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71] 실제 존재하는 유령 건물 - 싸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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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반 - The Promise (2017)
실제 존재하는 유령 건물
태국 호러 영화 <싸반>은 방콕의 초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심령 호러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태국 특유의 귀신 이야기에 1997년 아시아 금융 위기와 연결된 비극적 사건을 풀어냅니다.
1997년, 두 소녀 보움과 이브는 절친으로 금융 위기를 맞이하면서 집안이 폭삭 망합니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둘은 방콕 도심에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에서 동반 자살 약속을 합니다. 하지만 보움이 권총 자살을 하자, 이브는 덜컥 겁이 나서 약속을 저버리고 도망갑니다. 20년 후, 이브의 딸 벨이 과거의 건물에 들어간 후로, 귀신에게 시달리게 됩니다. 이브는 딸을 살리고자 저주를 풀기 위해 노력하죠.
<싸반>는 ‘사톤 유니크 타워’라는 실제 존재하는 유령 건물을 배경으로 리얼리티를 살리고 있는데요. 실제 이 건물은 1990년대 아시아 금융 위기 당시 건설이 중단되어 30년 넘게 방치된 채, 지금 현재도 폐허가 된 그 모습 그대로 방콕의 스카이라인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건설 중단된 건물이 필연적으로 껴안게 되는 온갖 도시괴담의 진원지가 되었고, 실제 이곳을 방문한 외국인이 자살한 사건까지 일어났기 때문에, 건물의 음산한 분위기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세트가 아닌 실제 폐허가 된 거대한 콘크리트 건물이 전하는 압박감, 좁은 복도와 계단, 텅 빈 로비, 방콕의 마천루가 보이는 전망까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긴장감을 고조시킵니다. 특히 불이 꺼지지 않는 화려한 도시 방콕에 유령 건물처럼 우뚝 솟아있는 황폐한 건물은 그 자체로 인상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냅니다. 흥미롭게도 태국 심령 호러 영화에서 빈번하게 점프 스케어로 등장하는 귀신의 모습을 절제하고 심리적 접근을 택했다는 점이 이색적입니다.
이로 인한 장단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데요. 실제 공간을 활용한 으스스한 분위기 묘사는 분명 성공적이지만, 스토리 전개가 큰 변화 없이 느리게 진행되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영화는 중반까지 잘 쌓아올린 사톤 유니크 타워의 기묘한 분위기를 끝까지 유지하지 못했고, 후반에 태국 호러 특유의 감성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처음에 느꼈던 공포감이 점차 희석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싸반>는 실제 건물의 역사와 도시 전설을 유연하게 결합하여, 익숙한 공포 이야기를 통해 금융 위기가 가져온 사회적 문제와 개인의 트라우마를 연결 짓는 의미 있는 서사를 시도했다는 점이 꽤 매력적입니다. 과도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를 보고 방콕 여행을 한다면 이야기의 무대가 된 ‘사톤 유니크 타워’를 찾아 실제 모습을 보는 것도 이색적인 경험이 될 것 같군요.
덧붙임...
1. 몇 년 전까지 폐쇄된 ‘사톤 유니크 타워’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가능했습니다. 건물을 지키는 경비원들에게 적당한 돈을 주고 들어갈 수 있었지만, 자살 사고와 건물에서 파쿠르 영상을 찍는 일이 벌어지면서 건물주의 강력한 조치로 지금은 불가능해졌다고 하는군요.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면 건물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다크맨
추천인 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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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어떤 건물인지 찾아봤는데... 아직도 버려진 채로 남아있다니 놀랍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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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후반부를 좀 더 잘 다듬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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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가 되면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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