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가득히 (1960) 젊은 알랭 들롱. 태양처럼 뜨거운 살인. 스포일러 있음.
르네 클레망감독은 대가였지만, 젊은 감독들이 등장하면서 좀 올드 스쿨로 치부되게 된다.
그는 화가 나서, 대놓고 젊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나온 영화가 이 영화다.
젊고 뜨겁고 강렬하고 충동적이고 원색에 가득한 영화다. 과연 젊은 영화다.
이 영화가 젊은 이유는, 대가인 감독 르네 클레망의 명연출도 있지만, 주연배우 알랭 들롱의 열연(을 넘어선 전설적인 연기) 때문이다.
알랭 들롱은 미남이지만, 게리 쿠퍼나 제임스 스튜어트처럼 상류층 귀족의 품위가 철철 넘쳐흐르는 그런 미남은 아니다. 어딘지 좀 천박하고 가난하고 야비하고 강렬하고 그렇게 보이는 미남이다. (원래 출신도 그렇다. 하류층 출신이다.
그리고, 성격도 잔악하다 정도는 아니지만, 야비하고 이기적인 데가 있다고 한다. 특히, 자기 이익을 위해서 여자를 많이 울렸다.) 주인공 탐 리플리는 딱 이런 알랭 들롱을 위한 역이다.
알랭 들롱이 이 영화에서 연기한 톰 리플리는 영화사에 남을 전설적인 연기다.
알랭 들롱은 가난하지만 야심 넘치는 청년이다. 그는 가난하다. 사회계급의 맨밑바닥에 있다.
부유층들은, 누가 알랭 들롱을 무시할 권리를 주기라도 했다는 듯, 그를 무시한다. 알랭 들롱은 부유층들이 던져주는 돈때문에 그들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하지만, 그의 속에는 부글부글 끓는 증오와 불꽃이 있다.
이 영화는 알랭 들롱이 벌이는 살인행각을 다루고 있다. 알랭 들롱은 젊은 세대이고, 모든 기회가 닫힌 세대다.
돈? 명예? 사회적 계급? 다 닿을 수 없는 저 높이에 있다. 그냥 사회 속에서 중하류층 정도 노리며 적당히 안빈낙도하면 마음이야 편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 울분에 차 있다. 부유층들은 이런 알랭 들롱의 속을 꿰뚫어본다.
그래도, 적당히 먹이를 던져주면 조종할 수 있겠거니 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 눈을 봐라. 누구에게 조종당할 눈이 아니다.
알랭 들롱의 고교동창 필립의 아버지가 알랭 들롱에게 제안을 한다. 이탈리아에 가서 빈둥빈둥 노느라 소식이 끊긴 아들을 찾아오면 5000달러를 주겠다는 것이다. 알랭 들롱은 필립을 찾아 이탈리아로 간다.
이 영화에 불타오르는 청춘의 색채를 부여하는 것은 주연배우 알랑 들롱 덕분이다. 주연배우(이자 악역) 톰 리플리는 차갑고 혐오스러운 범죄자가 될 수 있었다. 주인공 리플리는 리플리증후군이라는 단어를 낳을 정도로 사이코다.
능력도 안되면서 자기가 바랄 수 없는 것을 열망한 나머지, 자기를 그것이라고 믿고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영화는 알랭 들롱이 없었으면, 그냥 사이코스릴러다.
하지만, 이글거리는 눈을 가진 굶주린 젊은이 알랭 들롱이 리플리역을 맡자,
이 영화는 가난한 청춘이 벌이는 뜨거운 몸부림 (결국 파멸로 이어지는)으로 바뀐다.
알랭 들롱은, 친구와 그친구의 여자친구와 함께
단 셋이서 지중해를 요트로 건넌다.
지중해의 뜨거운 바다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하늘은 너무 파랗게 무너진다. 알랭 들롱이 품은
분노와 몸부림 그리고 절망은 너무 강렬하다.
그는 친구를 죽인다. 그리고, 천에 싸서 바다에 내던져 버린다.
이 과정이 담담하게 혹은 차갑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뜨겁고 강렬하고 원색적으로 그려진다.
"왜 죽였어?"
"태양이 너무 뜨거워서요." -> 이런 분위기다.
알랭 들롱은 치밀한 두뇌회전으로 자신이 친구인 척 신분세탁을 한다.
친구가 누리던 모든 부와 명예 그리고 여자까지 다 그의 것이다.
그는 마치 자기 자신이 처음부터 그 부잣집 아들 친구였다는 듯 행동한다.
이제부터 자기 진짜신분을 버리고, 친구의 신분으로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그가 예상하지 못했던 곳에서 범죄가 밝혀진다.
천에 싸서 버린 친구의 시체가,
배의 프로펠러에 걸려 여기까지 따라왔던 것이다.
그가 어떻게 이것을 예측할 수 있었겠는가?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편안한 마음으로 뜨거운 햇빛을 쬔다.
자기가 교수대에 설 운명이라는 것을 모르는 채 말이다.
이 영화는, 리플리를 원작과는 다르게 사이코로 그리지 않는다.
그는 그저 열망이 대단히 크고 뜨거운 젊은이다. 분노한 젊은이다.
굶주림과 열망같은 것들때문에 파멸하는 청춘을
이 영화는 뜨겁게 그리고 아름답게 그린다.
이것은 사이코스릴러인 원작의 리플리가 아니라, 전적으로 르네 클레망이 창조한 굶주린 젊은이다.
아, 그리고, 르네 클레망이 워낙 대가라서, 이 영화는 스릴러로서도 긴장을 견고하게 구축해 나가는
놀라운 솜씨를 보인다. 스릴러로서도 아주 일급이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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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각도로 보나 완벽한 외모네요.
20세기 최고의 미남 배우라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