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리뷰 (feat. 이동진 & 김동조) - 스포당해야만 제대로 볼 엄청난 영화
영화를 본지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이제야 올려봅니다. ㅠㅠ 그리고 쓰다보니 무지무지 길어졌습니다....ㅠㅠ
익무 시사 양도의 뻘짓과 시사회 오버부킹으로 인한 2번의 관람 실패 후에야 [빅쇼트]를 이동진 평론가와 김동조 트레이더의 GV로 보고왔습니다.
제목에 언급했듯 대놓고 스포를 남발하겠지만 역시나 제목에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스포를 당해야 제대로 즐길수가 있습니다. ㅋ
이 글을 계속 읽을지 말지는 알아서 판단들 하시길요....ㅎㅎ
먼저 하고픈 말은 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모..... 나름 인 서울 대학에서 공부도 그럭저럭 했습니다. 졸업평점 3.8에 전액 성적 장학급 두번 받아봤음 잘한거죠? ㅋㅋ
그런데.... 그럼에도 이 영화 어렵더군요..... 하긴.....MBA 출신 월 스트리트 금융맨들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시스템이니....ㅋ
이 영화는 지난 2007~8년도 미국은 물론 그 여파로 전세계 경제를 휘청이게 했던 일명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올려주시고 설명도 해주셨지만 다시 한번 더 간략하게 설명은 해보도록 하죠.....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은 쉽게 말해서 우리의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개념입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전체 주택담보대출이라기 보다는 불량 신용등급자들에 대한 대출상품이지요.....
프라임 - Alt - 서브 프라임과 같이 크게 3단계로 나뉜 신용등급 중 최하 등급자들에 대한 무차별적 대출 남발이 이 사건의 핵심이죠....
이 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대해서는 영화 속에서 우리의 할리퀸 마고 로비가 친절하게 헐벗고(?) 설명을 해주죠.....ㅋ
그런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단순 저 신용자들의 대출 연체 및 파산으로 인한 연쇄 부도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기 보다는
반드시 외우고 가야할.... 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 부채 담보부 증권)이 사태의 핵심입니다.
CDO란 모기지론이 우리의 대출과 다른 점이 우리처럼 걍 돈을 빌려가는 형식이 아니라 채권에 대해서 돈을 빌려가는 형식인데
바로 이 담보 형식의 채권들을 다시 조합하여 새로운 파생상품을 만들어 이를 운용한 것을 말합니다.
영화에서 보면 라이언 고슬링이 젠가를 통해, 세계적 셰프인 안소니 부르뎅이 생선 스튜를 가지고 이를 설명해주죠.....ㅋ
이 영화의 핵심인물 3인방의 실제 인물들과 배우들입니다.
싱크로율 쩔지 않나요? ㅎㅎㅎ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밴더 보다 훠~얼씬 뛰어난 듯......ㅋㅋ
이 영화의 원작은 머니볼의 원작자이자 시나리오 작가였던 런던 경제대학 경제학 석사 출신의 마이클 루이스가
2011년 펴낸 동명의 저서 빅쇼트를 옮긴 영화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소설로 알고 있는데 논픽션 저서이죠....
이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그리고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역시나 꼭 챙겨봐야 할 영화는
2011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했던 맷 데이먼의 나레이션이 맛깔났던 [인사이드 잡]과
국내에는 아직 개봉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개봉할(?) 앤드류 가필트 주연의 [99 Homes] 입니다.
[인사이드 잡]은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들인 월스트리트의 괴물들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당연히 제일 먼저 망했어야 할 이들은 미국 정부의 구제로 아무렇지 않게 살아남은 상황을 비꼬고 파헤친 다큐이고
[99 Homes]는 뉴욕이 아닌 일반 미국 국민들 삶 속에서 벌어진 부조리들을 파헤친 영화 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 3편의 영화를 묶어서 서브 프라임 모기지 3부작이라고 표현하고 싶네요......ㅋ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마진콜]에 빗대러 얘기하는데 비슷하게 시스템의 모순을 파헤친 영화이긴 하지만
서브 프라임 모지기 사태와는 별 연관이 없는 영화죠..... 하지만 이 또한 꼭 보시길요....ㅎㅎ
이동진씨가 GV를 통해서 언급한 이 영화의 특징은 위에 소개한 세 주인공들의 역할들 입니다.
