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블루레이 리뷰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작년 요맘때쯤, 흥행실패가 잦았던 한국 극장가에 말그대로 '봄'을 선사하고 천만관객 영화에 등극한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의 페르소나 정우성이 연기하는 강직하고 우둔한 '이태신 수경사령관', 그리고 황정민이 연기하는 교활하면서도 통솔력을 지닌 '전두광 보안사령관'.
두 인물의 심리전과 치열한 교전,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 사건을 그 어떤 매체보다 사실적이고 긴장감있게 그린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 개봉 후 거의 1년이 지나, 물리매체의 불모지 대한민국이 아닌 홍콩에서 [서울의 봄] 블루레이가 출시되었습니다.
추가로 말씀드리자면, [서울의 봄] 블루레이랍시고 판매하는 사이트 중 페이크 사이트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게 그 페이크 상품 중 하나입니다. 슬립케이스와 표지를 그럴듯하게 제작했지만, 상세히 뒤져보면 가품입니다.
1) 우측상단 유통업체의 로고가 Well-Go USA의 로고인데, [서울의 봄] 블루레이 유통은 공식적으로 EDKO 필름이라는 업체에서 담당했습니다.
2) 해당 상품의 설명란에서 스펙을 확인하면 오디오 코덱이 DTS-HD.MA 5.1이라는 무손실 압축 포맷이라 명시되어있습니다. 실제 [서울의 봄] 블루레이는 DOLBY TrueHD 5.1 코덱을 사용합니다.
3) 그 외에도 FullHD 1080p를 우겨넣는 등 디자인의 조잡함으로도 이게 가짜라는 건 당연히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1. 스펙
[서울의 봄] 블루레이가 일반 블루레이와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오디오 샘플링입니다.
위의 블루레이 케이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울의 봄]은 무손실 5.1채널 사운드에 96000Hz 업샘플링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보통 해외 영화 4K UHD BD도 무손실 압축 오디오는 48000Hz가 일반적입니다.
이 덕분에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의 사운드를 보다 부드러운 음질로 몰입감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수록되어있는 영상 총 용량은 40.7GB입니다. 2019년 한국영화 [극한직업]이 19.5GB, 2015년 한국 영화 [베테랑]이 36GB인 걸 생각하면 평균 이상의 고용량입니다. 비트전송률은 약 33MB/s로, 할리우드 블루레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늦게 출시된 블루레이인 만큼, 공을 들인 게 보입니다.
2. 비디오
[서울의 봄]은 영화 내에서 투박한 폰트로 상황설명을 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합니다. 블루레이에서는 이 폰트를 선명하고도 약간 먼지가 있는 듯한 질감을 잘 살렸습니다.
초반 등장하는 타이틀 카드 또한 한국적 느낌을 내기 위해 붓 글씨체를 사용했습니다. 굵지만 강하고 거칠게 써내려간 듯한 글씨가 마치 그날 밤 9시간을 대변하는 거 같아 인상깊네요.
[서울의 봄] 포스터, 예고편에서도 '이태신'과 '전두광'이 대부분의 스페이스를 차지하며, 이 둘의 갈등과 마찰이 기대되었습니다. 그만큼 이 둘을 각각 클로즈업하는 장면이 다수 등장했습니다. 정우성 배우와 황정민 배우 모두 열연을 보여주어 과연 물리매체가 큰 스크린에서 느껴진 감동과 긴장을 담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블루레이는 충실하게 그 역할을 수행합니다. 높은 비트레이트와 풍부한 표정연기가 시너지를 일으키며, [서울의 봄]은 블루레이를 통해 또다시 전율을 선사합니다. 주름의 잔떨림, 확장되는 동공으로 그들의 심리를 대변하는 블루레이의 스펙은 다시 한 번 관객을 그날 밤으로 끌어당깁니다.
[서울의 봄] 블루레이는 한국 상업영화의 CG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또한 과시하는 기회가 됩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 특성상 야간전투가 주 무대이므로 발전한 CG기술을 관객이 몸소 체감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봄]은 SF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부분에서 CG의 기술력을 뽐냅니다. 광화문 앞 풍경뿐만 아니라 행주대교, 임시정부청사 등 1979년 당시 서울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합니다. 블루레이는 이러한 한국의 기술력을 충실히 전달했습니다.
[서울의 봄] 명장면을 꼽으라면 저는 감청장면을 꼽을 것 같습니다. 문일평 대령의 진압군 장성들에게 비아냥 거리는 연기는 언제봐도 비열한 악인의 극치입니다.
두 진압군 장성의 통화내용을 청취하는 장면에서, 분할된 컷 사이에서 등장하는 문일평 대령을 나타내는 편집이 압권입니다. 블루레이에서는 이 편집기법을 아쉬움없이 드러냈습니다.
두 장군 사이에서 서서히 등장하는 문일평 대령의 모습을 부드러운 화면전환을 살려 관객으로 하여금 호기심, 흥미를 돋웁니다.
3. 오디오
총격씬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 특성상, 저는 총소리의 입체감과 사실성, 그리고 타격감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를 주로 봅니다.
[서울의 봄]을 아이맥스, 돌비 애트모스관에서 모두 관람했을 때, 저는 돌비 애트모스관이 사운드 믹싱이 빛을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슬로우모션과 함께 타격감있는 육탄전이 있는 영화라면 중저음을 살리는 아이맥스관이 적절하지만, 이 영화는 사방으로 튀기는 총소리가 더욱 귀에 잘 들어옵니다.
블루레이는 5.1채널이라는 한계를 뚫고 공간감과 몰입감을 충분히 선사합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오디오 샘플링이 96000Hz인만큼 부드러운 음질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만카돈 사이테이션 멀티빔을 사용해 관람했는데, 영화관 때 들은 강렬한 사운드와의 차이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높은 품질을 자랑합니다.
추가로 돌비 액세스 프로그램을 실행히 돌비 애트모스 효과를 켜면 더욱 풍부한 사운드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서울의 봄]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일상에서 들을 수 있는 흔한 소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자칫 이 효과음을 잘못 믹싱하면 어색하게 보일 수 있죠. 그래서 영화 속 효과음을 제작하는 폴리 아티스트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서울의 봄] 블루레이에는 폴리 아티스트의 노고가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군인의 군복이 펄럭이는 소리, 탱크의 중저음, 그 외에도 독특한 사운드트랙이 함께 어우러져 사실감과 몰입감을 증폭시킵니다.
4. 기타
옛날 사진의 질감, 어두운 장면에서의 컬러 그레이딩, 영화를 부분부분 돌려보다 보니 숨은 노력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러한 노력이 금방이라도 터질듯한 시한폭탄 같은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화를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5. 마치며
비록 많이 늦은 시기에 출시된 블루레이이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었던 스펙을 지녔습니다. 앞으로 4K UHD 블루레이도 출시되길 간절히 기다립니다. 오랜만에 [헌트] 4K 블루레이 다시 보고 싶네요 ㅎㅎ
블루레이로 들어보고 싶네요.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