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짐머,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오디세이> 음악 담당하지 않는 이유 밝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가, 차기작 <오디세이>에서도 음악을 담당하지 않는 이유를 직접 밝혔다.
놀란과 짐머는 <다크 나이트> 3부작,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영화사에 남을 협업을 이어왔다. 이 작품들의 높은 완성도는 짐머의 장엄하고도 웅장한 음악과 뗄 수 없는 관계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나 2020년 <테넷>, 2023년 <오펜하이머>에 이어 <오디세이>까지 짐머는 참여하지 않게 되었고, 이들 작품의 음악은 루드비히 고란손이 맡았다.
2026년 공개 예정인 <오디세이>의 작업에서 빠지게 된 이유에 대해 짐머는 최근 일본 공연 투어를 앞두고 진행된 매체 THE RIVER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설명했다. 짐머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 3> 음악 작업이 계속되고 있어 일정상 참여할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
짐머는 <듄>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18세 때 처음 원작 소설을 읽고 깊이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좋아했던 나머지 데이비드 린치 감독판 영화는 보지 않았다. 머릿속에 있는 내 이미지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상상 속 비전을 지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으로부터 “혹시 <듄> 소설 아세요?”라는 가벼운 질문을 받은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은 협업을 시작했다. 짐머는 “그의 머릿속과 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가 동일하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 결과 놀란 감독의 <테넷>을 비롯한 다른 작품에 참여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고란손에 대해서는 “그를 정말 좋아하고, 친구다. 매우 재능 있는 음악가이며 모두가 그를 납득하고 있다”며, 놀란 감독과는 지금도 좋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짐머는 “때로는 우정을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때도 있다”며, 단지 일로 얽힌 관계가 아닌, 사적인 관계에서의 우정의 의미를 강조했다.
<듄> 프로젝트는 짐머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드니와 함께 작업하는 건 아주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서로 10대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었다.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온 만큼, 기술도 있고 작업 방식도 알기에, 상상 속에 있던 것들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듄>은 예전에는 할 수 없었던 작품이다. 20년 전에 만들었다면 형편없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짐머는 현재도 빌뇌브 감독과 자주 연락하며 작업을 조율 중이다. 그는 “어젯밤에도 드니와 연락을 했다. 지금 드니는 내 음악을 머릿속에 틀어놓고 스토리보드를 작업하고 있다”며, “마치 형제처럼 가까운 관계”라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촬영이 시작될 예정이며, 자신도 이에 맞춰 준비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듄: 파트 3>는 올여름 촬영에 돌입할 계획이며, 짐머는 한동안 이 작품에 전념할 예정이다. 그는 “중요한 건, 우리가 <듄>의 일부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 영화가 우리를 통째로 삼켜버렸다”며, 극 중 등장하는 거대 생물 '샌드웜'에 빗대어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