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82] 불멸의 호러 스타 토니 토드 - 캔디맨

캔디맨 – Candyman (1992)
불멸의 호러 스타 토니 토드
클라이브 바커의 단편 소설을 영화화한 <캔디맨>은 슬래셔 영화의 전성기가 지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던 시기에 등장했습니다. 많은 피범벅 영화들이 마스크 쓴 살인마의 난도질을 쾌락의 구경거리로 내놓을 때, <캔디맨>은 도시 공간의 깊숙한 곳에 얽힌 비극적 역사로 관객을 데려간 이색적인 작품이었죠.
이야기는 도시 전설에 관한 논문을 준비하는 헬렌 라일이 거울 앞에서 캔디맨의 이름을 다섯 번 부르면 끔찍하게 살해당한다는 전설을 알게 되면서 시작됩니다. 캔디맨은 위압적인 체구의 흑인으로, 잘린 오른손 대신 달린 날카로운 갈고리로 희생자를 잔혹하게 살해한다는 내용이죠. 헬렌은 시카고의 카브리니그린 빈민가를 조사하면서 캔디맨과 마주하게 되지만, 그가 벌인 일련의 살인 사건들은 모두 헬렌이 저지른 것으로 누명을 쓰면서 곤경에 처합니다.
<캔디맨>은 바커의 원작인 '금지된 곳(The Forbidden)'을 토대로 각색을 거쳐 완성이 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원작에서 백인이었던 캔디맨이 흑인으로 바뀐 것이죠. 인종을 바꾼 것은 각색된 스토리 때문이기도 한데, 버나드 로즈 감독은 미국의 인종 차별 역사와 결합을 시키며 이야기를 재창조하게 된 거죠.
이 영화는 난도질과 오컬트, 미스터리, 도시 전설, 고딕 호러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를 결합한 작품입니다. 캔디맨이란 살인마가 등장함에도 다른 슬래셔 영화들과 그 결이 완전히 다른 것이 특징이죠. 슬래셔 영화들은 대개 십대들의 무분별한 행동에 대한 응징이나 복수극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캔디맨>은 헬렌이 살인 누명을 쓰고 오해를 받고 쫓기는 상황을 만들면서 미스터리한 전개로 뻗어 나갑니다.
<캔디맨>의 가장 큰 매력은 토니 토드가 연기한 캔디맨의 압도적인 존재감입니다. 위압적인 체구와 깊고 거친 저음의 목소리를 지닌 그는 화면에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처럼 완벽하게 영화를 지배합니다. 그가 입을 열면, 그 존재감은 스크린을 뚫고 나와 현실에 존재하는 듯한 강력한 카리스마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토니 토드의 강한 외모와 목소리에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19세기의 비극적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서사는 다른 살인마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부여합니다. 특히 토니 토드가 호러 영화에서 주로 희생양 역할에 머물렀던 흑인 배우를, 작품을 대표하는 상징적 캐릭터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또한 피와 폭력에 대한 묘사에서도 차별화를 꾀합니다. 많은 슬래셔 영화들이 자극적인 살해 장면으로 긴장과 공포를 연출하는데, <캔디맨>은 나름의 절제된 폭력 묘사로 눈길을 끕니다. 물론 끔찍한 폭력 묘사는 빠질 수 없죠. 갈고리로 희생자의 몸통을 관통해 찢어버리거나, 로트와일러의 잘린 머리와 같은 강렬한 장면들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이런 유혈 낭자한 장면들은 값싼 일회성 눈요기가 아닌, 이야기에 꼭 필요한 하나의 서사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캔디맨>은 도시 전설을 미국의 인종차별, 흑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 도심 속 빈민가의 현실과도 연결하며,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집단적 트라우마를 호러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특히 인종 문제를 호러 장르로 접근한 시도는 당시로선 상당히 신선한 시도였죠. 이는 조던 필 감독의 <겟아웃> <어스> 같은 작품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호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토니 토드의 연기로 탄생한 캔디맨이 호러 영화사에 길이 남을 특별한 캐릭터로 각인되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그 자체로 90년대 호러 영화의 전설로 기억됩니다.
덧붙임...
1. 클라이브 바커는 버나드 로즈의 영화가 자신의 원작과 다르지만, 영화 매체의 다양성이 반영된 좋은 각색임을 밝혔는데요. 덧붙이기를 영화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단편 소설을 더 선호한다고...
2. 영화에 등장하는 벌들은 촬영을 위해 특별이 사육이 되었습니다. 토니 토드는 촬영 과정에서 23번 정도 벌에게 쏘였다고 하는군요. 재미있는 것은 한 번 쏘일 때마다 1,000달러의 보너스를 받기로 계약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3. 극중 입에서 벌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 역시 실제 벌이 사용이 되었습니다. 배우의 안전을 위해서 목구멍 뒤쪽에만 보호대를 착용했다고 하는군요.
4. 영화의 배경이 된 공공주택은 실제 시카고의 악명 높은 카브리니그린 공공주택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안전을 위해서 현지 갱단과 협상을 했고, 그들을 엑스트라로 출연시키는 조건으로 촬영 허가를 받았다고 하는군요.
5. 원래 캔디맨 역할은 에디 머피에게 제안되었지만, 제작진은 그의 높은 출연료를 감당할 수 없었고, 175cm의 상대적으로 작은 키도 캐릭터와 맞지 않았습니다. 반면 196cm의 장신인 토니 토드가 외형적으로 더 적합했죠. 토니 토드는 "나만의 오페라의 유령을 찾고 싶었다"는 말과 함께 캔디맨의 역할을 받아들입니다.
6. <캔디맨>은 뛰어난 사운드트랙을 가진 호러 영화로 항상 언급됩니다. 필립 글래스가 작곡한 메인 테마는 영화에 품위를 더했지만, 흥미롭게도 필립은 처음에 영화를 보고 실망했다고 합니다. 그가 기대했던 신비롭고 고딕적인 작품 대신 잔혹한 내용에 당혹스러웠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영화와 사운드트랙 모두 90년대를 대표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인정받게 되자, 그의 평가도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다크맨
추천인 5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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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비디오로 봤을 땐, 이게 뭐야?? 싶었는데
다시 보면 느낌이 다를 것 같네요.

불금 리뷰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다시 찾아봐야겠네요. 특유의 그 멋진 목소리와 분위기를 좋아했는데 ㅠㅠ
벌 보너스 ㅎㅎㅎ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