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빌라 - 초간단 후기
최근에 작업 때문에, 한국 공포영화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 얼마 전 보았던 영화입니다.
사이비 종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기독교가 중심인 이야기라 사이비나 이단보다는 기독교 자체에 대한 모욕이나 오독으로 읽힐 요소가 다분하네요. 반면 현실에서 분명하게 벌어지는 일 중 하나라 경각심 차원에서 만들어질 만한 소재인 것은 분명합니다. 나치가 택한 선정선동의 방법이 바로 중세 기독교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챕터 별로 나누어 감독은 이야기를 구체화하려 했습니다.
다만. 영화를 너무 못 만들었습니다. 문정희, 성병숙, 정민성 배우님 같은 베테랑 연기자를 데리고도 이현우와 방민아 배우의 연기는 곁이 달라 뜹니다. 머리로만 쓴 게 분명한 시나리오라는 게 곳곳에 보이는데 이게 현실과 결여된 곳도 많고요. 사이비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현대인 특히 한국사람에게는 애증의 집합체라고 할 "내 집"과 결부시키려는 시도가 무리수라는 게 드러납니다.
실제 성경을 바탕에 깔고 그것을 곳곳에 사용하는 대담함이 결과를 얻어내려면 그만큼 숙고했어야 할 텐데, 쓰기에 급급한 조악한 시나리오라고밖에 말씀을 못 드리겠네요. 시나리오에 더해 불필요한 씬의 남발, 어색한 배우들의 연기 등 아쉬운 모습이 영화 전반에 걸친 터라 "원정빌라가 하나님 아래 한몸이 되었다"는 대사는 그저 공허하기만 합니다. 더욱이 무슨 장르인지 헷갈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공포라고 하기에 결국 공포는 소멸하고 오히려 특정한 종교에 대해 혐오만 남게 한 것은 아닌지.
죄송하게도 이렇게밖에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원정빌라는 섣부르고 어색하며 못 만든 영화, 라고요.
종교 다룰 땐 심사숙고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했나 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