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55] 죽음과 사랑의 경계 - 델라모테 델라모레
델라모테 델라모레 (1994)
죽음과 사랑의 경계
미켈레 소아비 감독의 야심작 <델라모테 델라모레>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독특한 매력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고딕 호러의 정수를 품으며,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좀비 호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시도로 지금까지도 호러 팬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죠.
작은 마을의 묘지관리인으로 일하는 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는 7일 후 되살아나는 시체들을 처리하는 기이한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는 어느 날 장례식에서 만난 아름다운 미망인에게 반해 사랑을 느끼지만, 그녀가 좀비가 되어 돌아오면서 프란체스코의 삶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합니다.
<델라모테 델라모레>는 호러, 코미디, 로맨스, 판타지 장르가 뒤섞이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여기에 더해 나름의 깊이 있는 철학적 고민과 질문을 담아낸 이색적인 좀비 영화이기도 하죠. 주인공 델라모르테가 일하는 음산한 묘지의 으스스한 분위기는 고딕 호러의 전형적인 무대인데, 그것이 현대적 스타일로 재해석되어 신선함을 더합니다. 또한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위트 있는 대사와 사건들을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델라모테 델라모레>의 독특한 매력은 참신한 좀비 설정에서 비롯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매장된 시체가 7일 후 되살아나는 독특한 규칙을 제시하며, 이는 기존의 좀비 영화들과 차별화된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설정은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그리고 상실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끌어내고 있죠. 영화는 뛰어난 스토리텔링과 함께 시각적으로도 탁월한 성취를 이룹니다.
특히 세르지오 살바티의 촬영이 돋보이는데, 그는 어둡고 음산한 묘지의 분위기 속에서도 독특한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습니다. 그 가운데 오토바이를 타고 묘지를 질주하는 상징적이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뛰어난 특수효과와 촬영으로 오랜 세월이 지나도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시킵니다.
영화는 많은 볼거리를 펼쳐 보입니다. 고어물 팬들도 흡족할만한 수위 높은 비주얼들이 시선을 끌고 있죠. 이 영화의 특수효과는 30년이 지난 지금 기준에서도 여전히 뛰어납니다.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특수효과는 독특한 질감과 생동감을 자아내며, 특히 수위 높은 고어 효과는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좀비의 썩어가는 피부, 끔찍한 상처, 그리고 피와 내장이 튀는 장면들은 섬뜩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죠.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 묘사에서도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는데요. 매력 넘치는 묘지기 주인공 프란체스코 델라모르테 역을 맡은 루퍼트 에버렛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그는 캐릭터의 다양한 감정선을 시니컬한 연기로 소화를 해내며, 펄떡대는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델라모테 델라모레>는 오랜 세월 변함없는 컬트적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과거엔 호러팬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영화로 인식이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만큼 이 영화는 다양한 장르를 유연하게 결합하여 독특한 매력을 선보이며, 화려한 볼거리와 시각적 아름다움을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것이죠. <델라모테 델라모레>는 시간이 흘러도 그 매력을 잃지 않는 이탈리아 고딕 호러의 대표작으로서 손색없는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덧붙임…
1. 영화의 영어 제목 <세메터리 맨>은 미국 배급사 측에서 <델라모테 델라모레> 제목이 미국 관객들에게 너무 어렵다고 판단해 변경을 했다고 하는군요. 미국 제목의 경우 영화의 본질을 담아내진 못한 것 같습니다.
2. 미켈레 소아비 감독은 <델라모테 델라모레>를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서, 단순히 호러 영화로 여겨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합니다.
3. 영화의 배경이 되는 묘지는 실제 로마 근교에 있는 묘지에서 촬영이 되었고, 밤에만 촬영 허가를 받아서 진행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의 비주얼을 강화하기 위한 세트는 추가적으로 설치가 되었습니다.
4. 실감나는 좀비들의 특수 효과와 썩어가는 피부의 분장은 세르지오 스티발레티가 담당했으며, 그는 다리오 아르젠토의 여러 영화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유명한 특수효과 아티스트입니다.
이 영화 분위기가 정말 좋은데다, 재미도 있었죠.
90년대는 아직 한국에 이런 장르가 어울리지 않았던 시기였고...차라리 지금 개봉했다면 인기 좀 끌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