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노 베어스를 보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연출 및 주연을 맡은 <노 베어스>는 감독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극영화 방식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이란의 정부 감시를 받는 영화감독 파나히는 이란을 벗어나지 못 합니다. 그는 감시를 최소한으로 받기 위함과 동시에 자신의 영화 촬영을 위해 이란과 튀르키예의 국경 마을에서 지내게 됩니다.
마을에선 그가 유명인이자 지식인이라 선생님이라 칭하면서 잡다한 일들을 다 도와줍니다. 한편 그는 화상통화를 이용해 튀르키예에서 촬영 중인 영화를 연출합니다. 하지만 워낙 시골 마을이라 통신이 자주 끊기게 됩니다.
더 이상 연출할 상황이 안 되고 그는 뭐라도 영상에 담고 싶은 맘에 자신의 카메라를 이웃에게 건네주고 그에게 참석하는 결혼식을 찍어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들이 중요시 하는 전통과 부딪히게 되고 감독은 자신의 상황과 비슷한 이 마을의 일반적이지 않은 전통을 동일선상에 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감독은 아름다운 커플의 모습을 찍었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심각한 상황이 생길 거라곤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마을엔 아기가 태어날 때 탯줄을 끊어주는 집안과 결혼을 한다는 전통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짝이 정해진 거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커플은 실제로 서로 사랑하는 커플인데 이는 불경시 되는 일이고 그 사진을 감독이 갖고 있다고 믿는 마을 사람들이 감독을 추궁합니다.
파나히 감독의 작품인 <택시>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작품에서도 이 작품과 비슷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연기하는 작품을 보여준 적이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선 인상 깊은 장면들이 허다하게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조연출이 감독을 직접 데리고 촬영지인 튀르키예로 넘기 위한 국경선에 도착하는 장면입니다. 마약상들이 드나드는 길에 도착한 감독은 너무나 쉽게 넘을 수 있는 그 국경선에 다다르자 오히려 한 발 물러서면 주저 앉고 맙니다.
또 한 장면은 엔딩입니다. 마을에서 엄청난 사건이 일어나는데 감독은 그 순간 어쩔 수 없이 마을을 떠나야 하는데 이 또한 자신의 처지와 연관되어 깊은 상념에 빠집니다.
최근엔 파라디 감독으로 대표되는 이란 영화계인데요. 여전히 국민 특히 여성들에 대한 억압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몇 해 동안 빅 스포츠 이벤트에서 이를 반대하는 운동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런 젠더 문제가 아니더라도 중국 못 지 않게 검열에 대한 이슈로 인해 예술가들이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있지 못하는 점이 많이 아쉽더라고요.
하지만 파나히 감독을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고 안타깝지만 세상이 조금씩 바뀌는 역할을 좀 더 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