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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호러 No.56] 미를 위한 파멸적 선택 - 서브스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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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턴스 (2024)
미를 위한 파멸적 선택


바디 호러 팬들에게 선물같은 영화가 나타났습니다.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는 77회 칸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으며 평단과 장르 팬들을 동시에 사로잡았습니다. 이 영화야말로 2024년 최고의 호러 영화이자, 크로넨버그의 유산을 이어받은 바디 호러의 새로운 걸작이라 할 수 있죠. 마치 우리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괴물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 것 같아요.


한때 할리우드를 평정했던 스타 엘리자베스 스파클. 하지만 시간은 그녀의 적이었어요. 젊은 세대에게 자신의 자리를 넘겨주며, 업계에서 퇴출당한 그녀는 교통사고 치료 중 악마의 속삭임 같은 제안을 받게 됩니다. 절망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혈관에 독을 주입하기로 결심하죠. 그리고 그 순간부터, 그녀의 지옥행 티켓이 발권됩니다. 이는 마치 파우스트의 현대판을 보는 것 같은데요. 다만 이번에는 악마가 아닌 현대 의학이 메피스토펠레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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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바디 호러의 길을 따라 우리를 끌고 갑니다. 마치 스티븐 킹의 소설처럼,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죠. 영원한 젊음을 갈구하는 엘리자베스의 선택은, 그녀의 육체를 실험실의 쥐로 만들어버립니다. 처음엔 달콤한 독이었지만, 곧 그녀의 몸은 지옥의 놀이터가 되어버리고 말아요. 파르자 감독은 이 과정을 마치 중세의 고문 장면을 보는 것처럼 집요하게 그려냅니다.


새롭게 얻은 젊은 육체의 삶을 누리기 위해선 지켜야할 규칙이 주어지지만, 우리는 규칙이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가는 상상을 초월하게 되죠. 썩어가는 피부, 빠져나가는 머리카락, 일그러지는 얼굴… 그로테스크한 변형의 과정은 역설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금지된 것을 훔쳐보는 듯한 죄책감과 전율이 동시에 밀려오는 거예요. 이는 단순한 시각적 충격을 넘어서 우리 내면의 욕망을 들춰내는 거울이 되어버립니다.


파르자 감독은 CG의 유혹을 뿌리치고 수작업 특수 분장의 힘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는 경이롭죠. 크로넨버그의 <더 플라이>가 그랬듯, 우리는 혐오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광경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됩니다. 특히 피칠갑이 된 마지막 장면은 <캐리>와 <소사이어티>를 떠올리게 하는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요. 더 놀라운 것은 대부분이 실제 특수 분장으로 구현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디지털 시대에 이런 선택을 한다는 것은 영화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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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정한 공포는 신체 변형만이 아닙니다. 파르자 감독은 현대 사회에서 미의 기준이 얼마나 잔인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카메라는 의도적으로 선정적인 앵글을 선택하고, 집요한 클로즈업으로 우리의 눈길을 붙잡아두죠. 이는 단순한 연출적 선택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죠. 동시에 노화에 대한 공포, 정체성의 상실, 그리고 파멸적 선택의 결과를 피투성이 캔버스에 그려냅니다. 


데미 무어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며 연기합니다. 61세의 배우가 보여주는 용기는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카메라는 그녀의 민낯과 속살을 거침없이 담아내고, 그녀의 눈빛은 때로는 절망으로, 때로는 광기로 빛납니다. 특히 그녀 자신이 전신 성형을 한 경험이 있어서, 엘리자베스 캐릭터는 그녀를 위한 완벽한 역할입니다. 데미 무어는 분명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을 <서브스턴스>에서 만끽했을 겁니다. 


엘리자베스의 젊음을 연기한 마가렛 퀄리는 완벽한 미의 저주를 체현한 캐릭터를 연기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적대자가 아닙니다. 오히려 엘리자베스의 미래와 과거를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죠. 퀄리는 이 복잡한 캐릭터를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때로는 동정마저 불러일으킵니다. 데니스 퀘이드의 연기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의 캐릭터는 할리우드의 어두운 이면을 대변하며, 겉으로는 친절하지만 내면은 썩어있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현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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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미술도 인상적입니다. 심플하고 모던한 엘리자베스의 집은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의 심리 상태를 반영하듯 점점 어둡고 기괴한 분위기로 바뀌고, 엉망진창의 폐허로 변해갑니다. 그녀의 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공간과 미술은 영화의 주제를 더욱 강렬하게 전달하는 데 성공합니다.


<서브스턴스>는 장르 영화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긴 영화입니다. 하지만 2시간 20분의 러닝타임은 순식간에 흘러가버리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우리는 이 기괴하고 아름다운 지옥의 여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됩니다. 파르자 감독은 관객들을 숨 돌릴 틈 없이 이 광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서브스턴스>는 현대 사회의 미의 기준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입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영원한 아름다움을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갈 수 있나요?" 그리고 그 대답은 아마도 우리 모두를 두렵게 할 것입니다.


결국 <서브스턴스>는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된 미의 강박과 광기를 들춰내는 거울입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바디 호러의 진정한 후계자임을 보여준 이 작품은 올해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매혹적인 호러 영화입니다. 


덧붙임…


1. 레이 리오타는 2022년 2월에 이 영화에 캐스팅되었지만, 그해 5월 자신의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사망했습니다. 데니스 퀘이드가 그를 대체했지만, 리오타는 엔딩 크레딧의 감독 "감사 인사" 부분에 언급되어 있습니다.


2. 마가렛 퀄리는 인터뷰에서 영화 속 그녀의 가슴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그 가슴은 프랑스의 분장 아티스트가 디자인한 보형물이었다고. 이에 대해 퀄리는 이렇게 말했다는군요. "안타깝게도 마법의 가슴 물약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들을 붙여야만 했어요. 코랄리 파르자 감독님은 제게 평생 한 번 있을 법한 가슴을 선사해줄 놀라운 보형물 팀을 찾아냈죠. 물론 제 인생에서는 아니지만요."


(이하 스포일러 주의)


3. 수가 자신의 배 속으로 손을 넣어 닭다리를 꺼내는 장면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를 향한 오마주입니다. <비디오드롬> <엑시스텐즈>에서 이와 유사한 장면들이 나옵니다. 그리고 <엑시스텐즈>에서 뱃속에서 꺼낸 총은 동물 뼈로 만들어진 것이었죠.


4. 코랄리 파르자 감독은 이 영화의 영향을 준 작품으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더 플라이>(1986)를 언급했습니다. 신체 변형이 이루어진 엘리자베스의 모습이 플라이를 연상시키며, 두 영화 모두 주인공이 썩어가는 손가락에서 손톱을 제거하는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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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저도 플라이 생각이 났습니다 ㅎㅎ
리뷰 잘 봤습니다!
11:14
3시간 전
profile image 2등
국내개봉 아직 멀어서 ㅠㅠ 빨리 보고 싶어요 그로테스크 하고 잔인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11:17
3시간 전
profile image 3등

ㄷㄷㄷ 드디어 이걸 올리시는군요. 어서 보고 싶습니다. 데미무어 인생연기라고 소문이 자자하다는..

11:19
2시간 전
profile image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12월 11일 개봉이라고 나오기는 하네요.
13:09
1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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