(김지훈)와 모니카(한국명: 윤미선)도 매력적이다. 덴버는 미남배우 김지훈이 연기하는데다 장발에 경상도 사투리가 추가됐다. 원작의 설정대로 단순하고 직선적인 캐릭터가 더 확실하게 표현됐다. 게다가 멜로가 붙은 캐릭터다 보니 애절함이 더 추가됐다. 윤미선(이주빈)을 연기한 '증명사진 여신' 이주빈도 그 미모에 애절함을 더해서 덴버와 윤미선의 멜로(여기에 빌런 조영민의 집착)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때문에 덴버-윤미선-조영민으로 이어지는 서사와 베를린-조폐국장의 관계를 보는 재미가 살아있다. 교수 역시 유지태의 중저음이 더해져 매력이 살아난다. 커다란 어깨에 선한 인상을 가진 이 배우는 교수가 연기하는 2개의 다른 성격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하다. 교수에 유지태를 캐스팅한 건 정말 잘한 일이다. 원작과는 입지가 달라진 차무혁(김성오) 캐릭터도 재미있다. 다른 건 몰라도 차무혁은 김성오가 연기한 캐릭터들 중 가장 멋있다. 

 

7. 다운그레이드 된 캐릭터 중 가장 심각한 건 나이로비(장윤주)와 리우다. 먼저 나이로비는 서사가 너무 생략이 돼버렸다. 스페인판에 대한 기억이 명확하진 않지만, 나이로비가 이 정도로 비중이 없는 인물인줄은 몰랐다. 나이로비를 연기한 장윤주는 작품에서 대단히 바쁘고 자신만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데 이건 그냥 '나이로비가 아닌 장윤주'다. '베테랑'의 미쓰봉이 조폐국 털러 갔다고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는 수준이다. 만약 스페인판에서 나이로비 캐릭터를 좋아했다면 한국판은 대단히 아쉬울 수 있다. 리우는 반대로 쓸데없는 설정이 추가됐다. 리우는 인물 자체의 서사보다 도쿄와의 관계가 중요했던 캐릭터다. 그런데 여기에 '아버지의 기대가 부담스러워 의대를 자퇴한 부잣집 외동아들'이라는 설정이 붙었다. 전형적인 한국식 해커에 대한 묘사다. 실제로 이 캐릭터가 한국식 해커같은 짓을 하진 않지만, 그 배경 설명만 나와도 부담스럽다. 

 

still_11.jpg

 

8. 캐릭터 외에 세부적인 상황도 일부 바뀌었다.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구축한 조폐국이라는 설정탓에 스페인판에서는 볼 수 없는 몇 개의 상황과 캐릭터가 등장한다. 그리고 스페인판에서 질질 끌었던 상황도 일부 합리적으로 바뀌어서 속도감을 더했다. 그러나 이야기의 큰 줄기나 흐름은 스페인판과 달라지지 않았다. 특히 스마트 기기와 SNS를 활용한 몇 개의 설정들은 원작과 꽤 다르다. 이런 변화 때문에 한국판 '종이의 집'은 스페인판을 본 사람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베드씬 연출은 대단히 올드하고 노골적이므로 온 가족이 시청할 계획이라면 각별히 주의하는 게 좋다. 

 

9. 결론: 애초에 스페인판도 쫀쫀한 스릴에 집중한 장르물이었다(시즌이 더해지면서 규모가 커지긴 했다). '스릴'이라는 이 콘텐츠의 아이덴티티에 있어 한국판은 스페인판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스페인판을 본 시청자는 원작과 달라진 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스페인판을 모 본 시청자는 색다른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일이 재미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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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수류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0:00
22.06.24.
profile image
수류
원작에서도 원래 베드씬(?)은 있습니다.
다만 베드가 아닐뿐... 짧지만 꽤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00:33
22.06.24.
2등
뱅키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0:04
22.06.24.
연님이
삭제된 댓글입니다.
00:13
22.06.24.
민트초코사랑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0:21
22.06.24.
민트초코사랑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00:30
22.06.24.
마스크
삭제된 댓글입니다.
00:43
22.06.24.
profile image
덴버와 미선이야기가 좋았습니다. 두 배우가 잘 어울리기도 했구요
11:07
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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