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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death (2010) 잘 만든 아주 매운 스릴러물. 스포일러 있음.

BillEvans
527 2 2

black death는 코폴라감독의 지옥의 묵시록

그리고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을 자기 영화로 만든 것이다. 

 

늙은 기사와 고문 전문가 그리고 젊은 청년 수도사가 팀을 이루어

계곡을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 삼림 속으로 들어간다.

그야말로 암흑의 핵심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지옥의 묵시록의 소재였던 베트남전쟁 대신,

이 영화에서 광기와 비극을 낳는 것은 흑사병이다.

이 흑사병을 이용해서 마을사람들을 지배하고 기독교로부터 벗어난 영역을 구축한 마녀가

삼림 속에 존재한다는 소문이다.

 

하지만, 코폴라감독의 영화를 중세시대 배경 영화로 바꾸고, 

마녀가 산다는 삼림 속 마을을 찾아나서는 중세기사들로 바꾸니

그 얼마나 영화가 신선해지고 실감나게 바뀌었는가?

이것이 상상력이다.

초자연적 호러영화로나 다루어졌던 

중세시대 마녀사냥 소재를 

정치드라마와 윤리문제로 변환시켰다.

이 관점 또한 신선하다. 

 

이 영화는 예산과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으로 

규모를 줄였다. 대신 영화를 견고하게 구축한다. 거의 단편소설급 캐릭터 구축과 사건 전개 그리고

주제 제시를 한다.    

 

종교를 진심으로 믿는 늙고 추레한 기사는

가족도 잃고 하나님만 의지한다.

그는 정직하고 용감하고 인정이 많다. 

하지만, 그의 종교적 사랑은 잔인함과 연결된다.

악을 불로 정화하려고 하는 것은,

그가 인간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다. 

순수한 사랑이 잔인함으로만 발현될 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보통 중세시대를 다룬 영화라면,

이런 캐릭터는 피도 눈물도 없는 광신도로 묘사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 black death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가 바로 이 기사다.

이 기사는 가족도 모두 잃고 마음에 상처를 입어 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그리고, 수도사 청년이 또다른 주인공이다. 

그는 하나님을 믿지만, 신앙의 길은 이제 시작이다.

자기가 사랑하던 여자를 아직도 마음에 두고 때때로 찾아간다.

기사처럼 원숙하지 못하다. 순수하고 순결하다. 

그는 흑사병이 창궐하는 마을에서 자기 여자를 도망치게 한다.

삼림 속으로 도망가라는 것이다. 자기도 금방 거기로 찾아가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수도원에서 몸을 빼서 삼림 속으로 떠나가기 어렵다.

신앙의 길을 다 버리고 여자 찾아가겠다는 생각까지는 없다.

그런데, 어느 기사 일행이 수도원에 찾아와서

삼림 속 마녀의 마을을 찾아가는데 길잡이를 내달라고 한다.

얼씨구나 하고 자원한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다. 

아직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같은 존재이기에, 

그 안에 추악한 것, 잔인한 것, 모순같은 것이 그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둘은 흑사병으로 비참해진 마을들과

흑사병에 대한 두려움을 타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해소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청년은 순결한 사람답게,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증오를 나타낸다.

사냥당하는 소수에 대해 동정한다.

기사는 마녀사냥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들을 비난하면서도 동시에 이해한다. 

세상은 1 아니면 2가 아니다. 1과 2 사이에 grey area 가 존재한다. 

그것을 일개인이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는 늙었다.

원숙하기는 하지만, 모순을 타파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젊은 힘은 없다. 

 

이 영화는 대하드라마가 아니다.

대규모 비극의 장소를 재현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그럴 예산도 없다.

자기 수준에 맞는 작은 규모의 지옥을 만들어낸 다음,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아주 치밀하고 견고하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은 안 낸다.

하지만, 자기에게 가능한 범위 내에서는 아주 치밀하다.

 

마녀는 숲속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을 자기 영역으로 구축한다. 

그녀는 마법을 부리는 존재라기보다, 여론조작과 대중심리를 이용하는 

히틀러같은 존재에 가깝다. 

그녀는 외부세계에 증오를 드러낸다. 

자기가 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자기를 신으로 섬기는 

작은 공동체를 만들어낸다. 

그녀는, 신앙심을 가지고 이 안에 들어온 사람들을 타락시키려 한다. 

 

그녀는 굳건한 신앙을 가진 기사를 흔들려 하지만, 그는 흔들리지 않는다. 

기사를 오체분시해서 팔 다리를 다 찢어버려도,

그는 신앙을 버리지 않는다.

그는 광신자가 아니라, 휴머니스트로 죽는다. 

"신을 버리다니 차라리 죽는 게 나아!"라기보다는,

"우리가 인간으로 남으려면 신앙을 지키며 죽어야 해!"에 가깝다.

 

마녀가 타락시키는 사람은 순결한 젊은 수도사다.

그는 마녀에게서 악의 심연을 본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반동으로, 

피도 눈물도 없는 광신도가 된다. 

그는 수도사의 길을 벗어나, 칼을 휘두르는 기사가 된다.

나이 든 기사와는 다른 종류의 기사다.  

사람들을 죽이고 불태운다. 증거도 없이 말이다. 내 믿음이 곧 증거다.

 

젊은 기사 또한 오체분시가 되더라도 종교를 안 버릴 것이다.

하지만, 휴머니스트로 죽는다기보다 광신자로 죽을 것이다.  

 

애초에, 젊은 수도사가 자원해서 숲에 간다고 했을 때,

현명한 수도원장은 말렸다. "이것은 널 변화시킬 거야"하면서 말이다.

그가 옳았다. 수도사는 악에 물들었다. 

작은 공동체를 지배하며 잔인함을 무기로 해서 종교공동체를 만든 마녀와 비슷한 사람이다. 

단, 그의 경우에는, 그 공동체의 크기가 훨씬 더 크다. 

 

이 영화는 아주 잘 만들어졌으며, 주제도 심오하다. 캐릭터들도 잘 잡았다. 

콘라드의 암흑의 핵심을 영화화한 것들 중에서 최고가 아닐까? 

지옥의 묵시록이야, 암흑의 핵심에다가 이것저것 엄청난 이야기들을 풀어놓은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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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2


  • 이상건
  • golgo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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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다크맨님도 추천했던 영환데 꼭 봐야겠네요. 인간의 선과 악을 잘 드러내는 작품 같아요
11:41
3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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