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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의 방문객 (1970) 프랑스적인 멜랑콜리가 살아있다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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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령 이런 영화가 보고 싶으신가? "프랑스 어느 시골,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아무도 오지 않는데, 창가에 앉아 빗줄기가 유리창 위에 얼룩으로 내리는 것을 보며, 프랑스적인 멜랑콜리에 젖는다. 아련함이 마음에 번져나간다. 외로움이 뼛속까지 스며드는 감각." 이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다. 너무나 프랑스적인 감독 르네 클레망의 역작이다. 프랑스적인 우울과 서정이 이 영화를 채운다.

 

그런데 내용은 그렇지 않다. 비가 내리는데 하루 종일 아무도 오지 않는 외딴 시골. 빗속에서 한 남자가 버스에서 내린다. 유부녀인데도 너무 소녀같아, 어머니도 남편도 과잉보호하려하는 멜랑콜리는 이 남자에 의해 강간당한다. 영화 처음에 벌썩 충격적인 장면이 나온다. 멜랑콜리가 총을 들고 제발 가달라고 애원하는데도, 남자는 뭘 믿고 오히려 멜랑콜리에게 덮친다. 그리고 멜랑콜리는 그 남자를 쏘아죽인다. 남편과 어머니 말을 들으며 소녀처럼 살아왔던 멜랑콜리는, 이제 자신이 저지른 살인을 어떤 식으로든 혼자 숨겨야된다. 태어나 처음으로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야하는 일이, 자기가 죽인 남자 시체를 처리하는 완전범죄라니 가혹하다. 그녀는 시체와 시체가 들고있던 가방을 절벽에서 떨어뜨려 바다에 버린다. 조류 때문에 시체는 해안으로 떠밀려오지 않을 것이다. 

 

 

 

혹시 발각될까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어느날 파티에 참석했는데 누군가 찾아와 속삭인다. "왜 그랬죠?" 찰스 브론슨이다. 찰스 브론슨은 죽은 남자와 그가 갖고 튄 돈을 찾는다. 영화는 멜랑콜리와 찰스 브론슨 간에 펼쳐지는 두뇌싸움이다. 찰스 브론슨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멜랑콜리를 한대 팰 수도 없고 하니, 잘근잘근 정신적 고문을 한다. 닳고 닳은 교활한 찰스 브론슨과 대결해야 하는 소녀같고 순진한 멜랑콜리. 그런데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철벽수비를 펼치는 능력을 보여준다. 찰스 브론슨이 개인기 현란한(?) 정신적 고문을 하고 여기 대해 철벽수비를 펼치는 멜랑콜리의 반격이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다. 어차피 도망가도 소용 없으니, 멜랑콜리는 오히려 찰스 브론슨의 방에 찾아가 한 대 먹이는 적극성을 보여준다. 어째 찰스 브론슨이 좀 밀리는 것 같다. 

 

위 포스터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은 영화에 안 나온다. 그럼 안 나오는 장면을 포스터에 그려넣은 것이나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영화에 나오는 장면을 과장해서 그려넣은 것이다. 

 

서로 머리싸움을 하다가 찰스 브론슨과 멜랑콜리는 서로 사랑하는지 아닌지 아리송한 관계로 발전한다. 찰스 브론슨은 멜랑콜리가 왜 이래야 하는지 이해한다. 

 

찰스 브론슨은 호두를 꺼내 유리창에다가 던지는 버릇이 있는데, 호두가 부딪쳐도 유리창이 안깨진다. "이것은 내가 누구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지. 알아?" 하면서. 멜랑콜리를 협박하려는 수단이기는 하지만. 

 

 

 

 

 

 

"왜 그 남자를 죽였죠? 자, 한잔 드시지." 

 

 

 

"이 장총으로 죽였죠. 난 안봐도 잘 알아요. 수사관의 직감이거든." 찰스 브론슨은 유도심문을 해본다. 그런데 멜랑콜리가 안 넘어간다. 

 

 

 

 

결국 멜랑콜리는 찰스 브론슨에게 아무 말도 털어놓지 않는다. 하지만 시체가 해안에 밀려왔다. 찰스 브론슨은 자기가 목표했던 돈을 회수했고, 시체도 확인했다.

시체의 손안에 움켜쥐어있던, 멜랑콜리의 단추를 그는 은밀히 회수해서 감춘다. 그는 멜랑콜리를 지켜준다. 멜랑콜리는 파일롯인 남편을 따라 외국으로 간다. 그녀가 막 떠나려는데 찰스 브론슨은 그녀에게 시체에서 훔쳐낸 단추를 건네준다. 멜랑콜리는 찰스 브론슨을 뒤돌아보며 남편 차를 타고 떠나고 찰스 브론슨은 혼자 남는다. 그는 떠나가는 멜랑콜리를 보며 자기가 그녀를 사랑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가 주머니 속에 호두를 발견하고 그냥 휙 던져버리는데 쨍그랑하면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면서 새빨간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이것은 정말 아름답고 프랑스적인 우울과 서정이 흐르는 액션영화이다. 여기서 더 우울하면 감상주의 과잉으로 떨어질 만큼 서정성과 우울이 극대화되어있다. 프란시스 레이의 우울한 음악도 영화의 이런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찰스 브론슨의 섬세한 터프가이 연기는 범접 못할 클래스를 보여준다. 소녀적이고 연약한 멜랑콜리를 연기한 마를렌느 조베도 무척 좋았고. 찰스 브론슨과 카리스마 대결에서 안밀린다.

 

1970년대 프랑스 영화가 아니었더라면 어디서 이런 서정적인 우울함이 가득찬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을까?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 흉내내는 프랑스 영화들은 좀 실망이다. 오늘날 개성적인 영화를 보려면 아랍이나 동유럽 영화로 가야한다.

 

 

P.S. 이 영화의 첫장면을 아주 좋아한다.

남편이 해외출장 가고 혼자 남은 멜랑콜리는 어머니 가게에서 비 내리는 창밖을 보고 있다. 빗줄기가 주룩주룩 유리창에 내린다.

 

"엄마, 저기 어떤 남자가 비 맞고 걸어오고 있어요."

"벌써 버스는 끊겼잖니?"

"저 남자는 비를 타고 왔나 보죠." 그리고 이어지는 우울하고 서정적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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