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페이스>를 보고 (스포O)
<방자전>, <인간중독>을 연출하신 김대우 감독님의 신작 <히든 페이스>를 보고 왔습니다. <인간중독>에 출연했던 조여정, 송승헌 두 배우님과 10년만의 재회이기도 하죠. 참고로 동명의 콜롬비아 원작을 리메이크했는데 미처 원작을 보진 못했습니다.
오프닝부터 여주인공 ‘수연’을 실종시켜서 미스터리가 동력이 되어 관객이 금세 흥미를 갖게 합니다. 이어서 송승헌, 박지현 배우가 맡은 캐릭터 간 느슨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묘한 성적 긴장감을 드러냅니다. 그건 상위계층의 화려한 무대 위 두 사람이 하위계층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음을 느슨하게 드러내서 성적 관계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거죠. 박지현 배우는 전종서 배우가 얼핏 연상되기도 하는 동물적인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이라 신선하더군요. 툭툭 던지는 어미처리 같은 대사조 등이 그렇습니다. 사실 그녀가 노출연기를 펼친다고 해서 의아했는데 다 보고나면 납득이 가는 배우의 캐릭터 선택이었습니다.
송승헌, 박지현 두 배우의 베드신이 두어차례 펼쳐지는데 전라 노출이고 노출 수위가 상당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방점은 <방자전>이나 <인간중독>과는 달라서 후자만큼의 에로시즘은 아닙니다. 여기까지가 30분의 이야기인데 김대우 감독하면 연상됐던 에로틱한 이야기인데, 전개가 빠릅니다. 왜냐면 영화의 시점을 바꿔 반전이나 다른 이야기들을 펼칠 작법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반전까지는 예측 못하더라도 충분히 포착 가능한 복선은 많이 보이긴 하더라고요.
이제 3개월 전으로 거슬러가면서 조여정 배우가 맡은 ‘수연’의 시점에서 영화가 전개됩니다. 그러니까 점점 과거로 가면서 시점을 달리해 플롯을 꼬면서 느슨한 라쇼몽 효과를 보여는 식입니다. 조여정 배우는 액션보다 리액션 담당인데도 연기가 다양해서 다시금 연기력에 감탄케 되더군요. 2장이라고 봐도 될 중반부에서는 노골적으로 계급적 열등감, 하위계층에 대한 상위계층의 무시 드러내며 계층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냅니다. 여기에 레즈비언(동성애) 코드 반전까지 곁들이면서 성적 긴장감과 흥미진진한 반전으로 하여금 극에 탄력감이 붙습니다. 모처럼 오락성 높은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러닝타임의 75분이 되어가는 지점에서 이번에는 7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박지현 배우가 맡은 ‘미주’의 시점으로 전개가 됩니다. 이제 캐릭터의 전사와 사건의 진상이 다 공개되고 사건을 수습하는 후반부가 될 텐데 여기서부터 극이 어정쩡해지기 시작합니다. 딜레마에 놓이게 되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비중이 과해서 리듬이 상당히 처집니다. 레즈비언 코드가 주가 되면서 계급 사회에 대한 언급이 흐지부지 되어버립니다. 시종 송승헌 배우가 맡은 ‘성진‘역을 의심하며 계급적 문제를 건드렸던 ‘수연’의 친모도 결국엔 그냥 결말을 내기 위한 장치로 전락할 뿐이고요.
후반부에 밀실에 갇힌 사람과 꺼내주지 않는 사람이 전복되는 아이디어 자체는 흥미진진한데 ‘그러면 굳이’ 싶었던 설정이 좀 많게 느껴집니다. 일례로 굳이 창고의 배경에 일제강점기가 무의미하게 들어갔어야 할까요. 그런 게 다 무색하게 결국 사이코적인 레즈비언 에로시즘(족쇄의 사용은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으로 전락해버리니까요.
영화의 주된 컨셉 자체나 초중반에서 지적하는 텍스트에서 <기생충>이 연상되어 원작이 궁금해지긴 합니다. 가령 저택 속 숨겨진 공간이라든가 모스부호와 같이 소통 도구로 배수관이 활용된다든가 하는 식이요.
- 별점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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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잘 봤습니다 오늘 무대인사 보면서 또 봤는데 다시봐도 잘 가다가 왜 급하게 마무리 짓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움이 강하게 남네요
아 그리고 여주 이름 수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