크리스챤 베일이 연기한 마이클 버리는 이 영화의 시작이고 입안자이며 극중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해내고
스티브 카렐이 연기한 마크 바움(실제 인물은 마이클 아이스먼)은 부도를 맞은 형의 자살로 인한 강박과 망상이 더해진
사회와 경제에 대한 지독한 부정적 시각을 가진 월가의 이단아 같은 인물이고,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한 자레드(실제 인물은 그랙 리프만)은 도이치뱅크의 딜러로 이 영화에서 화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생각보다는 작은 비중이었지만 브레드 피트가 연기한 벤은 신화와 같았던 전직 월가의 트레이더로 월가의 부도덕함에 환멸을 느껴
은퇴 후 모든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사는 애송이들의 조언자 역할을 합니다.
크리스챤 베일은 도저히 업무에 집중 못할 찢어질 듯한 메탈리카의 음악 속에서 심신의 안정을 찾는 자폐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찾아낸 시스템의 붕괴에 대한 확신을 밀어붙이는 소신을 보이지만 과히 행복해 보이지는 않더군요....
영화 속에서 잠깐 동양계 부인과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이혼했지만(그럴 수 밖에 없었을 듯.,...) 부인은 실제 한국계였다더군요....
스티브 카렐은 유일하게 윤리적 배경이 까발려진 인물로 이 건조하기 그지 없는 영화에 도덕적 배경이 되어주고 있구요...
그 원인이자 그의 평생의 트라우마인 형의 자살은 실제로는 유모에게 압사당한 아들인데 영화와의 연계성을 위해
작위적으로 형의 죽음으로 바꾼 듯 하다고 GV에서 김동조 트레이더가 말하더군요.....
라이언 고슬링은 이 영화에서 가장 중간자적인 입장으로 영화의 나레이션을 담당하고 있는데
가장 어떠한 윤리나 시스템적 접근 사이에서 가장 냉정할 수 있는 제3자적 입장이기에 의도적으로 역할을 담당시킨 것이라 합니다.
영화 속에서 스티브 카렐을 찾아와 CDS를 팔면서 CDO의 실체를 젠가를 가지고 설명할 때 꽤나 멋있더군요....ㅋㅋ
브레드 피트는..... 명성에 비해서 존재감은 좀 떨어지지만 11만불을 가지고 자그마치 8천만불을 벌어들이고
그 기쁨에 아주 좋아죽는 애송이 투자꾼들에게 남들의 고통을 짖밟고 얻은 돈들인데 지금 그게 그렇게 좋아할 일이냐고 격노를 하는데
비록 어쩌면 4인방 모두가 비록 약자들을 직접 수탈하여 취한 이득은 아니지만 아주 적게나마 이들의 윤리적 측면 역시
조금은 생각해 보게 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와.... 작정하고 길게 써보려고는 했지만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그만큼 쓸말도 할 말도 많은 영화라는 소리겠죠.....
처음엔 제대로 녹취록을 적어볼까 해도 녹음도 하고 했지만 어마어마한 분량 앞에 그냥 바로 포기....ㅠㅠ
글 중간중간 GV 내용들을 언급하기도 했고, 마침 어제 불도마뱀님께서 잘 정리해 주셔서
자세한 GV 관련 내용은 그 글을 참고하시면 될 듯 싶구요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9931269)
단 하나~!!! 불도마뱀님께서 생략하셨고 GV 내용 중 저는 물론이거니와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의 가장 격한 공감을 불러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고 마무리 하겠습니다.
