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후기(ㄴㅅㅍ / ㅅㅍ)
★★★★☆
개봉 전까지 너무 기대된다는 말이 많아 일부러 기대감을 싹 없앤 채 입장을 했는데
그래서 일까요? 정말 잘 본 전기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오랜만에 매진 영화관에서 복적복적 본 것도, 그 많은 사람들이 관크없이 다 본것도 신기하네요.
[노스포 후기]
영화가 시작하면 대충 감이 오지만 이 영화는 '트리니티'가 아닌, '오펜하이머'죠.
핵폭탄 개발이 분명 그의 인생에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 맞으나 한 개인으로서 이후 펼쳐진 삶을 생각하면 핵폭탄 개발은 일부분에 불과했을 거로 생각합니다. 인생 후반부의 삶은 그의 내부에서 펼쳐진 핵폭발과 같았을 테니까요.
후반부의 그의 심리를 고스란히 따라가다보면 (과장을 좀 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영화도 충분히 압박감을 표현하지만, 그가 겪었을 감정을 생각하면 이건 사람이 버틸 수 없겠더라고요.
진정한 핵폭발과 핵분열은 그제야 제 눈앞에 펼쳐져 아수라장을 만드는 듯했습니다.
그렇기에 강요하지 않는 전기 영화인 오펜하이머가 전 좋았습니다. 뽕을 차오르게끔 만드는 연출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저 묵묵히 누군가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서 보여주는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이건 상영 후 빠져나가는 관람객들 모두가 느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듣던 대로 자막은 상당하더군요.
잠깐이나마 속독을 배웠지만 전문용어+수많은 인물+대사가 섞인 2줄가량의 문장이 5초마다 바뀌며 3시간을 꽉 채우니 자막이 낯선 분들은 꽤 버겁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자막 좀 놓쳐도 시각 이미지가 도와주니 크게 문제 되진 않을 것 같네요.
[스포일러 후기]
1. 핵폭발 장면
여행도 가기 전이 더 재밌듯 영화도 터지기 전까지가 재밌습니다.
덩케르크에서 느꼈던 긴장감이 그대로 오펜하이머에서도 느껴져요. 늘 사람을 긴장시키는 방법을 아는 놀란의 연출력이 돋보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망의 장면에서 모든 소리를 없앤 부분도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봐요. 이때 관객들 호흡 멈췄습니다…. ㅎ
폭발 자체는 엄청난(?) 임팩트는 없으나 오히려 cg 떡칠이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 같고...
약간 얼라리..? 하면서 흘러가는데 눈으로 봤을 땐 별거 아닌 게 실상은 아주 위험한 무기임을 알려준 연출이라고 봅니다.
2. 일본 묘사
개봉 전까지 일본을 과연 어떻게 묘사할 건지 걱정이 많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기엔 일본을 엄청나게 감싸주지 않아요. 오히려 영화 내에서는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 지구촌인을 걱정하고 우려합니다.
특히 원폭 투하 장면은 라디오로 전달받으며 휙 지나가는데 이것도 정말 잘한 선택인 게
실제 과학자들은 이렇게 허무할 만큼 간단히 전달받았을 거로 생각합니다. 손쓸 방법도 없이.
피해자 장면도 굳이 영화에서 보여주진 않고 안타까워하는 신음만 나올 뿐이고요.
우리나라 입장에선 엄청 통쾌한 장면도 없지만 동시에 찜찜한 부분도 저는 못 느꼈네요.
저는 보면서 왜 이게 일본에 개봉을 못 했을까? 이 생각만 했습니다.
영화관 나오면서 한 사람의 희생으로 우리가 짊어진 미래의 가치와 철학적 물음에 고민을 했고
오펜하이머라는 일면식도 없는 과거의 사람에게 이렇게도 연민과 애틋함을 느낀 게 처음입니다.
기회만 된다면 또 보고 싶을 정도고 못 보신 분들은 추천합니다!
일본 잘못이라는 것도 확실히 지적했고요.
<일본 패망 하루전>인가 영화 보면.. 폭탄 맞고도 정신 못차리는 일본 고위층들 나오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