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V 라인업 선정 뒷얘기들 공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달까지 아트하우스 극장팀장을 맡았던 사람입니다.
CAV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셨던 스크린문학전의 대체 기획전으로 출발했습니다.
제가 부임하고 나서 좀 재밌는 기획전을 생각했고 콘셉트를 성인들의 휴가 개념으로 잡은 것이죠.
작년 실적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는 수준으로 관객들의 반응에 큰 힘을 얻기도 했습니다.
정말 <양들의침묵>의 대히트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었어요,
제가 어쩔 수 없이 94학번인지라 영화 고르는 것은 당연히 지난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특히나 <황혼에서새벽까지> 같은 작품은 고집하고 고집해서 선정된 작품이었네요.
올해도 2회가 열립니다. 제가 작품리스트까지 다 꾸리고 나온터라 어떤 작품이 선정된 배경과 동시에
영화 수급 문제로 탈락한 작품들도 알려드리고 행사도 포함해서 공유드릴게요. 일부 내용은 이전 다른 분의
글들도 겹칠 수 있으나 제 글이 거의 오피셜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CAV는 전국 아트하우스 극장에서 7월 2일부터 2주간 계획되어 있습니다만, 행여 오드리헵번 기획전처럼
반응이 좋고 신규 개봉작이 적어 일반 상영관의 여유가 있다면 확대 가능성은 조금이나마 있을 것 같네요.
이번 제 2회 CAV의 간판은 일찌감치 <에이리언>이었습니다.
다만 처음엔 데이빗 핀처의 3편까지 포함해서 트릴로지 상영을 준비했지만, 작품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아쉬움 속에 포기했죠. 메인 작품이기 때문에 각종 패키지나 행사에 주영화가 될 예정입니다. 1편은 40년이
넘은 작품임에도 등장하는 콘솔이나 컴퓨터 모니터 정도를 제외하곤 거의 요즘 영화 같더군요. 2편은 뭐
이런 초대형 오락영화 만나기 힘들죠. 여름 시즌에 <테넷> 같은 영화가 개봉 연기된다면 피서는 2편으로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죠스>와 <캐리>는 70년대 영화지만 호러 역사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저는 사실 <캐리>를 더
좋아하고 브라이언 드 팔마의 70~80년대 영화를 좋아해서 <드레스드투킬> 같은 작품도 다음에라도
라인업에 넣어 보려 했네요. <죠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스필버그 측에서 상영을 홀딩하는 바람에 어렵사리
성사되었습니다. 그러니 꼭 보시길 권장 드립니다. 최초의 블록버스터를 극장에서 만나는 느낌이란...
80년대 작품으로 <플라이>와 <괴물>를 꼽았습니다. 크로넨버그와 존 카펜터 작품을 빼놓을 수 없었네요.
<플라이>는 같은 팀 여성분들의 열렬한 지지도 있었는데 <괴물>은 반응이 시큰둥한 편이었어요. 저는
<터미네이터>와 <프레데터>까지 포함한 라인업을 구상했는데 두 작품은 거의 확정은 시켜놓곤 마지막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너무 아저씨 라인업 같다나...뭐 부인하긴 힘들었습니다만 두 작품을 버리긴
참 아까웠어요. 대신 여성 관객들도 좋아할만한 영화를 생각하다 <리플리>나 <드라큐라> 같은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죠. 출연진도 짱짱하고 기획전에 딱 부합되기도 했습니다.
한 때 불었던 광풍의 주인공 <스크림>과 <나는네가지난여름에한일을알고있다>는 슬래셔 무비의 부활을
이끈 작품이었죠. 두 작품은 캐릭터나 영화제목 때문에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에 나름의 상업적 매력도
풍부해서 기대작입니다. 특히나 <나는네가지난여름에한일을알고있다>는 재개봉을 추진했던 작품이었고
당시엔 수입이 되지 않았지만 운좋게 이번엔 성공했어요. 두 작품은 데이트 무비로도 좋겠죠.
<데드링거>는 어쩌다 보니 크로넨버그 영화가 두 편이 되었는데 사실 작년처럼 극강의 성인영화 콘셉트를
이어가려 했지만 기대했던 작품들 모두 판권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제 1순위는 <나인하프위크>였고