이동진 :
이 영화를 보고 제일 먼저 들었던 생각이 정말 수작이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은 한국영화에서는 결코 이러한 영화를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몇 일 전에도 어떤 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했었는데요. 그 얘기를 잠깐만 해보자면…
한국영화에서는 감정적으로 뜨겁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러한 영화들은 굉장히 잘 만듭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굉장히 이성적이고 지적이면서 문제의 핵심을 어떤 시스템의 문제나 허상들을 제대로 파헤친 영화들은
거의 만들지를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영화에서는 이런 영화를 만들어낼 감독이 없어요. 시나리오 작가도 없고…
생각을 해보시면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이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루고 있는데 불과 7년 밖에 지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이처럼 훌륭하게 잘 다루었는데, 한국에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더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
바로 IMF 사태인데 IMF는 20년 가까이 지났잖아요? 그런데 IMF를 다룬 한국영화는 없지 않습니까?
만약에 IMF를 다룬 영화가 나온다면 제가 예측하건데 그건 분명 가족영화일 것입니다. 가족이 해체되고 막 울고 그러다가
다시 가족들이 만나게 되면 어디 시위 현장에서 구사대 같은 애들이 나와서 막 때리고 물 뿌리고 이런 장면들이 나올거에요…
물론 그런 부분들도 한국사회에서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왜 한국영화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다루는 영화가 없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구요… 이런 면에서 빅쇼트라는 영화가 굉장하지 않나 싶습니다.
또 한가지는 한국영화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다룬 영화들이 있기는 있지요.
예를 들자면 [또 하나의 약속]이나 [카트]처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따뜻한 영화들이 있기는 한데,
이런 영화들을 볼 때 이런 안타까움이 있어요. [또 하나의 약속]을 보면 결국 시스템의 문제인데,
그 영화를 보게되면 합의를 종용하기 위해 오는 사측의 직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직원을 보면 너무나 나쁜 사람이고 싸가지가 없고 굉장히 오만불손한 사람으로 묘사가 되요.
그러면 결국 어떻게 되냐하면 좋은 경찰 나쁜 경찰 이런 식의 영화와 똑 같은 구도가 되버려요.
다시 말하면 이 모든 것은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그놈이 악당이고 나쁜 놈이라 그렇게 된 것처럼 되버리는 거에요.
시스템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로 바뀌어버리는 거죠.
그리고 주인공은 항상 가난한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은 항상 성자로 나옵니다. 선해도 그렇게 선한 사람들이 없는거에요.
이렇게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의 대결은 결국 우리가 수 없이 보는 이분법적 장르영화들과 다를 바 없는 뻔한 영화가 되버리는 것이구요.
그런데 이 영화(빅쇼트)를 보면 악당이라 할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냥 탐욕적인 사람들만 있을 뿐이지요.
이런 사람들이 주인공이니 미쳐돌아가는 미국사회와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사기이고 허상인가를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한국영화 같은 경우에는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은 온데간데 없고 악당만 욕해버리고 나면 나와서 금방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런면에서 이처럼 이지적이고 지적이면서도 문제의 본질, 시스템의 허상을 제대로 파헤치는 영화들이 한국에는 없기 때문에
이런 빅쇼트 같은 영화들을 볼 때마다 저도 한국영화계에 걸터있는 사람으로써 좌절감 같은 것이 든다는 것이죠…
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멋진 영화가 그 어떠한 외압도 없이 나와주기를 역시나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설 연휴엔 이 영화 한 번 더 볼 것이고 아울러 인사이드 잡도 한번 더 볼까 싶네요.....
와~~~~~ 드디어 끝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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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련하시겠어요..... 괜히 golgo님이시겠어요? ㅎㅎㅎ
어쩜 영화 내용 자체는 정말 단순하죠....
