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장재현 감독과 험한 것 성우의 대담 번역
<파묘> 안 보신 분들에겐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파묘> 홍보를 위해 일본을 찾은 장재현 감독과...
'험한 것'의 목소리를 연기한 일본 성우 코야마 리키야의 대담 인터뷰입니다.
원문은 아래, 사진들 더 볼 수 있습니다.
https://moviewalker.jp/news/article/1225225/
“‘험한 것 연기한 사람, 일본어 잘하네.’라는 소릴 듣는다면 좋겠네요.” (코야마)
Q: 이 작품의 악역인 ‘험한 것’은 어떤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건가요? 또한 그 성우로 코야마 리키야 씨를 캐스팅한 이유를 얘기해 주세요.
장재현: 우선 <파묘>라는 영화 자체의 핵심은 ‘무덤을 파서 흙 속에 묻혀 있는 나쁜 것을 꺼낸다.’입니다. 그 중에서 ‘험한 것’은 한국에 사는 사람들이 역사적으로 느껴온 ‘두려움’을 상징합니다. “두려움 그 자체”라는 대사도 나오는데, 비주얼보다는 캐릭터가 내뱉는 대사가 더 중요했어요. 코야마 씨에게 출연을 요청한 이유를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본 최고의 성우가 필요했기 때문이죠. 저는 <바키>나 <명탐정 코난>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태프에게 “훌륭한 성우를 찾아달라”고 요청했더니, 10명 중 8명이 코야마 씨의 이름을 꼽았죠.
코야마: 정말 감사합니다. 외국의 큰 작품에 더빙이 아닌 성우로서 오리지널 음성 녹음에 참여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제가 원한다고 쉽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가보고 안 되더라도 상관없다. 아무튼 시도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맡게 됐습니다.
장재현: 스튜디오에는 저 말고도 엔지니어분과 감수를 맡은 한국 거주 일본인 배우분도 계셨는데요. 코야마 씨가 대사를 말하면 그분들은 깜짝 놀라면서 ‘더할 나위 없다. 너무 완벽하다. 역시 넘버원은 다르다’라고 입을 모으더군요. 분위기도 그렇고, 카리스마, 대사 전달력이 굉장했어요. 보통은 녹음을 한 뒤에 엔지니어가 소리를 조정하는데, 이번에는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연기해 주신 목소리를 거의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한국인이 권위를 느낄 만한 목소리를 원했다.” (장재현)
코야마: 감독님이 처음 말씀하신 게 ‘스스로 귀신이라는 인식을 갖지 말고 자연스럽게 목소리를 내 주세요.’였어요. 중요시했던 것은 처음 등장했을 때 캐릭터의 크기였는데, 그 높이의 시점에서 사물을 보려고 했습니다. 현실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봤을 때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크기는 그 정도일 거라고 스스로 상상하고, 구체적으로는 그리즐리(회색곰)가 우뚝 섰을 때의 두려움 같은 것을 생각하면서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땅을 밟고 있는지 등, 피부 감각을 떠올리며 연기하려고 했어요.
장재현: 사실 감수하시는 분이 ‘주로 애니메이션 쪽에서 성우 활동을 하시는 분이라서 리얼리티 면에서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셨어요. 하지만 코야마 씨와 만나서 여러 가지를 설명 드리고, 제 의도를 적확하게 캐치하신 뒤 녹음에 들어가니, 처음 녹음한 소리를 듣자마자 ‘코야마 씨는 프로다’라고 놀라셨어요.
코야마: 저는 (험한 것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어떤 스토리가 있었나요?’, ‘서 있는 위치가 여기가 맞나요?’ 여쭤 본 정도였네요. 일본어 대사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런 표현이 더 낫지 않나요?’라든가, ‘조사는 이렇게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말씀드릴까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갖고 계신 이미지가 적확했고 소리에도 무척 신경 쓰고 계셔서, 사소한 걸 말하는 건 그만두고, 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연기했습니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장재현: “소리에 관해서 굉장히 깊이 있게 신경 썼다기보다도 ‘험한 것’이 내는 소리가 매우 권위적으로 들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한국인이 느끼는 것과 일본인이 느끼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고, 우선 한국에서의 개봉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일본어적으로는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한국인이 권위를 느낄 수 있는 목소리이길 바랐습니다. 코야마 씨는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해주셨어요.
Q: 장재현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이 어땠나요?
코야마: 처음엔 무서운 분인가 했는데 무척 솔직한 분이셨죠. 그래서 녹음하는 게 정말 즐거웠고 끝나는 게 아쉽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듀서, 제작 스태프, 엔지니어도 젊은 분들이 중심이어서 다들 친했고 화기애애하게 작업하고 계셨습니다. 그런 가운데 스트레스 없이 자유롭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어서 고마웠습니다.
장재현: 영화 제작이라는 게 무척 피곤한 일이라서 식욕도 떨어지고, 끝나면 바로 귀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에요. 하지만 코야마 씨가 연기하셨던 날은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끝난 뒤에 제가 단골로 가는 고깃집에 가서 함께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신 게 생각납니다. 사실 함께 일하는 스태프 중에 예민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 날은 걱정됐던 문제가 해결돼서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었죠.
Q: 어떤 문제였나요?
장재현: 코야마 씨가 합류하기 전에 투자자들에게 임시 편집본을 보여줬는데, 다른 건 다 좋은데 ‘험한 것’이 등장하는 장면만 ‘아우라가 너무 없어’라며 강한 불만이 제기됐어요. 편집상의 이유로 임시로 음성을 넣은 거였죠. 그런데 나중에 코야마 씨의 목소리가 들어간 버전을 보여줬더니 ‘이거 굉장해!’라며 바로 OK가 나왔고 개봉일도 정해졌어요. 그에 대해 코야마 씨에게 감사드리고 싶었는데 이번에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네요.
코야마: 저야말로 감사드리죠.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곧장 빠져들고 말았네요. 아마도 편집 작업이 힘드셨을 것 같은데, 다양한 정보들이 하나로 집약되는 듯한 연출을 하셨더라고요. 제가 출연한 작품이지만, ‘벌써 끝난 거야?’라고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관객을 놀라게 하는 서스펜스나 공포물의 경우, 깜짝 놀라는 사건이 끝난 뒤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 무뎌지는 경우도 있는데 <파묘>의 경우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계속해서 이어져서 정말 감탄했어요.
악역이지만 프로정신으로 녹음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