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앤더슨에서 네오가 되기까지
매트릭스 1편을 보다보면 주인공이 평범한 회사원에서 구원자인 '그'임을 자각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 과정을 나름 찾아서 정리해봤습니다.
제가 볼 땐 총 3단계의 과정을 거치는 것 같군요.
※ 스포일러 주의 ※
해당 포스트는 영화 내용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첫째
첫번째는 모피어스로부터 확신을 받고 오라클에게 확인을 구하기까지입니다.
매트릭스를 부정하며 실성하다 깨어난 주인공에게 모피어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라클은 그의 재림을 예언했지.
그가 매트릭스를 파멸시키고 전쟁을 종식시킴으로써 인류를 구원할 거라고.
그래서 우린 평생동안 매트릭스에서 그를 찾았지.
그를 찾았다고 믿었기에 내 할 일을 한거야."
이후 주인공은 오라클과 접선하게 됩니다.
여기서 오라클은 아주 중요한 대사를 말합니다.
"자신이 '그'라고 생각해? (…)
자신이 '그'라는 사실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 같아.
아무도 말해 줄 수 없고 자신이 스스로 알지."
흥미로운 건 주인공을 살펴보던 오라클은 "흥미롭군, 하지만 ..."이라고 말하며
주인공이 "전 '그'가 아니군요."라고 대답을 이끌어내게 합니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에게 무지의 지(無知의 知)를 알려줄 때 산파술을 쓰는 것처럼요.
(여담으로 주인공 머리 위에 있던 현판에 쓰인 글귀는 라틴어로 '네 자신을 알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오라클 본인도 모른다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어서 그 무지의 지는 자신 스스로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라클은 '그'를 부정한 것일까요? 식별불가능한 것을 말한 걸까요? 분명한건 '그'가 아님은 주인공 스스로가 말했습니다.
구원자로서의 네오를 자각하기까지 주인공은 아직 멀은 걸까요?
둘째
두번째는 스미스 요원과의 결투에서 선언하는 단계입니다.
오라클과의 만남 이후 같은 팀이었던 사이퍼의 배신부터 요원들의 추적까지 주인공 일행들은 고난에 빠지게 됩니다.
여기서 모피어스는 팀원들을 먼저 탈출시키려다 요원들에게 붙잡힙니다.
주인공은 모피어스를 구출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합니다.
그렇게 모피어스를 구출하고, 추락사할 위험에 잠시 처했던 트리니티까지 구하자
주인공은 자타에 의해 점점 '그'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그러나 모피어스와 트리니티가 접속해제 하고난 후 주인공은 스미스 요원의 끈질긴 추격으로 인해 일대일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스미스는 주인공을 열세로 몰고 마주오는 기차에 붙잡아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저 소리가 들리나, 앤더슨?
피할 수 없는 소리다. 네 죽음의 소리지.
잘 가라 앤더슨."
그러자 주인공은 이렇게 말합니다.
"내 이름은 네오다!"
분노에 차있던 주인공이 '그'임을 선언하며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자 되려 스미스를 기차에 치이게 합니다.
이제 주인공은 네오가 된 것일까요?
과연 선언만으로 구원자란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셋째
마지막은 트리니티의 키스를 받고 매트릭스의 본질을 있는 그대로 보는 단계입니다.
주인공은 스미스의 속박에서 벗어났지만, 카피를 통해 계속 추격해오는 스미스와 요원들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출구용 전화기를 찾으러 달립니다. 그러나...
전화기를 코 앞에 두고 스미스로부터 총알세례를 받습니다.
"잘 가게 앤더슨."
피를 토하며 심장박동이 멈춘 그에게 트리니티가 이렇게 말합니다.
"난 이제 두렵지 않아.
오라클은 내가 사랑에 빠지는 남자가 바로 '그'라고 말했었어. 그러니까 당신은 죽을 수 없어.
난 당신을 사랑하니까. 내 말 들려? 사랑해."
이후 키스를 받은 주인공의 심장은 기적처럼 다시 뛰기 시작하고, 매트릭스 세계에서도 다시 일어섭니다.
요원들은 총알을 다시 먹이려 하지만...
"아냐."
자신에게 날아오는 총알이 거짓임을 알아챈 대사입니다.
이는 이전에 오라클을 만나기 전 한 소년으로부터 "숟가락은 없어요."라고 들은 것을 체화한 장면으로도 보입니다.
마침내 주인공은 매트릭스가 가상의 세계임을 머리로 인지하는 걸 뛰어넘어 몸으로 파악하게 되었습니다.
개념적 세계인 매트릭스와 외부적으로 존재하는 몸 사이에 어떤 융합반응이라도 일어난 걸까요?
어쨌거나 그의 존재는 이제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사랑의 힘으로요. (제가 시리즈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트리니티는 삼위일체를 뜻하니 이 점에서도 흥미로운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이후 네오는 요원들을 제압하고 접속해제까지 성공적으로 마칩니다.
오라클이 트리니티에게 했던 말, '사랑하는 사람이 그이다.'
이 예언이 맞았던 걸까요? 아니면 이 예언으로 인해서 맞게 된 걸까요?
미래가 결정되어있던 걸 파악한 것인가, 예언 그 자체가 원인이 된 것인가...
이후 속편들에서 네오가 인류의 구원자가 되기 위해서 먼저 그가 구원받았다고 볼 수도 있는 점 또한 흥미롭습니다.
이상 주인공이 Anderson(사람의 아들)에서 Neo(새로운, 부활, one의 애너그램)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봤습니다.
오늘 매트릭스가 재개봉했단 소식을 듣고 썼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가) 매트릭스 3편은 이렇게 끝납니다.
세라프가 "이렇게 될 줄 아셨죠?" 하니까 오라클은...
"아냐, 몰랐어. 하지만 믿었지. 믿었을 뿐이야."
조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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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갠적으로 매우 좋아하는 영화라.. 부족해도 성의껏 쓰고 싶었습니다.
이 글 덕분에 다시 볼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관람하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