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ding Singer (1998) 걸작 로맨틱 코메디. 스포일러 있음.
웨딩싱어는, 남의 결혼식에 가서 개그도 치고 흘러간 옛노래도 부르고 하는 그런 가수다.
로비는 꽤 인기 많은 웨딩싱어다. 농담도 잘 하고, 사람이 선량해서 노래와 개그에 그것이 묻어난다.
욕심도 없다. 웨딩싱어가 뭐 어때서? 모든 사람들이 다 천재에다가 스타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는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 린다와 행복한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살 작정이다.
인생에 이것이면 충분하다. 그가 찾는 사랑은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사랑이다.
자기 손으로 린다와 함께 살 행복한 집을 하나 하나 만드는 것이 행복이다.
아담 샌들러는 어딘가 빈티가 난다. 인상에서 선량함이 묻어난다. 그가 맡은 역할들도 대부분 이런 역할들이다.
아담 샌들러식 로맨틱 코메디가 여기에서 나온다. 그의 농담도 미국 서민을 연상시키고,
그의 일상도 미국 서민의 그것이다.
미국의 평범한 서민들은, 욕심이 없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면 만족하는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아담 샌들러의 이런 캐릭터에 공감할 수밖에 없게끔, 욕망을 억제당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월 스트리트에 있는 투자자들이나 실리콘 밸리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거액을 벌 때, 서민들은
직업을 몇개씩 뛰어 이 살벌한 뉴욕이라는 장소에 발붙이고 살아나갔을 것이다.
아담 샌들러의 삶도 이 중 하나이다. 서민들은, 자신들을 상징하는 아담 샌들러가 사랑하는 여인도 얻고
소박한 행복을 쟁취하는 모습이서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자기들이 쟁취할 수 있는 행복과 성공도 있다는
사실에 감동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비가 사랑하는 여자 린다는 생각이 다르다. 린다는, 로비가 뭔가 상승욕도 강하고 출세도 할 것 같아서
결혼하려 했는데, 자꾸 자기 생각과 다르게 로비는 초라해진다.
로비는 공연을 갔다가 착한 웨이트레스 쥴리아를 만난다. 항상 로비에게 친절하고 주변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그렇다고 둔한 사람은 아니고, 사람이 욕심 없고 현명하다. 딱, 여자판 로비다.
복스럽게 통통한 쥴리아는 늘 주변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든다.
로비나 쥴리아는 서로를 위해 태어난 사람들 같다. 서로에게 끌린다. 하지만, 이미 각자에게는 약혼자가 있다.
선량한 두 사람은, 각자에게 끌리면서도, 약혼자를 배신한다 같은 것은 꿈에도 꾸지 않는다.
이 영화는 로비와 쥴리아가 결국 맺어질 때까지의 과정을 로맨틱하게 그린 것이다.
이 영화는 굉장히 따스하다. 주인공들이 웨딩싱어와 웨이트레스다.
화려한 것도 없고, 튀는 것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굉장한 자의식도 없고, 굉장한 사건도 없다. 그냥 일상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일상이 굉장히 따스하고 로맨틱할 수 있음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로비는 결혼식장에서 약혼녀 린다에게 배신당한다. 린다는 나타나지 않는다. 로비는 우울증에 빠진다.
그는 자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그의 곁에는, 늘 그를 돌봐주던 쥴리아가 있다.
쥴리아의 약혼자 글렌은, 오랜동안 가난하다가 투자에 성공해서 갑부가 된다.
가난할 때 자기를 지탱해 준 쥴리아에게 의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임감 때문이다.
하지만, 갑부이니까, 예쁜 여자들이 넘쳐난다. 사랑은 이들과 한다. 지금도 바람을 피우고 있고, 결혼해서도 바람을
피울 생각이다. 쥴리아는 이를 모른다. 로비는 우연히 그가 말하는 것을 듣고, 그의 속셈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것을 쥴리아에게 까발려 남의 결혼을 파탄낼 수는 없다.
쥴리아는 쥴리아대로, 너무 거창하게 성공해 가는 약혼자가 부담스럽다.
이들이 이기적인 사람들 같았으면, 각자 약혼자를 배신하고 결혼에 골인 - 십분만에 영화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들이기에, 서로 먼 길을 돌고 돌아 맺어진다.
한동안 멜로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던 시간여행같은 자극적인 소재는 여기 없다.
재벌도 없고, 그렇다고 가난한 사람도 없다. 비뚤어진 사람도 없다. 그냥 우리 자신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나는 로비나 쥴리아같은 사람이 아니다' 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가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을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위기 이전의 미국사회를 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로비나 쥴리아같은 사람들이 사회의 작은 자리를 차지하고, 그 자리에 만족하고, 거기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는
것 말이다. 거대은행이나 금융세력 그리고 대기업들이 로비나 쥴리아의 이런
소극적인 성격을 이용하여 그들의 희생 위에 막대한 부를 독점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이 영화의 로맨티시즘과 코메디는 이미 낡아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참 궁금하다.
영화가 엄청 로맨틱하고 착하다. 코메디언 아담 샌들러는 원래 빈티가 나는 사람이다.
빈티나고 욕심없고 선량한 캐릭터라는, 그의 평생에 걸친 캐릭터를 여기에서 완성시킨다.
드류 배리모어도 이 영화를 통해 로맨틱 코메디의 여왕이라는 지위에 등극한다.
이 영화를 통해서, 아담 샌들러는 영화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고, 드류 배리모어도 로맨틱코메디의 여왕 자리를
차지해서 긴 전성기를 누렸으니, 이만큼 성공적인 영화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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