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58] 숨겨진 죽음의 진실 - 오디티
오디티 - Oddity (2024)
숨겨진 죽음의 진실
판타지를 가미한 호러 <오디티>는 데미안 매카시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그는 유튜브를 통해 단편 호러를 공개했고 2020년 <경고>로 장편 데뷔를 했었죠. 그가 만든 단편 중 <올린은 어떻게 눈을 잃었는가?>를 보았다면 <오디티>에서 같은 이름과 신체적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와 만나게 됩니다. 중요한건 <오디티>를 통해 데이먼 매카시 감독의 연출력이 업그레이드 되었다는 점이죠.
정신과 의사 테드의 아내 대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집에서 비극적인 사고를 당합니다. 남편이 없는 늦은 밤 이상한 남자가 찾아와 대니에게 경고합니다. 집안으로 누군가 들어갔다며 문을 열어달라고 한 거죠. 그리고 무참하게 살해를 당하고 1년 후, 대니의 쌍둥이 자매인 달시가 집을 찾아옵니다. 그 사이 테드는 여자 친구가 생겼고, 그가 병원에 일을 하러 간 동안 집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오디티>는 대니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치려는 달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집니다. 범인의 정체와 살해 동기를 찾아가는 전형적인 미스터리 스릴러로 시작하지만, 달시가 타인의 물건을 통해 그 사람의 행적을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는 점, 또 그녀가 테드에게 선물한 기괴한 목각 인형으로 인해 초현실적인 호러 장르가 섞이게 됩니다.
데미안 맥카시 감독의 각본은 흥미롭습니다. 대니의 죽음과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명확하게 모든 걸 드러내면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그러다 어느 지점에 이르게 되면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알게 되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죠. 죽은 대니가 나타나 경고하고, 카메라에 찍힌 죽은 대니의 모습 등, 단순한 서사가 조금씩 복잡해지면서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데미안의 각본은 관객으로 하여금 사건을 재해석하게 만드는 영리함을 갖추고 있죠.
영화는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불안감을 서서히 고조시키는 데 탁월합니다.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효과적으로 사용된 소품들, 특히 식탁에 앉혀 놓은 목각 인형은 단순히 그 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서서히 스며드는 긴장과 공포를 자아냅니다. 이 장면은 히치콕을 연상시키는 탁월한 연출로 생각됩니다. 또한, 적절하게 배치된 사운드 디자인도 분위기 조성에 큰 역할을 합니다.
<오디티>는 재미있고 은근히 무서운 영화입니다. 과도하지 않은 점프 스케어는 전체적인 영화의 톤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사용되니, 깜놀에 학을 떼는 이들도 충분히 즐길 정도가 될 수 있습니다. 서서히 조여 오는 심리적 공포를 선호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야기의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즐기기도 좋은 수준이죠.
다만 중반까지 탄탄하게 쌓아올린 긴장감이 후반부에서 다소 느슨해지는 아쉬움은 있으나, 데미안 매카시 감독이 보여주는 장르적 역량과 세련된 연출은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덧붙임…
1. 달시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다양한 물건들이 나오는데, 그중 토끼 인형은 데미안 맥카시의 데뷔작인 <경고>에서 나왔던 것입니다.
2. 또 다른 인형으로 심벌즈를 두드리는 원숭이가 있는데, 이것은 스티븐 킹의 단편 소설인 <더 몽키>에 나오는 장난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여튼 볼 수 있기를 기다려 봅니다. 오디티,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