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 Toscanini (1988)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이 오페라의 영웅에게 바치는 찬가. 스포일러 있음.
프랑코 제피렐리가 영화를 잘 만들어서 감독이 본업인 줄 아는 사람이 있는데,
그는 원래 전설적인 오페라 무대연출가다.
영화도 잘 만드는 거다. 프랑코 제피렐리는 이탈리아 오페라 영웅들에게 찬사를 바치는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토스카니니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 영화다. 엄청나게 오래 활동한 오페라 무대연출가답게
음악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이것을 섬세하게 영상언어로 표현한다.
영 토스카니니는 18세의 토스카니니의 일화를 그린 것이다. 18세라면 그냥 소년이다. 장래 역사상 최고 지휘자라는
평가를 받지만, 그것은 훗날 일이고, 18세 토스카니니는 음악학교를 졸업하고 직업이 없나 기웃거리는 중이다.
세상이 꿈에 부푼 나이다. 그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 찼다. 다른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언젠가는 라스칼라좌에서 연주해보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당장은, 열심히 직장을 찾아다니다가 남미로 연주여행을 떠나는 오페라단에 피아노 반주자 자리를 얻는다. 베테랑 성악가 연주자들 사이에서 아이 취급이다.
젊은 프랑코 제피렐리감독은 만년의 토스카니니와 친해서 만남을 갖고 했다. 토스카니니가 이 전도유망한 젊은이를 총애해서 같이 공연에 대해 논의하고 했다고 한다. 프랑코 제피렐리감독은 엄청 감격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이 전설적인 지휘자가 살아 숨쉬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토스카니니의 모습을 미래에 남겨야겠다 하는 생각을 했을 수도......
이 영화는 실화 바탕이다. 지휘자가 없어서 18세 토스카니니가 어쩔 수 없이 포디엄에 서게 되었는데,
배운 적도 없는 지휘를 굉장히 잘 해내고, 그 이후 지휘자로 나섰다는 일화를 그린 것이다.
프랑코 제피렐리는 정말 로미오와 줄리엣을 만들어 낸 그 싱싱하고 젊음에 찬
화면을 여기서도 보여준다.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순결한 소년이다.
그는 남미를 향해 가는 배의 삼등칸에 타고 즐거운 꿈에 부풀어 남미로 항해를 떠난다. 그의 아버지가 사회주의자여서
젊은 토스카니니도 부패나 지배계급의 위선같은 것에 저항한다.
이 작은 배 안에서 일등석에 탄 상류층과 삼등석에 탄 하류층 간의 구분이 있다.
배 안에서 전염병이 돌아 사람들이 죽어나가자, 토스카니니는 뱃전에서 진혼곡을 혼자 연주한다.
이것을 본 상류층 젊은 아가씨가 토스카니니에게 반해 버린다. 영화 내내 토스카니니를 쫓아다니면서 그를 돕는다.
그리고, 배는 남미에 도착한다. 토스카니니에게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망이 있었다.
전설적인 오페라 가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만나는 것이다. 세계를 휘어잡다가 은퇴해서 멕시코 황제의 정부로
사치스럽게 지내던 가수다. 토스카니니의 오페라단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페라 주연으로 섭외하려 하지만, 왕족처럼 사치스럽게 지내는 그녀가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젊고 열정에 찬 토스카니니가
찾아와 이야기하자,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과거의 열정이 되살아난다. 그녀는 이번 오페라무대에 주연으로 서겠다고 결심한다. 늙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웠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사치스러운 화면도 별로 없을 것이다. 싱싱하고 파릇파릇하고 색채가 선명하다. 화면 전체에 젊음이 충만하다.
이런 영상이 바로 제피렐리의 스타일이다. 화려한 오페라 무대를 연출하는 그는,
영화에서도 화면을 엄청 화려하게 만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순수하고 정열 그 자체인 토스카니니는 멕시코의 황제가 계급사회를 만들어 민중을 지배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그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집에서 황제를 만나고, 노예제의 모순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한다.
너무 인위적이고 연극적인 전개와 주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토스카니니가 원래 이런 사람이다. 뭇솔리니가 지배하던 이탈리아에서, 공개적으로 뭇솔리니를 욕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아 망명했던 사람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젊은 지휘자 토스카니니가 지휘자로 얼떨결에 데뷔하는 일화다.
멕시코 국민지휘자가 지휘하기로 되어있는데, 너무 못해서, 오페라악단원들이 무시한다. 그는 화가 나서 극장을 떠나 버린다. 다른 이탈리아지휘자가 지휘를 한다. 멕시코 청중들은 너무 분노해서 야유를 보낸다. 겁이 나서
그 지휘자도 도망쳐 들어온다. 이번에는 다른 지휘자가 나선다. 또 마찬가지다.
이제 지휘자가 남지 않았다. 그러자, 누가 말한다. "악보를 외우고 있는 청년이 있어요. 그에게 맡겨 보죠."
토스카니니는 지휘도 해 본 적 없는데, 어떨결에 할 수 없이 포디엄에 오른다.
그런데, 18세의 소년이 아주 매혹적으로 지휘를 한다. 지휘를 하다가 오케스트라 소리를 줄여야 하는 순간이 오자,
한손으로 지휘를 하면서 다른 손으로 입술에 대고 쉬이하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러자, 오케스트라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줄어든다. 이 장면에서 전율을 느끼게 된다. 토스카니니의 지휘버릇을 재현한 것이다. 하지만, 노년의 70대 토스카니니만 보았는데, 이 사람은 18세 소년 토스카니니다.
프랑코 제피렐리감독은 토스카니니의 지휘를
재현해낸다. 멕시코 청중들은 모두 조용해진다. 그러다가 점차 박수를 치고 열광하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공연을 하다가 자기 노예들을 해방시키겠다고 선언한다.
오페라 아이다 공연 자체를 영화 안에 올려 버린다. 무대연출가로서 기량을 다 발휘해서.
오페라 팬이라면 반드시 보아야하는 영화다.
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기뻐하며 토스카니니에게 달려간다. 청중들도 그렇고 모두가 열광한다. 그에게는 50년의 전설적인 커리어 시작이다.
전설로만 알려진 토스카니니를 생생한 인물로 부활시킨 것은, 감독이 프랑코 제피렐리였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영화라기보다, 하나의 무대같다. 영상이라기보다 아름다운 오페라 선율로 가득한 무대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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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 소개 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