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쥬스 비틀쥬스>를 보고 (스포O/쿠키유무)
국내에는 36년 전 극장이 아닌 비디오로 관객을 찾았던 팀버튼 감독의 <유령수업>가 속편 <비틀쥬스 비틀쥬스>으로 돌아왔습니다. <가위손>, <빅퓌시> 등 고유한 개성을 지닌 거장 팀버튼 감독이지만 근래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아쉬움이 남은 게 사실이었던지라 그의 신작에 기대와 우려가 혼재한 채로 관람하고 왔네요.
1편인 <유령수업>은 팀버튼 감독의 초기작인데 그런 속편을 작업했다는 건 그가 초심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실제로 OST 선곡부터 시작해서 미니어처를 활용하는 오프닝이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CG를 뒤섞어 인공적이고 이질적인 영화의 개성을 살리는데 주력합니다. 과감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묘사나 팀버튼 감독의 전시가 연상되는 프로덕션 디자인 등 모든 선택지에서 연출자의 손길이 확고히 느껴지더군요. 서양에서는 불길한 의미로 통용되는 초록빛을 톤앤매너로 삼는 조명의 활용도까지요.
한 명의 작가로서 영화에 인장이 확실해서 팀버튼스러움이 무엇인지, 연출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 새삼 상기시켜주기도 하는 관람이었습니다. <비틀쥬스 비틀쥬스>는 엄연히 속편이고 전작에서 이미 충분히 세계관 확립이 됐던지라 전작 관람이 필수로 선행되어야 하고 그 전작을 즐긴 관객이거나 영화의 유머스타일까지 팀버튼 감독의 취향 하에 고스란히 만들어져서 그의 팬이어야 이번 속편을 온전히 즐기기 쉬울 것입니다.
전작에서도 비틀쥬스가 등장하고 본격적인 사건이 발생되는 지점이 생각보다 늦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러닝타임의 50~60분은 되어야 사건이 발생되니까요. 죽음을 유쾌하게 다루는 이 영화에는 전작의 주요 캐스트를 그대로 끌고 와서 하나의 가족을 소개하고 각자의 플롯을 늘어놓는데, 그 중에서는 팀버튼 영화에서는 주요한 문제로 다뤄왔던 10대 청소년과 부모의 불화도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기본적으로는 모녀가 사건을 겪으면서 관계를 회복하는 가족영화의 형태로 봐도 무방하고요.
후반부에는 거창한 사건이라기 보다 소동극의 형태로 전개되는데 반전 등 장치로 관객의 집중을 놓치지 않을 지점도 파악하고 초중반에 산발적으로 늘어놓았던 플롯들을 합쳐서 해결하는 작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소동극의 동력은 이 시리즈가 가지고 있는 코미디라서 이 영화의 유머스타일에 대한 취향에 따라 전체적인 만족도가 상이할 것 같습니다. 애초에 창작자의 확고한 취향으로 추진된 프로젝트니까요. 어떤 관객한테는 우스꽝스럽고 황당할 수 있지만 반대로 또 어떤 관객한테는 모래벌레 등 전작에 대한 향수도 느껴질 것이며 뮤지컬처럼 연출된 클라이맥스, 팀버튼 특유의 과격하고 그로테스크한 블랙 코미디가 즐거울 수 있는 것이죠. 그렇게 의도되었고 저는 후자입니다.
죽음에 해학적으로 접근하고 가짜의 연기가 진짜인 사건에 접근하듯 팀버튼은 영화로 실제 우리 주변에 도사리는 죽음에 대해 그 만의 접근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모녀관계를 회복하면서 가족드라마의 성장을 보여주는 후반부 몽타주에서 뭉클하다가도 특유의 코미디와 활력으로 막을 내리는 엔딩까지 톤앤매너에 딱 맞아떨어져서 전체적으로 만족감이 높은 관람이었습니다.
* 참고로 쿠키는 따로 없습니다.
- 별점 : ★★★★
추천인 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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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스케일 작은 소소한 소동극이지만 그만큼 또 귀엽죠.
전작 관람이 거의 필수라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