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머 vs. 크레이머' 로버트 벤튼 감독 92세로 별세

Robert Benton, ‘Kramer vs. Kramer’ Director, Dies at 92
로버트 벤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공동 각본가이자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로 아카데미상을 두 차례 수상한 감독이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벤튼은 조용한 힘을 지닌 영화인이었다. 그는 인간관계가 항상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 때로는 천천히 끓어오르기도 한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작가주의 감독들과 장대한 스펙터클이 주를 이루던 시대에, 벤튼은 조용한 진실을 속삭이는 인물 중심의 이야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1979년작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는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영화는 법정 스릴러처럼 전개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 그 자체처럼 흘러간다.
벤튼은 배우, 각본, 그리고 관객을 믿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고통스러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도덕적인 판단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이야기 자체가 호흡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었고, 이로써 이혼이라는 주제가 지닌 감정적 파고를 여느 영화보다 깊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벤튼의 영향력은 ‘크레이머’에서 시작되거나 끝나지 않는다. 감독이 되기 전 그는 데이비드 뉴먼과 함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공동 집필했고, 이는 1960년대 후반 미국 뉴웨이브 영화의 불씨가 되었다. 그 각본은 폭력성과 분위기뿐만 아니라 공감의 측면에서 급진적이었다. 범죄자들을 먼저 ‘인간’으로 그렸고, 절망적이고 파멸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이는 이후 비극적인 영웅으로서의 무법자들이 등장하는 시대를 열었다.
1977년작 ‘더 레이트 쇼’에서 벤튼은 고전 누아르에 1970년대의 리얼리즘과 기이한 유머를 결합한 인물 중심 연출을 선보였다. 그 결과는 조용히 마음을 울리는, 장르를 넘나드는 탐정극이었으며, 오늘날에는 실물 매체로 구하기조차 거의 불가능한 숨겨진 보석 같은 작품이다.
감독으로서 벤튼은 ‘마음의 고향’, ‘노스바스의 추억’ 같은 조용한 작품들에도 똑같은 인간미를 불어넣었다. 그의 연출은 드러나지 않는 품위로 가득 차 있었고, 항상 그 순간의 감정적 진실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벤튼을 훌륭한 영화감독으로 만든 것은 어떤 시그니처 숏이나 반복되는 주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그의 절제였다.
그는 매번 영화를 통해 영화를 ‘재창조’할 필요는 없었다. 그저 자기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정직하고 우아하게 전하고자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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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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