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호러 <메이드>
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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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의 면적은 서울과 비슷하고 인구는 부산 정도이다. 이렇게 작은 도시-국가이다보니 여기에서 활동하는 영화감독들도 몇 명 되지 않는다. <내 곁에 있어줘>로 우리에게 알려진 에릭 쿠와 코미디 영화를 만드는 잭 네오, 그리고 로이스탄 탕 정도가 알만한 감독들이다. 여기에 캘빈 통이라는 감독의 이름도 추가되어야 할텐데 이 감독이 호러영화를 찍었다.
부천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던 <메이드the Maid>는 싱가포르에서 나올만한 소재이다. 현재 싱가포르에서는 가정부 즉 메이드에 관한 사회문제가 존재한다. 소득이 어느 정도 되는 가정은 웬만하면 모두 메이드들을 고용한다.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 메이드들은 말레이지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필리핀 등에서 온다. 싱가포르에서 메이드로 고용이 되려면 영어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메이드가 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그들은 메이드를 알선하는 업체에서 이것저것 교육도 받아야 한다.
그런 메이드들이 일단 고용되면 모든 집안일을 다 한다. 그들이 하는 일 중의 중요한 것이 주인의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일이다(이것은 내 생각이다). 왜냐하면 아침 저녁으로 애완견을 끌고 다니는 메이드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곳의 유일한 영문종합일간지 'The Strait Times'에 한 메이드가 남자친구를 만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주인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창문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가다가 떨어져 다쳤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게 뭐 신문에 날 사건이 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메이드에 관한 사건이기 때문에 신문에 실리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메이드에 대한 학대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이것은 나름대로 민감한 문제이다. 물론 고용주 입장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메이드 때문에 골치를 썩을 수도 있다.
그런데 캘빈 통의 <메이드>는 호러영화라는 장르를 통해서 이런 싱가포르의 사회문제를 다루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단지 메이드가 주인공인 호러영화를 만들었을 뿐이다. 한 싱가포르 가정(중국인 가정)에 필리핀에서 온 메이드가 고용된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좋다. 주인부부도 친절하고 집안 분위기도 좋다. 단지 좀 모자라는 아들이 있는 게 걸릴 뿐. 그런데 이 때는 음력 7월이다. 중국인들에게 이 시기는 저승과 이승이 서로 통하는 시간이다. 그러니까 귀신들이 이승에 와서 활동하는 시간인 것이다. 이 때는 여러가지 금기 사항이 있고 그것들은 지켜져야만 한다.
당연히 주인공인 메이드에게 귀신이 출몰한다. 왜 그런 것일까? 다른 귀신이 등장하는 호러영화가 마찬가지로 주인공에게 억울한 사연을 파헤치는 임무가 주어진다. 짐작하겠지만 영화는 무사히 메이드가 사건을 해결하고 집으로 귀환하는 스토리이다. 다소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반영하고 있는 이 영화는 싱가포르 사회의 단적인 면을 드러내긴 한다. 싱가포르는 매우 현대적이고 깨끗하고 시민들의 교육수준이 높다고 홍보가 되어 있다. 이것은 모든 것을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정부에 의해 만들어진 이미지이고 어느 정도 성공한 이미지 전략의 소산이다. 그렇지만 그와 동시에 차이니즈 싱가포리언들은 자신들의 전통을 나름대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두 가지 경향이 그들에게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고용주 중국인들은 매우 이기적이다. 메이드를 희생시켜 이미 죽어 귀신이 된 아들과 영혼 결혼식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에는 다른 가난한 동남아 국가에 대한 멸시의 감정이 자리잡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소득수준이 높은 싱가포르와 다른 주변 나라들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존재한다. 특히 말레이지아와 그렇다. 싱가포르는 과거에 말레이지아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메이드들은 자신들이 받는 월급의 절반을 자국 정부에서 가져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메이드들이 받은 월급이 700 싱가포르 달러 정도 한다고 들었다. 그러면 우리 돈으로 40만원 조금 넘는 돈이다. 그런데 그 중에서 반은 자기나라 정부가 가져간다. 인도네시아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팔아서 외화를 번다. 그 다음으로는 메이드들의 노동으로 외화를 벌어들인다. 과연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 불쌍한 여성들에게 해준 것이 무엇이 있을까? 메이드로 일하는 것을 허가해준 것 뿐이다. 아마도 그 여성들의 한이 호러영화에서 언젠가는 제대로 표현되어야 할 것이다.
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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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16:11
08.04.05.
2등
음 .... 나름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 ...
이런 식의 평도 가능하구나 싶기는 하네요 ....^^;;;
이런 식의 평도 가능하구나 싶기는 하네요 ....^^;;;
16:11
08.04.05.
3등
세계는 넓고 호러는 많군요. ^^
16:11
08.04.05.
정말 호러의 세계는 넓은.. 아예 케이블 채널을 각국 호러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드네요 -_-;; 문제는 이걸 본 거 같기도 하고 안 본거 같기도 하고 헷갈리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16:11
08.04.05.
미로 스페이스에서 하녀의 복수란 제목으로 개봉했었나? 메이드였나 기억이 가물가물..
근데 제목에 스포일러 있다고 써주세요 안본 사람들이 알면 기분 나쁠거 같네요
근데 제목에 스포일러 있다고 써주세요 안본 사람들이 알면 기분 나쁠거 같네요
16:11
08.04.05.
오호 그렇구나..
메이드 꼭 한번 보고싶군요! ㅎㅎ
메이드 꼭 한번 보고싶군요! ㅎㅎ
16:11
08.04.05.
출시는 됐는데 말도 안되는 DVD스팩 및 가격으로 인해 구입을 망설이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16:11
08.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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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아직 안본 본들한테 스포일러가 될수 있는 부분들이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