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레그스> 일반 시사 단평입니다!
‘지난 10년간 가장 무서운 영화’! 이 평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듯합니다. <롱레그스>는 미국인들에게 더 큰 공포로 다가오는 영화입니다. 야만과 불신으로 점철된 1970년대 미국의 상황이 또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공포감이 영화 전반을 지배하기 때문이죠. 1974년, 14일, FBI 등 특정 날짜와 단체가 언급된 것만 봐도 감독의 의도를 알 수 있습니다.
영화는 결은 다르지만 독일 근현대사를 알고 보면 더 다층적으로 볼 수 있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서스페리아>, 냉전 시대의 막바지 시기였던 레이건 시대의 상황을 녹여낸 맷 리브스의 <렛 미 인>과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과거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조금 특색 있는 호러 영화로고만 받아들일 것 같네요.
극 중 수수께기처럼 보이는 암호, 롱레그스라 불리는 연쇄살인범의 기괴함, 그리고 사탄 숭배 뒤에 감춰진 진실은 과거 닉슨 시절의 미국 상황을 떠오르게 합니다.(극 중 닉슨 초상화가 등장합니다.) 더 나아가 화이트에 집착하는 롱레그스를 통해 KKK(백인우월주의자)도 연상됩니다. 미국 역사 속 근원적 공포의 대상을 길어 올렸다는 점은 일본 귀신을 등장시킨 <파묘>와도 접점이 느껴집니다. 이는 현 시대적 상황(미국은 대선, 한국은 친일파 역사 왜곡) 속에서 개봉한 터라 좀 더 정치적으로 다가오기까지 합니다.
총 3개의 챕터를 통해 사건을 풀어가는 영화는 사건 비밀 봉인이 풀리기까지 화면 비율이나 미장센, 음향, 그램록 사운드를 통해 조금씩 감춰진 수수께끼의 단서를 보여줍니다. 특히 인물을 화면 정중앙에 배치하거나 화면 구성을 통해 정보를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빛을 발합니다. 역시 <싸이코>의 노먼 베이츠로 유명한 배우 앤서니 퍼킨스의 아들답네요.
영화의 극강 공포는 봉인이 풀린 후 비로소 시작하는데, 그 에너지가 엄청납니다. 그동안 빌드업 해 놓은 것을 한 번에 풀어버려 관객이 맥을 못 추게 하는 감독의 계략은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극 중 해독하기 힘든 암호처럼 정보량이 적은 단서들만 흩어 뿌려져, 미스터리적인 매력이 떨어지고, 전개가 다소 느린 건 흠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롱레그스 역을 맡은 니콜라스 케이지의 존재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모든 걸 알고 있는 자의 기분 나쁜 여유(?)와 기운, 이 세상을 자신 믿고 있는 사탄의 세상으로 전복시키겠다는 그릇된 신념 등이 점철된 그의 표정만 봐도 후덜덜합니다. 올해 최고의 빌런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도 듭니다.
앞서 소개했듯이 <롱레그스>는 미국의 근현대사 역사를 알고 봐야 더 공포스럽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영화를 본다면 1970년대 미국 정치 상황을 알고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추천인 4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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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위에 종이 같은건 뭔가요?
닉슨 대통령 사진도 잠깐 보였던 것 같아요.
정치적인 맥락에서 보면 미국인들의 불안감이 더 잘 느껴지겠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