오고가는 단어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골 아프게 만들어서 그렇지.... ^^;;
몇차례 말씀드렸지만..... 올려주신 CDO와 CDS에 대한 용어 정리는 정말 신의 한수셨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이동진기자님 멘트가 가슴 아프네요.
아이고.... 과찬이십니다....ㅎㅎ
이동진씨의 저 코멘트에서 첨에는 모두들 빵터지다가 나중엔 다 씁쓸한 표정으로 바뀌더군요.... ㅠㅠ

경제학을전공하셨다니 ㅎㅎ
리뷰 굿입니다 수고하셨어요!!
경제학..... 수학이 넘 싫어서 문과 선택했는데 4년 내내 함수와의 전쟁을 치뤄야만 했던 아픔만을 던져준 학문이죠...ㅋㅋ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해본건 불도마뱀님께서 먼저 총대를 매주셔서..... 감사요~~ ^^d
좋은 영화들을 보면
소재 관련해서 많은 전문가들의 조언과
본인들의 연구가 뒷받침되는듯하더라구요
좋은 책도 마찬가지구요
아는 만큼 나오는 법이니까요
언젠가는 한국 영화의 소재도 풍부해지겠지요?^^
도리어 TV 드라마에 있어서는 와~~ 소리 절로 나오는 드라마들이 꽤 있는데
정작 영화에서는 그러한 수작들이나 시도들이 없어서 좀 안타까움이 큰게 사실이네요.... ㅠㅠ

이해가 쏙쏙되네요. 전 어려워서 죽는 줄알았어요 ㅎㅎ
그나저나 마지막 이동진 평론가 글은 정말로 공감되네요.
그래서 요새는 점점 더 한국 영화를 안보게 되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ㅎㅎ;
서브 프라임 모기지, CDO, CDS 이 세가지만 알고가면 영화의 2/3 이상은 먹고들어가죠....ㅎㅎ
한국영화..... 그러한 영화가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 가야 흥행이 되니 그게 더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죠....ㅠㅠ
그나저나 도데체 다른 것도 아닌 이동진 GV를 요약을 어떻게 하신데요?
저 어마어마한 분량의 코멘트가 녹음파일로 확인해보니 고작 3분 40초 분량인데...ㅎㅎㅎ

8시간 정도 걸렸어요 ㅋㅋㅋ 1시간 25분 분량이었는데 틀릴까봐 계속 듣고 또 듣고...
맙소사..... 관객 질의응답 시간까지 한시간 조금 넘는 양에도 포기해버리고 절절매고 있는데
한시간 반이라니....... 그것도 게스트가 있는 것도 아닌 이동진씨 혼자 쏟아내는 한시간 반....... ㅠㅠ

솔직히 마고 로비나 안소니 부르뎅이나 셀레나 고메즈의 설명도
이미 제대로 개념잡고 있지 않는 이상은 이해하기 어려울 듯 싶더군요..... ㅎㅎ

스포를 당해야만 더 잼나게 볼 수 있는 참 희안한 영화지요...ㅎㅎㅎ
빅쇼트를 재미나게, 괜찮게 보셨다면 인사이드 잡이랑 마진콜도 꼭 챙겨보셨음 하네요... ^^;;

와우.. 리뷰 잘봤습니다.
처음봤을땐 생소한 용어때문에 어려웠지만 신박한 연출과 기법으로 어찌 잘 따라갔고, 나중에 보니 나름 파악한 것 같았는데
기본 지식으로 무장하고 다시 보면 더 좋을 것 같아서 주말에 한 번 더 볼 예정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실존 인물들과의 싱크가 엄청나군요 ㅋㅋ
저도 연휴에 한번 더 보려고 예매해 놨어요... ^^;;
정리글 감사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쪽지 남겼습니다 확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스토리 정리 잘 해주셨는데...
제가 이해한 영화랑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아서... 나름 저도 헷갈리지 않고
영화를 파악한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