2순위는 <원초적본능>, 3순위는 <크래쉬>였습니다. 그래요. <플라이>나 <데드링거>보다 <크래쉬>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무척 아쉬웠네요. <북회귀선> 같은 작품도 고민했었구요.
<조디악>의 경우 <에이리언3> 탈락의 아픔을 달래주려는 목적이 강했고 가능하면 21세기 작품도 일부
있어야 된다는 판단이었네요. 그래서 <아이즈와이드셧>도 추가했죠. 프리미엄 신작도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미져리>야 일찌감치 점찍어둔 작품인데 사이코 스릴러 영화 중에선 가장 끝까지 찾아 헤맨 작품인
<아메리칸사이코>를 수급하지 못한 것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프리미엄으로 공개되는 <스왈로우>와 <비바리움> 그리고 뒤늦게 극장에서 만나게 되는 <더위치>까지 검증된
영화로 선택했습니다. 작년 <언더더실버레이크>를 반성(?)하면서 <더위치>는 이미 보신 분들이 많겠지만 그 밖에
<스왈로우>와 <비바리움>은 취향은 좀 타겠지만 적극 추천드릴 수 있습니다. <스왈로우>는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이미지가 뚜렷하고 <비바리움>은 남 얘기 같지 않아서 결혼하고 내집 마련하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 현대의
공포가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하네요.
이렇게 17편의 영화는 6개월 이상 사전 준비하고 해외 세일즈사와 연락하면서 지난한 기다림과 환호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라인업을 대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곳은 아트하우스 뿐입니다. 종종 욕먹기도 하지만
미워도 아트하우스를 사랑해 주세요. 정말 팀원들 고군분투 중이랍니다ㅠ..ㅠ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금은 거장이라 불리는 감독들의 초기작에서 걸작 공포영화가 많습니다. <나는네가지난~>
정도를 제외하곤 모두가 이름난 감독이죠. 그만큼 신중하게 골랐습니다.
매번 큰 기획전 진행 시 함깨 판매하는 아트하우스 패스에는 <스왈로우>와 <에이리언> 뱃지가 추가로 증정됩니다.
CAV 기획전 관람권 2매 + <스왈로우> 관람권 1매 + 아트하우스 관람권 1매가 총 4만원입니다.
올해부턴 CJ ONE 포인트 적립이 되도록 준비했습니다.
상영일 첫날부터 유료 관객 대상으로 선착순 증정되는 스크린 종이 옷걸이입니다.
비교적 저렴한 굿즈지만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아이템이예요.
그리고 패키지 행사가 있습니다.
<캐리>는 렌티큘러 A3 포스터를 증정하는데 7월 4일 압구정과 명동역에서 있습니다.
그리고 <조디악>과 <에이리언2>의 뱃지 패키지도 압구정, 명동역에서 7월 4일에 있어요.
그래요. 일정이 모두 7월 4일이고 압구정, 명동역에 몰려 있죠?
미소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굿즈 증정하는 회차는 일정을 몰아야만 운영 효율화를 할 수 있어요ㅠ..ㅠ
정말 극악의 일정이지만 세 개의 패키지 연달아 보는 걸 시도해 보는 수 밖에....(죽으라는건지...)
이 밖에 관람 미션 클리어와 위시리스트 이벤트도 있습니다. 오늘 페이지 오픈한다고 하니 자세한 내용은
그 때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하네요.
작년 CAV와 타란티노, 리버피닉스 그리고 올해 오드리헵번과 왕가위 기획전까지 준비하면서 많이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에 이런 기획전 진행이 엄청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조속한 정상화를 기다려 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회되면 다음엔 아티스트 뱃지의 비밀(?) 같은 글을 써볼까요.
ex)아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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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지 궁금한게 있는데 죠스에 BACK IN SUMMER 2019 문구에서 2019년 이거 오타가 아니면 뭔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2020년인데..


