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4
  • 쓰기
  • 검색

<아노라>를 보고 (스포O)

폴아트레이드
2932 6 4

FF987188-F8D4-4E0F-A049-163A7B96E131.jpeg.jpg

<플로리다 프로젝트>을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이자 바로 올해였던 제 77회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서 큰 화제를 모은 <아노라>를 보고 왔습니다. 호평일색의 영화인지라 저 역시도 엄청난 기대를 안고 봤네요.

빠른 BPM의 음악과 함께 성 노동자의 근무 환경 그러니까 서스름없이 스트립쇼로 막을 엽니다. 초반부 성 노동자인 주인공이 근무하는 HQ에서 자연스레 성 노동자-손님 관계로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귀여운 여인>의 클리셰를 로맨틱하게 밟아갑니다. 그리고 거기엔 화려할 지언정 부정이나 미화 없이 가감없이 쾌락의 관계를 그려냅니다. 배드신이 잦기도 하고 노출 수위도 높은 편인데, 어둠에서 가리지 않고 그 행위를 여실히 드러내는 낮 촬영분의 배드신도 있습니다. 클럽씬과 파티씬이 잦은 초반부는 그렇게 오직 떠들석함과 쾌락에만 확실히 포커스를 맞춥니다. 중간에 가볍게 툭툭 대사로 던지듯 넘어가긴 하지만 ‘노동자’의 측면에서 성 노동자는 스케줄 근무로 일하고 사대보험 없다는 점을 뼈있는 농담삼아 다루기도 합니다. 그렇게 초반부 40분의 분량은 애니가 계속 거절하지만 꿋꿋하게 이반이 프로포즈를 하면서 sweet dream의 최절정을 찍으며 1막을 끝맺은 듯한 인상을 줍니다.

1막이 빠르고 뜨겁게 달아올랐던 것에 대비해 2막은 진입하자마자 빠르게 식어버립니다. 1막이 외면했던 것은 아니지만 2막에서는 이제 또 다른 측면, 현실적인 측면을 보여준달까요. 이반의 가족이 개입하게 되면서 영화의 톤이 바로 다운되면서 판타지에서 현실로 발을 닿게 되는 것입니다. 충분히 예측된 아수라장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반이 도망을 가게 되면서 스쿠루불 코미디로 전개됩니다.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이 직전의 판타지와 충돌시켜 현실을 강하게 자각시키는 겁니다. 젠틀한 척 하지만 토로스 일행은 깡패와 다를 바 없는 직원을 동행하고 그들의 행동은 사실상 아노라를 감금한 것과 다를 바 없죠. 그 상황에서 애니의 눈과 입을 클로즈업해서 그녀의 절규와 이 괴리를 극대화시킵니다. 이건 엄연히 폭력인데, 토로스 일행은 캔디샵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폭력을 행사하고 견인 관련 법률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불법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꽤나 긴 분량을 폭력에 가까운 장면에 투자하면서 토로스 일행의 부도덕함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로드무비에 가까운 2막의 여정을 겪으면서 점차 무너지게 되는 애니의 내면 드라마를 차곡차곡 쌓아가고요.

이제 러닝타임의 90분이 되는 지점에 이야기의 원점이자 애니가 일했던 HQ에서 다시 반야를 찾게 됩니다. 정작 사건의 당사자인 반야는 술에 취한 상태로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거기서 애니만 전전긍긍하게 됩니다. 그의 부모도 애니를 면전에 무시하고요. 오직 같은 하층민인 이고르만이 그녀에게 사과를 하고, 스카프를 챙겨주고, 묵묵히 바라보고, 곁에 있어주고, 물을 건네고, 반야의 가족들보고 그녀에게 사과를 하라며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둘은 할머니와 가까운 관계라는 공통분모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요. 이고르가 딱히 성적인 매력을 느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직업이나 신분(애니)이 아닌 그저 사람(아노라)으로 대했을 뿐입니다. 화려하고 요란했기에 결말에서의 씁쓸함과 처연함이 배가 되네요.

