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쬐금 스포] 넷플릭스 '카터' 2차 초간단 리뷰
※ 이 글은 지난달 29일 작성된 [넷플릭스 '카터' 1차 초간단 리뷰(https://extmovie.com/movietalk/86633898 )]로부터 이어집니다. 넷플릭스 측이 정한 2차 엠바고(5일 0시) 해제에 따라 작성했습니다.
7. '카터'는 나름 바이러스와 아포칼립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허름한 모텔에서 깨어난 카터(주원)는 목 뒤에 수술된 흔적이 있고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CIA 요원은 그를 노리고 침입해 박사(정재영)의 위치를 묻는다. 박사는 DMZ 인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법을 알고 있으며 박사의 딸은 바이러스에 면역인 상태라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카터의 귀에 이식된 장치를 통해 북한말을 하는 여자가 무전을 보내고 카터는 그 여자의 지시에 따라 CIA 요원들을 저지하고 그 곳을 탈출한다. 이제 카터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이를 무사히 북으로 데려가야 하고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야 한다.
8. '카터'에 등장하는 이 문제의 바이러스는 좀비 바이러스를 연상시키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평소 인간보다 근력이 세지고 판단능력이 마비된다. 그리고 심각한 공격성을 갖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증상은 '탈모'다. 카터와 박사의 딸을 북으로 데려가는 비행기에서는 감염여부를 판단하는데 "아직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았다"며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성격이 진지한 탈모인들은 심하게 반발을 할 수도 있을 대목이다(농담이다). 이 같은 바이러스와 남북 공조, 미국과의 관계가 얽히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거기에 북한의 정세까지 개입하면서 "대체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갈 셈이지?"라는 걱정을 하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카터'는 액션영화고 정병길 감독은 액션장면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액션하기도 바쁜 와중에 이야기는 한줄로 풀어쓰기도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다. 아니나 다를까 복잡한 이야기로 판을 깔아뒀지만 영화는 이야기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일단 액션이 먼저고 그 다음이 이야기다.
9. '악녀'만큼, 혹은 그보다 더 재미있는 액션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악녀'에 등장해 '존윅'에도 오마주됐던 오토바이 격투장면은 더 업그레이드 됐고(너무 업그레이드해서 안드로메다로 가버린 느낌도 있다), 스카이다이빙 장면은 할리우드에도 이런 전례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막나간다. 하나 떠오른 장면이 마크 네빌딘과 브라이언 테일러가 연출한 '아드레날린 24'의 마지막 몸싸움 장면이다. 그 장면보다 '카터'의 스카이다이빙 액션은 더 기발하고 막나간다("저게 가능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여기에 영화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하는 기차 결투장면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클라이막스에 버금가는 막나가는 장면이다. 만약 '카터'를 극장에서 봤다면 이 클라이막스 장면은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만큼 집중하고 봤을지도 모르겠다.
10. 기차 액션장면은 시작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카터와 도망가던 북한여자(중요한 캐릭터인데 배우 이름을 까먹음)는 "단동으로 가는 기차는 북한 정부도 못 건드려요"라는 말을 하지만 카터를 쫓는 북한군은 보란듯이 열차를 공격한다. 이렇게 시작한 기차 액션은 '카터' 제작진과 정병길 감독의 모든 역량을 다 때려붓는다. (정병길 감독은 "CG라고 생각하신 부분이 CG가 아닐 수 있다"는 말을 했지만) 도저히 CG가 아니고서는 소화할 수 없는 장면들을 제외한다면 스턴트부터 시작해 '저게 가능한가' 싶은 카메라워크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특히 "헬기로 '탑건'을 찍었다"고 말하고 싶은 어떤 장면('탑건' 1편과 '탑건: 매버릭'에 모두 등장한 비행장면이다. 자세한 건 영화로 확인하시길)은 극장에서 봤다면 어이가 없어서 박수를 쳤을지도 모르겠다("드디어 우리에게도 쌉간지 인도풍 액션영화가 생겼다"라는 환호. 다행히 탄두리치킨향은 나지 않는다). 물리법칙을 따르는 듯 무시해버리는 '카터'의 액션은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됐다.
11. 다만 심각하게 신경쓰이는 부분은 카터가 북으로 데려가는 박사의 딸이다. 시작부터 CIA에게 붙잡혀 고생하는 이 아이는 영화 내내 역대급으로 고생한다. 실제 촬영에서 그러진 않았겠지만, 애를 저런 식으로 다뤘다면 카터와 그를 쫓는 무리들을 아동학대로 신고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이 아이를 연기한 배우 김보민은 한국영화 속 '복 없는 여자 캐릭터'계 뉴페이스 김시아양의 동생이자 최근에는 '비상선언', '뒤틀린 집', '생일', '협상', '미쓰백' 등에 나와 차세대 '복 없는 여자 캐릭터'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쩌면 김보민 배우의 '복 없는 여자 캐릭터'의 정점은 '카터'일지도 모르겠다('비상선언'은 양반이다). '카터'의 역대급 액션장면도 카터와 동행하는 아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하는 순간 영 보기가 편치 않아진다.
12. '카터'의 마지막 장면도 역대급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이렇게 대놓고 속편의 여지를 주고 끝난 영화는 '13일의 금요일1' 이후에 처음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이야기와 인물 간의 관계가 대단히 복잡하다. 영화 내내 카터의 주변인물들은 속편의 여지를 주고 있다. 꽤 비중있어 보이는 캐릭터가 빠르게 퇴장했고 이미 흘러간 이야기의 흐름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사도 등장한다.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속편 나올 꺼다"라고 선언하는 엔딩이 그동안 있었나 싶다('외계+인 1부'는 제목부터 '1부'를 박았다). '카터'의 속편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이 엔딩에서 당황할 수 있다. 그래서 엔딩장면을 보자마자 감독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감독님, ...저...요새는 그 쿠키영상이라고...엔딩크레딧 중간이나 마지막에 넣는 거 있어요".
13. 결론: 복잡한 이야기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할 뿐더러 예민한 사람들의 불편한 지점을 건드릴 우려도 있다(자세한 건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길). 그러나 한국영화에서 전례가 없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수준의 고난이도 액션은 아무 생각없이 볼만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RRR'도 사기 수준의 주인공과 물리법칙을 개무시한 상황전개, 논리를 까부수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지만, 역대급 액션장면의 연속과 그것을 뛰어넘는 춤과 노래로 화제를 모았다. 한국영화에 대해 엄격한 한국관객들 덕분에 '카터'가 가지고 있는 흠결들이 부각될 수 있겠지만, 고난도 스턴트 액션은 '존윅' 제작진이 와도 흠을 잡기 어려운 수준이다. '카터'가 공개된 후 국내외 반응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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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바이러스 ㅎㄷㄷ
+ 아 가장 궁금했던게 있는데, 악녀보다 전체적으로 좋으셨나요??
탈모는 쫌 뭥미 싶은데 강스포 아닌감유?ㅋㅋ 그래도 뭐 다른 증상들도 있으니 크게 이상하진 않아 보이네요
자세한 내용은 낼 카터 보고 볼랍니당