감사합니다 :)

혹시 아트하우스 패스로 패키지 예매는 불가능한가요?


작년처럼 패키지로 안나오나요??


gv행사는 사회적 문제로 좀 힘들겠죠?


지금은 손을 때셨다니 아쉽네요 ㅜㅜ 아트하우스는 그래도 기획전 자주해줘서 다양한영화 경험할수있게하는거 너무 감사합니다! 영화관에서만 영화를 보는편이라 몰랐던 명작들 알아가는 시간이 재밌네여 ㅎㅎ

앞으로도 장르영화 많이 많이 상영되길.. 정말 감사합니다




나인하프위크나 원초적본능.
10대 시절 비디오로 본 저라 ㅎㅎㅎㅎㅎㅎㅎ
언젠가는 성사되었으면 해요 .잼날듯

한장면 한장면 광고 같이 감각적이더라구요
음악도 좋았구ㅡ
감독이 CF 감독 출신이라 그런지. 씬들이 다 이뻐요






비하인드 이야기를 보니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정말 가득하신 거 같아요
많이 힘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획전 기대하겠습니다 :)
정작 익무인들은 ㅠㅠ
좋은 기획전 감사합니다!


비하인드 대박입니다.
대구도 좀 풀어 주세요 ㅠ
극장에서 다시볼수 있다니 감사할 따름 입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


좋은 영화들을 극장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아트하우스팀에게 무한 감사드립니다!!!
잘 봤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

뒷이야기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질라도 해줬으면싶네요...완전팬이라ㅎㅎㅎㅠ

영화보는 취향이 여윽시, 영화구성된 걸 보면서 감각이 남다르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기획전 영화의 구성이 좋아서~
많은 분들이 볼 것 같았습니다.
작년 라인 업 중 저는 오래간만에 오멘 봤는데 무서웠어요. 그런데 아트하우스 영화를 꼭 아트하우스에서만 상영하지 말고 일반 상영관에서도 순서대로라도 편성해줬으면 좋겠어요.ㅜㅜ
아트하우스관 좋아하지만 너무 멀리 떨어진 1인...
다른 편도 기대하고, 매니아분들이 영화제대신 이런 기획전에서라도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린 세대들도 못봤던 이당시 작품들을 접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아요.





에이리언 1,2도요.


(씨지비에서 아트하우스관은 없어지면 안돼요~~ ㅠㅠㅠ 제발~~)
다음 뒷 이야기도 너무 기대가 됩니다...+_+








토요일에 해줬으면 조조라도 보러 갔을텐데...ㅜ.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황혼에서 새벽까지' 작년에 끝까지 고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척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고심하며 좋은 작품 선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탄도 기대할게요 ㅋ
CGV에 3곳이 아트하우스 영화관인데, 왜 서면점은 명동역과 압구정처럼 상영을 안하는지 속터져 죽겠네요.

답답한 마음에 댓을 남겼는데, 답변해주시니 기분이 좋네요. 말씀하신대로 그런이유를 알고는 있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무척이나 아쉬운 점입니다. 그래도 아트하우스 영화관이잖아요. 원래 서면점 아트관이 압구정처럼 3개관이었어요. 작년부터인가 은근슬쩍 2개관으로 운영을 해 왔더라는.. ㅡ.ㅡ


올해도 작년보다 더 좋은 라인업이라서 기대가 되고 이번에 탈락한 나인하프위크와
원초적 본능, 크래쉬 그리고 북회귀선 이작품들은 내년에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학창시절 3류극장에서 본 나인하프위크와 원초적본능의 장면들이 오마주 처럼 지나가네요..ㅎㅎㅎ
캐리, 괴물, 스크림 이름만 듣다가 처음 봤고, 에이리언2는 CAV 덕분에 극장에서 처음 봤어요. 플라이는 아예 CAV 덕에 난생 처음 들어봤는데 재밌더라고요.
내년 라인업도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