- 별점 : ★★★★☆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6

  • 콘스탄트
    콘스탄트
  • Sonatine
    Sonatine
  • 카란
    카란

  • 이상건

  • 헷01
  • 해리엔젤
    해리엔젤

댓글 4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씁쓸한 21세기의 귀여운 여인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21:14
24.11.12.
이상건
결말에서 좀 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통찰을 기대하긴 했는데 그것빼면 참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1:48
24.11.12.
profile image 2등
볼까말까 살짝 고민했는데 봐야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21:44
24.11.12.
카란
지방러라서 이번주 아니면 종영할 것 같아 고민하다 봤는데 보신 것 추천드려요!
저도 감사합니다!
21:47
24.11.12.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애니멀 킹덤]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2 익무노예 익무노예 21시간 전14:16 864
공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시사 당첨자입니다. 5 익무노예 익무노예 1일 전11:19 747
공지 [파문]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1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11:36 3665
HOT 오늘의 쿠폰 소식입니다!! 무빠사!! 가즈아 5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2시간 전08:59 687
HOT 1편의 신선함은 다사라진 뻔한 드라마"오징어 게임2" 2 방랑야인 방랑야인 40분 전11:15 376
HOT [불금호러 No.62] 장르의 새로운 접근 - 소름 3 다크맨 다크맨 1시간 전10:49 172
HOT '오징어 게임' 시즌 2 로튼 리뷰 번역(신선도 85%) 6 golgo golgo 1시간 전10:24 776
HOT 북미 클스마스 주말 박스오피스 - '무파사' 1위, ... 4 NeoSun NeoSun 1시간 전09:57 396
HOT 2024년 슈퍼 히어로 영화 로튼 토마토 점수 비교 2 시작 시작 2시간 전09:07 387
HOT 소니픽쳐스 CEO 인터뷰 일부 - 스파이더맨 빌런 스핀오프 미... 3 NeoSun NeoSun 2시간 전09:10 521
HOT 2024년 영화 TOP 20 뽑아 봤습니다. 3 영화에도른자 10시간 전01:21 802
HOT [오징어 게임 2] 로튼 토마토 프레시 인증 4 시작 시작 3시간 전08:43 1532
HOT 토탈필름 '오징어게임' 시즌2 평점 3 NeoSun NeoSun 3시간 전08:34 1747
HOT 북미박스오피스 크리스마스 개봉 노스페라투 2위 깜짝 데... 2 샌드맨33 3시간 전08:26 391
HOT [오징어 게임 시즌 2] 리뷰 (강스포) 1 kathryn.hailee 3시간 전08:07 2919
HOT [오징어게임 2] 간단 후기 (강스포!!) 2 Rec 7시간 전04:16 2768
HOT 집 앞 용산 CGV에 <위키드> N차하러 갈 때마다 '... 1 선우 선우 9시간 전01:59 511
HOT '오징어 게임' 시즌2 로튼토마토 점수! 2 하드보일드느와르 10시간 전01:05 4224
HOT 2024년 12월 26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1시간 전00:01 1467
HOT 1964년 수기 '저 하늘에도 슬픔이' 첫 영화 (1965... 3 그레이트박 그레이트박 13시간 전22:39 333
HOT <시빌 워 : 분열의 시대> 포토플레이, 포토티켓용 Tex... 2 베르세티 베르세티 13시간 전21:59 472
HOT 서정성이라는 원류 <H2> 2 중복걸리려나 14시간 전21:25 1029
HOT 일본 맥도날드 에반게리온 콜라보 2 GI 14시간 전21:15 793
1161992
image
golgo golgo 7분 전11:48 45
1161991
image
golgo golgo 10분 전11:45 56
1161990
image
NeoSun NeoSun 13분 전11:42 89
1161989
image
golgo golgo 13분 전11:42 99
1161988
image
NeoSun NeoSun 19분 전11:36 144
1161987
image
NeoSun NeoSun 19분 전11:36 134
1161986
image
golgo golgo 23분 전11:32 296
1161985
image
중복걸리려나 29분 전11:26 155
1161984
image
NeoSun NeoSun 34분 전11:21 225
1161983
image
NeoSun NeoSun 36분 전11:19 108
1161982
image
방랑야인 방랑야인 40분 전11:15 376
1161981
image
NeoSun NeoSun 47분 전11:08 129
1161980
image
NeoSun NeoSun 50분 전11:05 87
1161979
image
NeoSun NeoSun 57분 전10:58 226
1161978
image
다크맨 다크맨 1시간 전10:49 172
1161977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0:24 776
116197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22 247
1161975
image
소보로단팥빵 1시간 전10:10 503
1161974
normal
NeoSun NeoSun 1시간 전10:04 287
116197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9:57 396
1161972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24 722
116197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10 521
1161970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9:07 387
1161969
normal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2시간 전08:59 687
116196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58 656
116196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54 213
1161966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47 374
1161965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44 263
1161964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08:43 1532
116196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42 170
116196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38 201
1161961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3시간 전08:37 363
116196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34 1747
1161959
image
샌드맨33 3시간 전08:26 391
1161958
normal
Sonatine Sonatine 3시간 전08:10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