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레그스>를 보고 (스포O)
2020년대의 <양들의 침묵>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배급사 NEON이 배급한 작품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 <롱레그스>를 보고 왔습니다.
관객이 처음 이 작품을 보게 되는 건 강렬한 붉은색의 화면입니다. 그 위로 T.Rex의 ‘Get it on’ 의 가사 중 일부가 깔리면서 시작하게 됩니다. 한 소녀가 ‘롱레그스’라는 인물을 만나게 되는 짧은 프롤로그로 막을 여는데 이 부분만 떼어놓고 단편영화로 봐도 무척 좋았습니다. 한 소녀의 시점쇼트를 강하게 써서 인물이 어디를 보고, 무엇을 보는지에 대한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상황의 긴장감을 배를 시켜주는 겁니다. 그렇게 영화의 첫인상을 강하게 남기고 관객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하며 출발하게 됩니다.
프롤로그 이후로 알 수 있는 사실은 영화가 크게 3장으로 이루어져있다는 겁니다. 프롤로그에서 크게 시간이 흘러 본편의 1장으로 넘어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켜나갑니다. 웨스 앤더슨 감독 만큼은 아닐지라도 화면 구도가 충분히 대칭 구도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런 의도적인 인공미가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하면서 역삼각형의 상징을 중요하게 다루는 극 중 상황과도 맞닿아있어 의도와 형식이 일치하는 측면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양들의 침묵>의 얼개에서 출발해서 <유전>과 같은 오컬트 무비의 종착점으로 향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사건에 괄호를 치고 그걸 미스터리의 동력으로 삼아 현재의 사건과 시종 과거를 교차시키며 진실을 좇다가 ‘사탄 숭배’ 같은 오컬트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니까요. 이때, 플래시백이 단지 과거를 회상하거나 과거를 제시하는 용도가 아니라 주인공의 혼란스러움이나 기억의 혼재와 같은 상태를 묘사해줘서 오스굿 퍼킨스 감독님이 영화 문법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사실 시놉시스만으로는 반전이라고 해야할지 싶은 후반부 이야기에 대한 전개가 유추가 쉽고, 많은 오컬트 무비에서 봐온 것들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야기의 특성을 극대화해서 의도된 불쾌함이나 음침함을 살려 영화적으로 전달하는 내러티브는 꽤나 좋습니다. 다만, 이제까지 보여준 화법과 너무나도 다르게 이야기의 원점으로 돌아간 후반부에서 친절하게 설명조로 풀어나가서 당혹감이 드는 부분이랄까요. 의도와 형식을 맞닿으며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뜨린 듯해서 허탈함과 의아함이 들어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 별점 : ★★★
추천인 6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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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 그렇게 세심히 풀어야만 했는지....
저도 오랸만에 괜찮은 오컬트 무비가 나오다 하다가 허무함에 탄식을..
멋진 리뷰 잘 읽었습니다👍
후반부 진짜 무슨일이죠…
아님 싸이코패스만 나오는 미스테리 스릴러물에 가까울까요?
대충 정보를 보면 그 중간일거 같기는 한데... 제가 귀신,유령 이런거 나오는걸 못봐서요.
형사 미스터리일거 같은데... 여자주인공 형사가 귀신을 보는 능력 이런게 있는걸까요??
암튼 죽은 사람들이 나오는지 궁금합니다. 유령 나오는거 못봐서요/T.T
리뷰 잘 봤습니다. 후반부가 좀 당혹스럽긴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